원룸 창문에 새겨진 이상한 손자국의 정체
며칠 전부터 내 원룸 창문에 이상한 손자국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먼지나 얼룩인 줄 알았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분명 사람 손바닥 모양이고, 크기가 제법 컸다. 아무리 닦아도 사라지지 않아 이상함을 느꼈다.
처음 발견한 날은 저녁 무렵이었다. 밖에서 바람이 많이 부는 날이었는데, 창문에 갑자기 손자국이 하나 찍혀 있었다. 아무도 내 집에 올 리 없는데 어떻게 저 손자국이 생긴 건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입구가 한 곳뿐이라서 누군가 밖에서 살짝 만졌다고 보기에도 이상했다.
그 다음 날 아침, 자고 일어나 보니 그 손자국이 여러 개로 늘어 있었다. 옆으로, 위로, 심지어 창문 유리 전체를 가로지르는 모양으로 찍혀 있었다. 마치 누군가가 미끄러지면서 계속 손을 짚은 듯한 형국이었다. 그때부터 마음이 심란해지기 시작했다.
원룸이 3층인데, 바깥에 나갈 만한 동선은 창문뿐이다. 창문에는 자물쇠가 있고 빗장도 걸려 있어서 아무도 쉽게 열 수 없었다. 혹시 누군가 장난친 걸까 싶어 CCTV 근처도 확인했지만, 해당 시간대에 이상한 움직임은 전혀 기록되어 있지 않았다.
가장 신기했던 건, 그 손자국들이 밤마다 새롭게 나타난다는 점이었다. 매일 아침이면 더 많아지고, 손자국이 선명해지거나 길게 늘어나는 느낌이었다. 게다가 손바닥의 방향이나 모양이 그때그때 조금씩 달라서, 동일한 사람이 찍은 것 같지도 않았다.
한 번은 손자국 중 하나가 너무 선명해서 자세히 보니, 손가락 사이에 뭔가 미세한 붉은색이 묻어 있었다. 가까이서 보니 마치 진흙이나 피처럼 보였는데, 그걸 닦자마자 또다시 새로 생겨나더라. 그때부턴 손자국 보는 것 자체가 무서워졌다.
내가 알기로는 이 동네에서 오래된 주택들은 가끔 이상한 소문에 휩싸인다. ‘밤에 누군가 창문을 두드리면 원래 주인이 아니라는 뜻이다’라든가, ‘얼굴 없는 손이 창문을 타고 올라온다’는 식의 이야기 말이다. 그런 얘길 대학 친구들한테 해봤는데 다들 웃으며 ‘너 과로했나 보다’라더라.
하지만 이런 일이 계속되면서 나도 모르게 밖을 자주 바라보게 됐다. 손자국이 생기기 전에는 창밖 풍경 따위 신경도 안 썼는데, 지금은 창문만 보면 그 손바닥들이 떠오른다. 사실 문을 꽉 잠그고 있어도 마음 한켠에선 누군가 내 안을 들여다보는 느낌이 들 때가 많다.
최악이었던 건, 어젯밤이었다. 불을 끄고 누워 있는데, 창문 쪽에서 희미한 촉감 같은 게 느껴졌다. 손이 내 유리창을 가볍게 쓸고 지나간 것 같았다. 너무 소름 돋아서 얼른 불을 켜고 봤더니, 이번엔 기존 손자국들보다 훨씬 작은, 어린아이 손바닥 같은 자국이 남아 있었다.
그 손자국은 점점 희미해지더니, 이내 사라졌다. 나는 그저 창밖을 바라봤지만 깜깜한 밤하늘만 있을 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문득, 원룸 창문에 새겨진 이상한 손자국들의 정체가 내가 아직 모르는 어딘가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겐 너무 가까이 있어서, 도저히 떠날 수도 없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