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이 보내준 도시락, 포장 뜯다 울컥
아침에 휴대폰 알림이 딱 울리더니, 부모님이 단문으로 보내신 사진이 떴어요. “오늘도 잘 챙겨 먹어~” 같은 말이랑 함께 도시락 포장샷. 저는 출근 준비하다가 그 사진을 보자마자, 그냥 평소처럼 “아 고마워요” 하고 넘어가려 했거든요. 그런데 막상 집을 나서기 전에 가방에서 도시락이랑 보냉팩을 꺼내는 순간, 뭔가 손끝이 먼저 알아채더라고요. 포장지 스티커 모서리가 살짝 구겨진 게 눈에 들어오는데, 그게 왜 그렇게 마음을 울컥하게 만들었는지 아직도 모르겠어요.
포장을 뜯는데요, 제가 제일 먼저 한 행동이 포장 뜯는 소리부터 확인하는 거였어요. 어릴 때부터 도시락은 ‘딱’ 소리가 나야 제맛이잖아요. 뚜껑을 열기 전에 냄새부터 맡아봤는데, 평소에 “엄마 음식은 왜 이렇게 맛있지?” 하던 그 냄새가 그대로 올라오는 거예요. 그 순간 머릿속이 갑자기 이전으로 스르륵 넘어가더라구요. 회사에서 바쁘게 살면서도 가끔 생각나던 그때의 집밥 느낌이, 진짜로 코끝에서부터 현실이 되는 느낌이랄까요.
도시락을 펼치고 보니까 구성도 익숙했어요. 김이랑 계란말이랑, 밥 옆에 반찬칸이 적당히 나뉘어 있는 그 형태. 그런데 한 가지가 눈에 확 띄었어요. 제가 늘 “이거 너무 짜요”라고 말하던 장조림이 오늘은 유독 색이 연하고, 국물도 덜 졸여진 것처럼 보이더라고요. 순간 머리가 스쳤어요. “아, 오늘은 덜 짠 걸로 해주셨구나.” 평소에 제가 입으로는 잘 안 말하던 걸, 부모님이 어떻게든 계속 맞춰주고 계셨다는 걸 뒤늦게 알아차린 거죠.
반찬을 보며 젓가락을 들었는데, 너무 배가 고픈데도 바로 입에 넣기 전에 잠깐 멈췄어요. 왜냐하면 거기엔 작은 장치가 하나 더 있었거든요. 도시락 옆면에 아주 얇은 메모지가 끼워져 있었는데, 글씨가 살짝 삐뚤삐뚤하면서도 힘이 그대로 남아 있었어요. “오늘은 날이 좀 춥대. 뜨겁게 먹어.” 이런 내용. 저는 그 메모지를 보자마자 웃음부터 나왔어요. 뜨겁게 먹어… 이게 뭐라고 이렇게 감정이 올라오나 싶어서요.
평소에 저는 부모님이 보내주시는 것에 대해 ‘당연한 것’처럼 굴 때가 많았어요. 출근길에 “도시락 챙겼어?”라는 말에 “응, 잘 받았어” 한 번 하고 넘어가고, 맛있으면 또 “엄마 최고!” 하고 끝. 솔직히 말하면 감사함을 생각보다 자주 잊어버리더라고요. 근데 오늘은 포장지의 구김, 반찬의 간 조절, 메모지의 글씨까지 하나하나가 다 “당연하지 않다”는 증거처럼 쌓이니까, 그게 갑자기 마음에 꽂힌 거예요.
울컥해서 잠깐 숨을 고르고 있는데, 회사로 출근해서 엘리베이터 타고 사무실 들어오는 길이랑 대비되더라고요. 회사는 늘 빠르게 돌아가고, 저는 늘 그 속도에 맞춰야 하니까 마음을 닫아두게 되거든요. 그런데 도시락을 열어놓은 순간만큼은 속도가 멈춘 느낌이었어요. 저는 모르는 척하면서도 사실은 늘 ‘누군가가 나를 챙겨주고 있다’는 감각을 필요로 하는 사람인가 봐요. 그걸 오늘은 부모님 도시락이 아주 조용히 증명해준 느낌이었고요.
식판처럼 딱 반듯한 구성 사이사이에 양념 향이 배어 있더라고요. 한 숟갈 떠서 먹는 순간, 진짜로 “아 이 맛이네” 하며 몸이 반응했어요. 그런데 그 맛을 즐기는 제 표정이 갑자기 떠오르질 않더라고요. 대신, 집에서 부모님이 아침에 일어나서 반찬을 덜어 담고, 보온을 신경 쓰고, 제가 좋아하는 것과 제가 싫어하는 것을 떠올리며 조정했을 장면이 상상으로 스쳐가요. 저는 그 상상을 하다가 결국 혼자서 잠깐만, 하고 웃었습니다. 눈물이 나올 뻔한 걸 억지로 삼킨 거죠.
점심시간이 되자 동료들이 “오늘 뭐 먹어?” 하길래, 저는 도시락을 너무 오래 바라봤던 것처럼 느껴져서 대충 넘기려 했어요. 그런데 뚜껑을 닫고 다시 열어보라는 것처럼 도시락 칸이 가지런히 정리돼 있는 게 신기하더라고요. 동료는 “와 엄마 도시락 같은데?” 하고 농담 섞어 말했고, 저는 얼떨결에 “맞아요” 하고 웃어버렸어요. 근데 속으로는 “엄마는 농담으로도 아니고 그냥 매일 이렇게 맞춰주고 있었구나”를 계속 되뇌었어요. 그게 너무 고마워서, 동시에 미안해서, 입맛이 살짝 이상해졌달까요.
먹으면서도 저는 메모지를 다시 한 번 더 봤어요. 메모에는 날짜가 적혀 있었고, 그 옆에 작은 동그라미가 하나 그려져 있었어요. 제가 예전에 “엄마 글씨 동그라미 왜 이렇게 귀여워”라고 했던 적이 있거든요. 그게 몇 년 전 일이었는데도, 오늘도 그 습관 같은 걸 그대로 이어서 적어두신 거예요. 그래서 저는 그 메모지를 접어서 휴대폰 케이스에 잠깐 넣어뒀어요. 나중에 집에 가면 사진 찍어서 보내주고 싶어서요. 근데 솔직히 말하면, 사진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냥 ‘남겨두고 싶은 마음’이 생긴 거예요.
저녁에 집에 와서 부모님께 바로 연락했어요. “오늘 도시락 먹고 울컥했어요. 사진 보면서도 그랬는데, 메모까지 있어서 진짜…”라고 보냈더니, 답장이 바로 오더라고요. “울컥하면 감기 걸린다. 맛있게 먹었으면 됐지.” 저는 그 문장을 보고 한참을 웃었어요. 감기 걸린다니, 그 말이 그렇게 현실적이어서. 결국 부모님은 위로를 위로로만 하지 않고, 늘 생활 속 잔소리로 마무리해버리시더라고요. 그게 또 제일 편해서, 어쩐지 내일 아침도 그냥 자연스럽게 기다리게 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