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하다가 상대의 취향을 너무 정확히 맞춘 날
연애하다가 상대의 취향을 너무 정확히 맞춘 날, 그날은 그냥 평범하게 “좋아”라고 말하려던 날이었어요. 근데 결과는요… 제가 맞춘 게 취향이 아니라 사람 심장 박동까지 건드린 느낌이랄까요. 지금 생각해도 왜 그렇게 확신이 들었는지 모르겠는데, 그날 이후로 우리 관계가 약간 ‘예측 가능한 로맨스’에서 ‘이 사람이 왜 이걸 아는 거지’ 모드로 바뀌었어요.
사건의 시작은 카페 데이트였어요. 상대가 “오늘은 그냥 아무거나 말고, 딱 기분 맞는 거 먹고 싶다”라고 하더라고요. 저는 괜히 멋있게 굴고 싶어서 “알겠어, 너 기분 맞춰줄게” 이런 말은 했는데, 솔직히 메뉴판 보면 다 비슷하게 생겨서 그 말이 너무 가벼웠어요. 그런데 상대가 주문하기 전에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더니 잠깐 멈추고, “아, 근데 너는 이런 거 어떻게 기억해?”라고 물었어요.
그때 저는 되게 당황했죠. 기억? 저한테 기억하라고 한 적도 없는데, 상대가 뭘 떠올리는지 눈빛이 이미 ‘설명해봐’였거든요. 그래서 “뭐가?” 했더니, 상대가 예전에 했던 대화 한 줄을 툭 꺼냈어요. “너는 예전에 ‘너는 달달한데 느끼한 건 싫어한다’ 이런 말 했잖아. 근데 그때는 그냥 농담인 줄 알았지.”
저는 그 말을 듣자마자 머리가 하얘졌어요. 농담? 제가 했던 건 진짜 그날의 관찰이었고, 상대는 그게 농담이었을 뿐인 거죠. 근데도 이상하게 저는 그 관찰을 지금까지 잊지 않고 있었어요. 그래서 메뉴 고르기 전에 상대 표정부터 한 번 더 살폈거든요. 그리고 그 기분에 맞춰서, 카페에 있는 디저트 중에 딱 “안 느끼한데 달고, 향은 은근한” 쪽을 골랐어요.
문제는 여기서부터였어요. 제가 주문하고 나서도 이상하게 마음이 확실했거든요. 상대가 “너 이거 고를 줄 알았어”라고 말하기 전에, 저는 이미 그 사람이 좋아할 방식으로 조합을 해놨어요. 따뜻한 음료는 향이 가벼운 걸로, 디저트는 크림이 많지 않은 걸로요. 주문받는 분이 “두 분이시죠?” 하고 물었을 때, 상대는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이더니 제게 슬쩍 손가락으로 주문내역을 가리켰어요.
그리고 제일 웃긴 장면이 나왔어요. 음료가 나왔는데, 상대가 한 모금 마시더니 바로 “이거다” 했어요. 그 다음 말이 더 대박이었어요. “나 이 조합이 좋아서 예전에 혼자 올 때도 이거 시켰는데, 너는 그때도 모르잖아. 근데 왜 지금 이걸 딱 맞췄어?” 상대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크게 놀라진 않더라고요. 오히려 “설명해” 같은 느낌으로 재밌게 보는 눈이었어요.
그래서 저는 솔직하게 말했어요. 제가 기억한 건 “맛”이 아니라 “표정”이었다고요. 예전에 상대가 디저트 고르다 말고 한 템포 늦게 웃었던 순간, 그때가 느끼한 걸 피하려고 한 거였고, 향을 싫어한 게 아니라 향이 강한 걸 피하려고 한 거였다고요. 상대는 듣고 나서 한참을 가만히 있다가, 갑자기 어깨를 가볍게 으쓱하더니 “그러니까 넌 내 취향을 맞춘 게 아니라 내 습관을 맞춘 거네?”라고 말했어요.
그 말에 저는 괜히 더 자신감이 붙었는지, 디저트 포크로 한 입만 떼서 “이 부분은 씹는 질감 때문에 좋아할 확률이 높아” 같은 말을 했거든요. 근데 그게 또 진짜로 맞았어요. 상대는 그 한 입을 먹자마자 눈이 동그래지면서 “야… 이거 진짜. 너… 너 지금 뭔가 과학처럼 말했는데 과학 맞아”라고 하더라고요. 솔직히 과학은 아니었는데, 상대가 너무 정확히 반응하니까 저도 웃음이 나왔어요.
그리고 마지막은 기분이 묘하게 더 따뜻해졌어요. 계산하고 나오는데, 상대가 갑자기 제 손을 잡고 “오늘은 진짜 기분이 맞춰진 날이네”라고 하더라고요. 전 그 말이 너무 좋았는데, 동시에 조금 두근거렸어요. 왜냐면 취향을 맞추는 건 쉬울 수도 있는데, 사람의 기분을 맞춘다는 건 결국 ‘내가 너를 보고 있다’는 증거니까요. 집에 와서도 상대가 카톡으로 “다음에는 또 뭘 맞춰줄지 기대된다”라고 보내서, 저는 그날 이후로 메뉴판 앞에서 괜히 진지해졌습니다.
결론적으로 그날 저는 상대 취향을 맞춘 게 아니라, 상대가 ‘기억 못 할 줄 알았던 것’을 제가 기억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먹힌 거예요. 물론 다음 데이트 때는 제가 또 맞추려고 욕심내다가 반대로 실패했죠. 그때 상대가 “오늘은 그냥 네가 사람인 날이네”라고 웃는데, 그 말이 오히려 더 편했어요. 그러니까 연애는 취향을 다 맞추는 게임이 아니라, 틀려도 같이 웃을 수 있는 타이밍을 맞추는 게임이더라고요. 그리고 그날은… 제 인생에서 가장 맛있게 맞춘 타이밍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