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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할 때 ‘집들이’가 먼저 오는 커플 썰

2026-09-01 00:41:11 조회 14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연애 시작하고 한 달쯤 됐을 때, 우리 커플은 이상하게도 “집들이”가 일정의 우선순위를 차지했어요. 다들 연애 초반이면 밥 먹고 영화 보고 손잡고 이런 걸 먼저 떠올리잖아요? 근데 나는 분명 ‘오늘은 우리 뭐하지?’를 기대했는데, 상대가 딱 하더라고요. “우리 집들이부터 할까?”

처음엔 반쯤 장난인 줄 알았어요. 새로 이사도 안 했고, 집이 엄청 특별한 것도 아니었는데 말이죠. 근데 상대가 진짜 진지하게 달력을 펼치더니, 날짜를 여러 개 찍어두는 거예요. “연락 가능한 친구들 리스트”까지 뽑아오더니, 나한테는 “너도 초대할 사람 생각해봐”라고 하더라고요. 그 순간 내 머릿속엔 연애의 로맨스 대신 행사 기획이라는 단어만 떠올랐습니다.

그렇게 집들이 준비가 시작됐는데, 문제는 상대가 너무 ‘집들이답게’ 준비를 한다는 거예요. 물티슈는 물론이고, 코너에 먼지 낀 거까지 체크해요. 나는 그냥 편하게 앉아서 이야기하는 걸 상상했는데, 상대는 동선부터 생각하더라고요. “여기는 대화 코너, 여기선 사진 찍는 자리, 음식은 이쪽으로” 이러면서 집 전체를 무대처럼 바꾸는 거예요. 처음엔 귀엽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갈수록 내 마음도 같이 스케줄에 갇히더라고요.

그리고 연애 중 데이트도 집들이랑 연결돼요. 우리는 카페 가기로 했는데, 상대가 갑자기 “그럼 접시 예쁜 데로 가자”라고 하더니 식기 코너 앞에서 한참을 서 있었습니다. 나도 모르게 물어봤어요. “우리 오늘 데이트 맞지?” 그러자 상대가 웃으면서 말하더라고요. “데이트지! 손님 맞이하면 설레잖아.”… 그 말 듣고 나도 웃었는데, 속으로는 ‘설레는 건 나 아니냐’고 생각했죠.

메뉴도 장난이 아니었어요. 상대가 “집들이는 너무 대충하면 안 돼” 하면서, 장보기 리스트를 카톡으로 쭉 보내더라고요. 치킨은 남자 손님 오면 양이 문제, “과일은 보기 좋은 거로” 같은 디테일이 왜 그렇게 많던지요. 나는 그때 처음으로 깨달았어요. 이 사람은 연애를 ‘정서적 친밀감’으로 시작하는 게 아니라, ‘행사 준비’로 시작하는 타입이라는 걸요. 그리고 내가 게스트 롤이라고 생각하니까 갑자기 자존감이 살짝 내려갔습니다.

집들이 당일, 진짜로 사람들이 왔어요. 근데 그날 분위기가 이상할 정도로 “새 집 분위기”였어요. 상대는 인사도 깔끔하게 하고, 음식도 타이밍 맞춰 내고, 웃으면서 사진도 찍고… 나는 그 옆에서 어색하게 “여기가 우리 집이에요” 같은 말만 반복하게 됐죠. 솔직히 말하면, 내가 기대하던 “우리만의 시간”은 어디 있었는지 모르겠더라고요. 사람들 사이에서 손 잡을 타이밍이 아니라, 손님 불편 없게 의자 위치 조정하는 타이밍만 있었거든요.

그래도 다행히 손님들이 재밌어하긴 했어요. 다들 “분위기 좋다”, “준비성 대단하다” 이러니까 상대는 엄청 뿌듯해했죠. 문제는 그 다음이었어요. 손님들이 가고 나서 상대가 갑자기 한마디 하더라고요. “다음 집들이는 네 집이 어때?” 순간 내 표정이 굳었어요. 왜냐면 상대는 ‘집들이’를 이벤트가 아니라 관계 유지 시스템처럼 생각하는 것 같았거든요.

그날 밤 우리는 그냥 영화 한 편 보자고 했는데, 상대는 중간중간 내 폰을 툭툭 보면서 “이 친구한테는 나중에 사진 보내줘야지” 같은 말을 하더라고요. 나는 겨우 눈치챘죠. 연애의 핵심이 사랑이라기보다, 서로를 ‘소개할 거리’를 계속 만드는 거였다는 걸요. 물론 나도 사람이니까, 내가 챙김 받는 걸 좋아하긴 해요. 그런데 연애라는 게 매번 집들이처럼 굴러가면… 결국 로맨스가 아니라 스케줄러랑 싸우는 게임이 돼버리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조심스럽게 말했어요. “우리, 집들이 말고… 그냥 데이트는 안 해?” 그랬더니 상대가 잠깐 멈추더니,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어요. 그리고 다음 주에 진짜로 데이트를 했습니다. 근데 그 데이트가 또 웃긴 게, 상대가 미리 “오늘은 작은 집들이 콘셉트로 갈 거야”라고 하더라고요. 카페에 가서도 “여긴 우리 둘만의 코너”를 만든 거예요. 결론은 이거였어요. 집들이가 먼저인 사람은, 집들이를 안 할 수가 없더라고요. 대신 그 집들이를 내 방식의 로맨스로 조금씩 바꿔주려는 거였고요.

그래서 지금도 우리는 가끔 싸워요. “오늘은 그냥 쉬자” vs “그래도 초대할까?” 같은 주제로요. 근데 이상하게도 그 싸움 끝나면, 꼭 맛있는 거 먹고 사진 한 장 남기더라고요. 나중에 생각해보면, 내가 원했던 건 거창한 로맨스가 아니라 ‘우리의 리듬’이었던 것 같아요. 상대는 집들이로 리듬을 만들고, 나는 그 리듬 위에 사랑을 얹는 중이랄까요. 어쩌면 연애는 로맨스만 하는 게 아니라, 서로의 방식으로 집을 꾸미는 일이니까요. 다음엔 내 차례가 오긴 할 텐데… 그때도 메뉴는 치킨이겠죠? 그건 솔직히 미리 합의해두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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