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으로 산 물건이 더 좋아서 재판매 고민
당근으로 산 물건이 너무 멀쩡해서, 이제는 “내가 산 게 아니라 내가 운 좋은 건가?” 싶을 정도예요. 솔직히 저는 재판매까지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동네에서 싸게 건져서 조금 올려 팔면, 그 차익으로 다음 당근템을 또 노리는 게 제 취미랄까… 근데 물건을 받아보니 상태가 너무 좋아서 갑자기 양심이 깜짝 놀라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별 감정 없이 거래했어요. 판매자님이 사진에 먼지도 조금 보이게 찍어두고 “예민하신 분은 패스” 같은 문구를 달아놨길래, 아 이건 싼 이유가 있겠구나 하고 기다린 거죠. 그런데 택배 뜯자마자 ‘앗…?’ 했습니다. 포장도 꼼꼼했고, 구성품도 다 들어있고, 사용 흔적이 거의 없어요. 솔직히 말하면 제가 원래 기대했던 “살짝 애매한 중고”가 아니라 “새 거에 가까운 중고”였어요.
그래서 더 문제예요. 원래 계획은 이랬습니다. 가격을 좀 보고, 하자나 스크래치 정도를 있는 대로 정리해서 설명한 다음, 적당히 이익 보고 파는 거. 근데 막상 사진 찍고 살펴보니까, 판매자님이 말한 단점이 체감이 안 됩니다. 제가 눈이 좋아졌나? 아니면 중고의 세계가 원래 이렇게 사기(?) 아니고… 그냥 운이 좋을 수도 있나? 아무튼 기분이 묘해요. 당장 재판매 글을 써야 하는데, “상태 좋아요” 말만 반복하게 되잖아요.
게다가 물건을 써보면 더 커져요. 며칠 써보니까 기능도 매끈하고 소음도 없고, 손에 닿는 감촉 같은 것도 괜찮아요. 제가 원래 사려던 목적대로 잘 돌아가는 걸 보니, 그냥 그대로 쓰면 되는데 굳이 팔아야 하나 싶어지는 거죠.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구매할 때 이미 “이 가격이면 나중에 팔 때도 괜찮겠네”라는 계산이 들어가 있잖아요. 이 계산이 제 머릿속에 이미 자리 잡아버린 느낌이에요.
그래서 고민이 커진 게 “어느 순간부터 내 마음이 이걸 내 거로 인정했냐”예요. 당근에서 뭔가 사면, 물건이 내 집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애매하게 정이 붙는 것 같아요. 사진만 보면 분명 중고인데, 제 생활 동선에 들어오면 그냥 새 물건처럼 느껴지거든요. 그럴수록 재판매할 때 제 스스로의 논리가 흔들립니다. “이 정도면 새 주인에게 줄 이유가 있나?” 싶어지는데, 팔면 또 제가 이득을 보게 되잖아요.
재판매를 하기로 마음먹으면 그다음은 글쓰기 문제예요. 당근 글은 솔직함이 생명인데, 솔직하면 할수록 제가 “거의 새 거”라고 써야 해요. 그러면 가격을 올리기도 애매하고, 그렇다고 싸게 팔자니 제 계획이 깨지고. 결국 중간 어딘가에서 줄타기를 하게 되는데, 그 줄타기가 제일 피곤합니다. 사람들은 “하자 있나요?”라고 묻는데, 제가 하자를 찾아내서 말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 그건 또 너무 억울하잖아요.
그래서 저는 요즘 스스로에게 질문을 계속 던지고 있어요. “이걸 팔아서 얻는 이익이, 내가 느끼는 껄끄러움보다 크냐?” 근데 솔직히 껄끄러움이 생각보다 커요. 거래는 서로의 컨디션을 믿고 하는 건데, 제가 지금 느끼는 건 ‘상태 좋은 물건을 내 이익을 위해 다시 유통’하는 느낌이랄까. 물론 중고 거래가 나쁘다는 건 아니고, 세상에 안 팔면 물건도 제 자리 못 찾는데… 그래도 마음이 자꾸 미묘하게 굴어요.
결국 며칠 더 써보기로 했습니다. 대신 사진 정리는 해뒀어요. 진짜 나중에 팔게 되면, “제가 써본 기간 동안 더 좋아진 느낌입니다” 같은 식으로 써도 되는지 생각해보려고요. 그런데 쓰면 쓸수록 더 좋아져요. 이러다 정말로 “팔 생각이었는데 그냥 내가 쓰려고요”가 되어버릴까 봐 겁나요. 당근은 늘 ‘다음’을 부르는데, 지금 물건이 너무 좋아서 ‘다음’이 멀어지는 기분이랄까요.
그래도 마지막엔 결론이 나더라고요. 아마 전 팔 거면 팔더라도, 지금처럼 상태 좋은 걸 과장해서 파는 건 안 할 것 같아요. 차익이 목적이 아니라, 그냥 운 좋게 좋은 걸 건졌다는 걸 인정하고 싶어요. 그리고 만약 결국 재판매를 안 하게 되면… 그건 그거대로 기록을 남길 겁니다. “당근으로 산 물건이 더 좋아서 재판매 고민하다가 결국 포기함” 이게 제 인생 썰의 엔딩이 되겠죠. 결론은 하나예요. 당근은 물건을 사는 곳인데, 가끔은 마음을 같이 데려오는 곳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