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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취방에 생긴 초미니 벌레, 대처법은 즉흥

2026-09-02 15:41:11 조회 9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자취방에 생긴 초미니 벌레를 처음 봤을 때, 나는 “설마 이게 그 설마인가?” 같은 표정을 지으며 한참을 들여다봤다. 사실 크기는 정말 말도 안 되게 작았다. 손가락 끝으로는 잘 안 잡히고, 눈으로만 “있다”는 느낌이 확실히 들었다. 문제는 그 벌레가 거실 구석이나 창가처럼 딱 정해진 곳에만 있는 게 아니라, 자꾸 이동하면서 흔적도 없이 나타났다는 거다.

처음엔 위생 문제인 줄 알고 냉장고부터 손봤다. 유통기한 지난 거 버리고, 싱크대 주변 물기 없애고, 음식물 쓰레기 통은 전용 봉투로 다시 묶었다. 그런데도 다음 날 또 보이는 거다. 그때부터는 머리가 새하얘지면서도 이상하게 “내가 지금 벌레랑 게임을 하고 있나?” 싶었다. 진짜 웃긴 건, 내가 잡으려고 하면 그 순간 어딘가로 사라지고, 내가 포기하면 또 나타난다는 타이밍이었다.

그날 밤, 나는 즉흥적으로 모든 걸 단순화하기로 했다. 인터넷에서 “초미니 벌레” 검색하면 벌레 종류가 열 개는 나오잖아. 근데 내 자취방은 분류학 연구소가 아니니까 그냥 “보이는 곳 기준으로 끝낸다” 모드로 갔다. 그래서 휴지 뭉치 하나 들고 조명 아래를 샅샅이 훑었다. 물론 잡히는 건 거의 없었다. 대신 휴지에 묻는 건 벌레가 아니라 내 손의 땀과 허탈함이었다.

그 다음엔 방식이 바뀌었다. 잡는 것보다 유도하기로 한 거다. 냉장고 옆, 싱크대 아래, 창문 틈 같은 데에 일단 휴지 조각을 대충 깔아뒀다. 그리고 밤에 불 끄고 살짝 조용히 기다렸다. 벌레는 조용히 오더라. 문제는 “내가 기대한 만큼” 가까이 오지 않는다는 것. 딱 보는 각도만 맞으면 보이는데, 각도가 조금만 바뀌면 갑자기 미스터리 영화 주인공처럼 사라져 버렸다.

그래서 나는 결국 즉흥의 한계를 인정하고, 현실적인 타협을 했다. 생활용품으로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최대한 벌레가 싫어할 만한 환경을 만들기. 즉, 물기 줄이고, 먼지 털고, 음식물 동선 없애고, 바닥은 계속 닦는 쪽으로 갔다. “청소를 벌레 퇴치로만 쓰지 말고, 내 멘탈 관리로도 쓰자”라고 스스로에게 말하면서 닦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숫자가 확 줄었다. 물론 완전히 0은 아니었지만, “매일 갑자기 등장하는 공포”에서 “가끔 눈에 띄는 귀찮음” 정도로 격이 낮아졌다.

그런데도 한 번 더 문제가 생겼다. 나는 욕실 쪽 배수구 근처에서 또 봤다. 거기서부터는 솔직히 좀 무서웠다. 왜냐하면 배수구는 내가 매일 청소하기엔 손이 잘 안 가는 위치잖아. 그래서 결국 바닥 물 고임 체크, 주변 실리콘 틈 점검까지 했다. 그리고 환기도 꾸준히 시켰다. 벌레가 좋아하는 환경이 습하고 어두운 곳이라는 걸, 내가 밤에 체감으로 배우게 된 셈이다.

그러다 어느 날, 진짜 웃긴 결론에 도착했다. 초미니 벌레가 “내가 뭘 잘못했기 때문”만은 아니더라. 창문 틈으로 들어오는 놈이 분명 있었고, 또 내가 집에 있는 동안 잠깐씩만 보였던 걸 보면 정착까지는 못 하는 것 같았다. 나는 그날부터 창문 방충망 상태를 확인하고, 틈이 느슨한 곳에는 임시로 테이프로 막았다. 그러니까 신기하게도 그 이후로는 “나 다시 오겠다” 같은 기색이 덜했다. 물론 가끔은 또 보이긴 하는데, 그건 이제 내가 너무 민감하게 살피는 탓도 있는 것 같다.

마무리로, 내가 배운 대처법을 딱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이거다. 즉흥은 하되, 반복되는 건 포기하지 말자. 잡으려고만 하면 더 도망가고, 청소를 대충 하면 다시 나타나고, 검색만 하다 보면 밤이 새고, 결국엔 “지속 가능한 관리”로 가야 끝이 난다. 그리고 무엇보다, 초미니 벌레가 나올 때마다 내가 바닥을 닦는 속도가 빨라졌다는 게 내 자취방의 유일한 성장 포인트가 됐다.

오늘도 가끔 조명 아래에서 아주 작은 점 같은 게 스쳐 지나가면 심장이 먼저 반응한다. 근데 이제는 그 반응이 “공포”가 아니라 “아, 또 왔구나. 너도 할 일이 있구나” 정도로 바뀌었다. 결국 벌레도 우주 여행 온 손님은 아니고, 우리도 매일 같이 사는 주인공일 뿐이니까. 자취방에서 벌레가 보이면 당황하지 말고, 일단 물기부터 줄이자. 그리고 마음은… 그래도 좀 웃으면서. 내가 한 번 웃어주고 나면, 그놈도 오늘만큼은 덜 성가시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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