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중에 ‘나도 해볼게’ 하다가 망한 썰
연애 중이었는데, 그때 내 머릿속에는 이상한 자신감이 늘 붙어다녔어요. 상대가 뭔가를 하면 “와 그거 멋있다”까지는 하겠는데, 이상하게도 끝에 꼭 “나도 해볼게”가 따라붙더라고요. 그 말은 그냥 귀엽게 들릴 수도 있는데, 문제는 제가 진짜로 해보겠다는 쪽으로 움직여버린다는 거죠. 시작은 항상 설렘이었고, 끝은 항상 제 자존심이었습니다.
첫 사건은 커플룩이었어요. 상대가 한 번 “요즘 이런 색 조합 예쁘더라” 하면서 사진 보여줬거든요. 저는 보자마자 “나도 해볼게!” 하고 옷을 사러 갔어요. 근데 제가 해볼 때는 ‘예쁘게 참고만 하기’가 아니라, 아예 다른 세상으로 점프하듯이 사버립니다. 색감은 비슷해 보이는데 분위기가 완전 달랐고, 거울 앞에서 저를 보는 순간 “아 이건 커플이 아니라… 이벤트 용 캐릭터 의상인데?” 싶더라고요.
그날 저녁에 상대가 “어? 나랑 비슷하게 맞췄다!” 하길래 순간 뿌듯했죠. 그런데 다음 장면에서 바로 들통났습니다. 상대는 자연스럽게 어울리게 맞춘 느낌이었고, 저는 딱 봐도 “내가 공부했다”는 티가 나는 스타일이었어요. 더 웃긴 건, 상대가 제 옷을 보면서 칭찬을 이어가려다 멈칫하더니 결국 “너… 잘 어울려. 근데 너 왜 그렇게 열심히 했어?” 이 한 마디로 끝났다는 겁니다. 그날 저는 ‘열심히’가 칭찬이 아니라 경고라는 걸 처음 배웠어요.
두 번째 사건은 요리였습니다. 상대가 가끔 “집에서 간단한 거 해먹으면 기분 좋아”라고 했거든요. 저는 즉시 “나도 해볼게!” 하고 레시피를 저장해두고 새벽에 장까지 봤어요. 문제는 제가 간단하다고 생각한 게 상대 기준이 아니라 제 기준이었다는 거예요. 상대는 ‘간단’이라서 기분이 좋아지는 거고, 저는 ‘간단’이라서 기분이 좋아질 때까지 요리 과정을 버티는 사람이었어요.
결과물은… 맛이 없진 않았습니다. 대신 접시에 담기기까지의 과정이 너무 드라마였어요. 불조절 타이밍을 놓쳐서 국물이 졸아들고, 소금도 “조금만”의 감각을 잃어버려서 간이 확 튀고, 결국 저는 마지막에 “자, 이제 데코를!” 하면서 고수 잎을 뿌리는데, 그 모습이 너무 ‘손님상’ 같아서 상대가 웃참을 하더라고요. 상대가 한 숟갈 떠먹고는 조용히 말했어요. “너… 사랑은 맛있는데, 요리는 조금 더 연습하자.” 그 말이 얼마나 잔인했는지요. 사랑은 진짜였으니까요. 근데 연습이 없어서 망한 거잖아요.
세 번째 사건은 운동이었습니다. 상대가 평소에 스트레칭을 하고 “몸 풀면 개운해”라고 말했어요. 저는 역시 “나도 해볼게!”를 외치며 유튜브를 틀었죠. 근데 여기서부터는 진짜로 과학적으로 망했습니다. 유튜브는 따라 하면 될 줄 알았는데, 저는 팔 각도에서부터 폼이 달랐고, 마지막엔 무릎을 삐끗해서 “나 괜찮아!”를 외치면서도 표정이 완전히 바뀌더라고요.
다음 날 상대가 보더니 “어제 왜 그렇게 급했어?”라고 물었는데, 저는 당당하게 “하고 나니까 개운하긴 하더라. 대신… 개운이 좀 늦게 왔어.”라고 했습니다. 상대는 한참 웃다가, 운동을 같이 하자고 하면서도 “근데 너는 ‘나도 해볼게’ 하기 전에 ‘나도 안전하게 해볼게’부터 해”라고 하더라고요. 그때부터 깨달았습니다. 저는 ‘말’로 시작하지만 ‘실행’으로 끝내야 하는 사람이 아니라, ‘실행’으로 시작해서 ‘말’로 수습하는 타입이었어요.
그리고 마지막이 제일 웃겼습니다. 상대가 갑자기 “사진 찍을 때 표정 이렇게 하면 자연스럽더라” 하더니, 본인이 바로 거울 앞에서 예시를 보여줬어요. 저는 또 그 순간 “나도 해볼게!” 하고 휴대폰 전면 카메라를 켰는데, 문제는 제가 자연스럽게 하려고 했던 표정이… 너무 자연스럽게 망가진 거예요. 한 번은 윙크를 하다가 눈이 덜 떠지고, 한 번은 미소를 하다가 입꼬리가 반쯤 내려갔고, 세 번째는 거의 표정이 ‘알림 종료’ 버튼 누른 느낌이었습니다.
상대가 사진을 보더니 조용히 말했어요. “너… 노력하는 얼굴은 진짜 귀여운데, 그 노력의 방향이 계속 내 예상 밖이야.” 저는 뭐라고 변명도 못 했죠. 왜냐하면 제 “나도 해볼게”는 항상 상대를 따라가려는 마음이었는데, 결과가 제 자존심을 먼저 따라오더라고요. 결국 그날 우리는 사진을 제대로 건지진 못했지만, 같이 웃는 데는 성공했습니다. 연애는 결국 완벽함보다 같이 망하는 걸 견디는 거라는 걸, 그때서야 알았어요.
지금도 저는 종종 “나도 해볼게”를 입 밖으로 꺼내려다가, 상대가 먼저 제 표정을 보곤 손을 들어요. 그리고는 “이번엔 뭐부터 안전하게?” 하고 물어봅니다. 저는 이제 웬만하면 “나도 해볼게” 대신 “나도 같이 해볼게”라고 바꾸려고 노력 중이에요. 그래도 가끔은 또 터지거든요. 근데 뭐, 연애는 어차피 합 맞추는 게임이라서요. 망해도 같이 웃으면 그게 추억이 되더라는 걸… 제가 제일 늦게 배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