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최신글
유머/짤방 유머 추천 0

당근 올렸는데 연락은 많은데 다 스팸인 날

2026-09-04 00:41:14 조회 13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당근 올렸는데 연락은 많은데 다 스팸인 날, 진짜 그날은 “사람이 살기는 사는구나” 싶다가도 10분 뒤엔 “아니, 사람이 아니라 자동응답 로봇이 사는구나”로 결론 나더라.

처음엔 기분 좋았어. 새벽에 올리고 나서 알림이 쉴 새 없이 울리는데, 목록 화면을 보는 내 손가락이 갑자기 게임 캐릭터 마냥 빨라지더라고. “오늘은 잘 팔리겠다” 싶어서 사진도 자세히 올렸고, 가격도 고민해서 적당히 해놨거든. 근데 문제는, 첫 연락부터 뭔가 느낌이 달랐다는 거야.

대충 내용이 다 비슷비슷해. “안녕하세요 판매자님. 저는 해외에서 보고 연락드렸습니다” 같은 문장으로 시작해서, 이어지는 건 항상 링크나 확인이 필요하다는 말. 나도 처음엔 혹시나 해서 링크를 눌러볼까 싶었는데, 그 순간 내 머릿속에서 “당근은 당근이지”라는 안전벨트가 딱 채워지더라. 그래서 하나씩 무시하고 답장 안 했지.

그런데 신기한 건, 무시할수록 연락이 더 와. “판매자님, 급하게 구매합니다. 결제는 여기로 하셔야 안전합니다” 같은 걸로 또 오고, 또 오고, 또 오고. 같은 시간대에 유사 문구로 연속으로 들어오니까, 마치 내가 상품을 올린 게 아니라 스팸용 미끼를 낚싯대에 꿰어 둔 느낌이었어. 괜히 내 닉네임이 검색 키워드에 걸린 건가 싶어서, 스스로를 잠깐 의심하게 됨.

그래도 마음은 다스려야 하니까, 나는 나름대로 ‘진짜 사람’일 가능성을 남겨두고 답을 한 번 해봤어. “가격은 얼마고, 직거래는 언제 가능해요?”라고 물었는데, 상대는 그 질문에 답을 안 하고 “네 판매자님 링크 확인 부탁드립니다”만 반복하더라. 그때 확실히 알겠더라. 이건 판매 대화가 아니라, 내 계정에 댓글처럼 붙여 넣기만 하는 시스템이구나 하고.

문제는 스팸이 한두 건이면 그냥 귀찮지. 그런데 그날은 하루 종일 그랬어. 알림이 오는 소리가 아니라, ‘당근 알림 폭격’ 소리처럼 들리더라. 난 분명히 중고거래를 기다리는 중인데, 내 휴대폰은 마치 콜센터처럼 계속 연결음을 내고 있었고, 나는 계속 “지금은 통화가 어렵습니다” 버튼을 누르는 사람처럼 살게 됐지.

그래서 결국 방법을 바꿨어. 상품 글을 더 자세히 쓰고, “링크 절대 보내지 마세요. 직거래만 합니다”라고 아주 정중하게 적었거든. 근데 이게 또 역효과였는지, 문구가 더 눈에 띄었는지, 스팸이 더 똑같은 문장으로 바뀌더라. “네 판매자님 직거래 가능하십니까? 안전 결제 링크 드립니다” 이러면서, 직거래를 물어봐 놓고는 또 링크를 요구하는 거지.

그날 중간쯤엔 그냥 웃기더라. 내가 올린 건 사실 별거 아니었어. 생활하다가 정리한 물건 하나였고, 가격도 부담 없게 잡아놨는데. 그런데도 스팸들은 마치 내가 금고를 판다는 듯한 톤으로 굴어. “한정 수량입니다” “빠른 결정 부탁합니다” “해외 배송 가능합니다” 같은 말이 연달아 오니까, 나는 점점 이게 무슨 드라마인지 감 잡히더라. 내 물건이 아니라, 내 채팅창이 스토리의 주인공이 된 느낌.

그리고 마지막으로 진짜로 웃긴 건, 몇 시간 뒤에 딱 한 분이 정상적으로 연락이 왔다는 거야. 그분은 “안녕하세요, 사진 잘 봤어요. 상태 괜찮으시면 오늘 몇 시쯤 가능할까요?”라고 묻더라. 나는 그 순간 스팸 필터가 아니라 인생이 잠깐 맑아지는 느낌을 받았고, 거의 감동해서 답장할 뻔했어. 근데 대화가 시작되자마자, 그분이 “혹시 링크는 괜찮을까요?”라고 물어보는 거야. 아마도 그분도 스팸을 구분하다가 멘탈이 흔들린 걸 수도 있겠지. 어쨌든 그날은 결국, 내가 스팸을 피하려다 스팸과 동행하는 하루가 되어버렸어.

당근 올렸는데 연락은 많은데 다 스팸인 날, 결론은 간단해. “알림은 많이 오는데, 마음은 하나도 안 오더라”였어. 그래도 덕분에 내가 진짜로 뭔가를 팔고 싶을 때는 글을 더 깔끔하게 쓰고, 답장 전략도 세우게 됐고, 다음 날엔 진짜 구매자가 오긴 오더라고. 그러니까 오늘은 스팸이 날 놀리지만, 언젠가는 스팸도 지쳐서 자동으로 꺼지겠지—그날만 기다리며 내 채팅창을 조용히 달래는 중이야.

이 글 반응 남기기
추천과 비추천은 회원당 1회만 가능하며, 다시 누르면 취소됩니다.
추천 0 · 비추천 0
글 신고 안내
같은 회원은 같은 글이나 댓글을 1회만 신고할 수 있으며, 누적 신고가 5회 이상이면 자동으로 숨김 처리됩니다.
현재 글 신고 0회

댓글

댓글 작성은 로그인 후 가능합니다.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