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하면서 내비가 시키는 대로 가다 골목 대참사
운전하면서 내비가 시키는 대로 가다 골목 대참사, 그날도 별일 없겠지 싶어서 출발했는데… 결론부터 말하면 “별일”이 제일 크게 터졌어요. 퇴근길에 목적지는 간단했거든요. 내비가 “곧장 우회하세요”라고 말하자마자, 저는 그 말을 진짜 곧장 믿고 따라갔습니다.
처음엔 그냥 평범했어요. 고속도로 비슷한 도로에서 내려와서 신호 잘 받고, 차도 적당히 흐르고, 내비도 “왼쪽으로 200미터 이동 후 회전” 이런 식으로 아주 성실하게 안내하더라고요. 저는 운전하면서 내비 목소리가 너무 친절해서, 왠지 제 속도를 맞춰주는 느낌까지 들었어요. 그래서 더 안심한 거죠.
근데 어느 순간부터 안내가 살짝 이상해지더니, 목소리가 점점 ‘골목 골목’ 쪽으로 스며들기 시작했어요. “우회전 후 골목길로 들어갑니다.” “좌회전. 진입하시면 바로 나옵니다.” 이런 멘트가 연달아 나오는데, 제 눈에는 도로 표지판은 없고 길은 좁아지고, 가로수 사이로 차가 들어갈 만한 공간이 아닌데 자꾸 들어가라고 하더라고요.
특히 문제는 내비가 “바로 앞 30미터 후 목적지 도착”이라고 하면서도, 실제로는 계속 돌아가게 만드는 그 느낌이었어요. 지도 화면에는 분명 길이 이어져 있는데, 현실의 길은 ‘이어져 있다’기보단 ‘끼워 맞춘 듯’ 이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길 양옆엔 주차된 차들이 빽빽하게 서 있고, 제 차는 점점 숨이 차는 것처럼 느려졌어요.
그래도 저는 “설마 여기까지 막혔겠어?” 하고 용기 냈죠. 그런데 그 용기가 딱 10초 만에 산산조각 났습니다. 이유가 뭐냐면… 골목 끝에 공사 바리케이드가 딱 버티고 있었거든요. 근데 내비는 계속 “진행하세요”만 하더라구요. 화면엔 길이 열려 있었고, 제 앞엔 현실의 벽이 있었고, 저는 둘 사이에서 멘탈만 갈렸습니다.
바리케이드 옆으로 조금 비켜서 보니까 사람들이 손으로 든 표지판을 들고 있더라고요. “여기 막힘” “진입 금지” 같은 내용이었는데, 내비는 그런 정보를 아예 없는 것처럼 안내했어요. 그래서 저는 급하게 후진 각을 봤는데, 문제는 골목이 진짜로 좁아서 후진이 아니라 “옆으로 비틀기”에 가까운 동작이 나왔습니다.
그 순간부터 대참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어요. 제 뒤에는 경차 한 대가 따라 들어오고 있었고, 저는 브레이크를 밟으면서도 핸들을 조금씩 꺾어야 하는 상황이라, 차가 앞으로 가는지 옆으로 가는지 헷갈릴 정도였습니다. 옆에는 주차된 차량들이 줄줄이 붙어 있어서 사이 간격이 너무 얇아서, 제 상상 속엔 이미 제 차가 누군가의 옆구리를 살짝 스쳤을 때의 장면이 영화처럼 지나갔습니다.
그래도 어떻게든 빠져나오려고 했는데, 내비가 또 한 번 진심으로 저를 배신했습니다. 갑자기 화면이 새 경로를 띄우더니 “방금 경로를 벗어났습니다. 다시 안내합니다.” 이러는 거예요. 물론 벗어난 건 제 입장이지만요. 저는 그 말 듣자마자 속으로 “나 지금 벗어난 게 아니라, 네가 길을 만들어낸 거야…”라고 생각했죠.
결국 옆길로 빠져나가긴 했는데, 그 과정에서 제 차는 마치 ‘골목 탈출 퀴즈’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한 번은 전진, 한 번은 후진, 한 번은 정지 후 재출발, 그리고 마지막엔 “여기서 유턴 가능합니다”라는 안내가 나왔는데… 주변이 유턴 가능한 곳이 아니라 그냥 길이 더 좁아지는 곳이었어요. 그때 저는 깨달았습니다. 내비는 길을 ‘계산’하지만, 현실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 ‘공간’이라는 걸요.
다행히 큰 사고 없이 빠져나오긴 했는데요, 도착한 뒤에 내비 기록을 봤더니 경로가 이렇게 돼 있더라고요. “공사장 통과” “주차 차량 사이 통과” “보행자 구역 횡단 후 진입” 같은, 사람이 보면 기겁할 상상도가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그날 이후로 저는 내비 말을 무조건 ‘참고’로 바꿨어요. 그리고 지금도 골목에서 내비가 “진입하세요”라고 하면, 저는 먼저 표지판을 보고… 아주 가끔은 목소리보다 제 눈을 믿는 편이더라구요. 결국 운전은 내비가 아니라 내가 하는 거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