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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마감 임박하면 등장하는 해결사

2026-09-06 00:41:12 조회 6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마감 임박하면 회사에 꼭 나타나는 해결사가 있어요. 아니 “나타난다”가 맞아요. 제가 보기엔 제가 야근을 시작하면 그분도 같이 출근한 것처럼 타이밍이 딱딱 맞거든요. 보통 오후 6시 40분쯤, 엑셀 파일은 벌써 깨져 있고 팀장은 “이거 내일 아침에 고객사로 보내야 해요” 같은 말을 입에 올리는 순간, 그 해결사가 컴퓨터 앞에 조용히 앉아 있더라고요. 누가 부르지도 않았는데요.

처음엔 진짜 능력자인 줄 알았어요. 다들 “저분이 해결사야”라고만 하고, 정작 어떤 해결을 하는지 설명은 한마디도 없었거든요. 저는 호기심에 한 번 물어봤죠. “사수님, 근데 보통 뭘로 해결하세요?” 그러자 그분이 웃으면서 딱 한마디만 하더라고요. “마감은 사람을 겁주지, 데이터는 안 겁먹어.” 그 말이 뭔 뜻인지 한참 뒤에야 알게 됐습니다.

그날도 마감이었어요. 오후 7시부터가 진짜 전쟁이잖아요. 팀장은 회의실에서 종이컵 커피를 손에 쥐고 “일단 급한 건 보내야 하니까” 같은 말만 반복하고, 저는 수정 내역을 추적하다가 버전이 꼬여서 파일명을 세 번이나 바꿨습니다. 그런데 해결사가 나타나자마자 제 옆으로 오더니, 제 모니터를 보지도 않고 손만 툭툭 치더라고요. “이거 왜 이렇게 돼 있어요?”라고 묻기도 전에, 그는 바로 ‘원본’ 탭을 눌러서 다시 불러오더니, 깨져 있던 표를 자동으로 복원해버렸어요.

그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고객사 양식에 맞춰야 하는데, 우리가 쓰는 양식은 매번 조금씩 달라져요. 그런데 그 해결사는 매뉴얼을 찾지 않고, 그냥 제 작업 폴더에서 “지난번에 누가 했다”를 찾아내더라고요. 폴더를 뒤지면 규칙이 보여요. 파일이름이 이상하게 섞여 있거나, 슬쩍 다른 사람이 만든 흔적이 남아 있거나. 해결사는 그런 흔적만 보면 “아 이건 A가 마지막으로 고치고 퇴근했네”를 바로 알아차리더라구요. 저는 그걸 보면서 ‘이 사람은 혹시 엑셀보다 사람 심리를 더 잘 읽는 건가?’ 싶었어요.

그런데 이 해결사의 진짜 무기는 따로 있어요. 저는 데이터 정리보다, 그 사이에 끼어드는 사람들 때문에 더 망가지는 걸 많이 봤거든요. 마감 때는 꼭 한 명이 추가 요청을 합니다. “아 잠깐만요, 이거 문구 톤 좀 더 부드럽게 바꿀 수 있어요?” 같은 요청이요. 그 순간부터 다들 멘탈이 무너져요. 그런데 해결사는 요청을 받으면 바로 화면에 메모를 남기더니, 기존 문구를 건드리지 않고 “수정본 후보”로 따로 분리해요. 그러고는 고객사 담당자에게 보내기 전, 팀장이 “이거 지금 반영했어?”라고 물어볼 때 ‘반영 완료’라고 말하지 않고, “후보는 준비돼 있고, 확정만 하면 됩니다”라고 딱 잘라 답합니다. 그 말에 팀장이 왜인지 그 자리에서 멈칫해요.

그때 깨달았죠. 해결사는 실력이 좋아서 나타나는 게 아니라, 마감이 사람을 망가뜨리는 방식을 알고 있어서 나타나는 거구나 싶었어요. 팀장은 급하게 덮어쓰기를 시키고, 급하게 결정을 내리고, 급하게 결과물을 내놓고 싶어 하잖아요. 근데 해결사는 급함을 ‘작업’으로 바꾸지 ‘선택’으로 바꾸지 않아요. 즉, 급한 건 빠르게 준비하고, 중요한 건 확실하게 결정하자는 쪽이죠. 그래서 사람들은 처음엔 답답해하다가도, 막상 결과가 좋아지면 “역시 해결사”라고 자동으로 칭찬을 시작합니다.

제가 제일 신기했던 건, 그분이 어느 순간 퇴근을 한다는 거예요. 정확히 말하면, 마감이 끝난 뒤에 갑자기 사라집니다. 파일이 완성되고 팀장이 “전송!”을 외치면 그 해결사는 이미 다른 곳에 있어요. 제가 “혹시 여기서 계속 지켜보시는 건가요?”라고 물어본 적이 있는데, 그분이 다시 그 웃음을 지으며 말했어요. “저는 전송까지는 보고 있어요. 근데 전송 이후는… 팀장님 몫이에요.” 그러고는 마우스를 딱 내려놓고, 마치 본인이 마감 시간을 기차표처럼 찍어둔 사람 같더라고요.

전송 후에 보통 칭찬이 쏟아지는데, 해결사는 그 칭찬도 크게 받지 않아요. 오히려 팀장보다 먼저 “다음엔 이런 상황이 없게 하려면 뭐부터 손봐야 할까요?” 같은 질문을 던집니다. 그러면 다들 또 귀찮아하는 표정을 짓다가, 한 번씩은 “맞네”라고 고개를 끄덕여요. 그리고 다음 마감이 오면 또 그 해결사가 등장하죠. 저희 회사에 전설처럼 남는 말이 하나 생겼습니다. “해결사는 엑셀이 아니라 타이밍을 저장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오늘도 오후 7시 5분이 되자 제 파일이 또 이상해졌습니다. 이번엔 표가 아니라 슬쩍 문구가 꼬여 있었어요. 저는 손이 저절로 떨리는데, 그 해결사는 또 어딘가에서 조용히 나타나더니, 제 옆에 앉지도 않고 모니터만 한 번 보고는 이렇게 말하더라고요. “아, 이건 덮어쓰면 더 망가지는 타입이에요.” 그 말 한 줄이 진짜 위로가 됐어요. 마감이 무섭게 느껴질 때마다, 누군가가 이미 ‘망가지는 길’ 말고 ‘복구하는 길’을 알고 있다는 게, 이상하게도 사람을 버티게 하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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