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취방에 생긴 곰팡이 포인트, 원인이 의외
자취방에 곰팡이 포인트가 딱 찍혔어요. 그것도 “아 이건 그냥 물기 스쳐 지나간 정도겠지?” 싶은 동네가 아니라, 거실 쪽 벽을 보고 있으면 눈이 자동으로 그 부분으로 끌려가는 위치에요. 처음엔 제가 실수로 벽에 뭔가 묻혔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날 보니까 점점 범위가 넓어지더라고요. 그래서 사진 찍어서 검색을 했죠. 검색 결과는 한마디로 “곰팡이는 방치하면 답 없음”이었어요.
문제는 제가 엄청 깔끔한 편이라고 믿고 살았다는 점이에요. 자취생치곤 청소도 자주 하고, 창문도 자주 열고, 빨래는 건조대에서 잘 말리는데 왜 곰팡이가 생기냐는 거죠. 심지어 그 벽은 제가 매일 보는 곳이라, 먼지가 쌓인 흔적도 거의 없거든요. 그래서 더 황당했어요. “내 집이 왜 이런데?” 싶은 그 감정이 딱 올라오는데, 동시에 “원인이 뭘까” 머리가 복잡해지더라고요.
처음 의심한 건 당연히 습기였어요. 창문을 열어도 습하긴 습하니까요. 그래서 제 생활을 돌아보기 시작했죠. 샤워 후에 환기했는지, 빨래를 실내에 말리는지, 가습기를 틀었는지, 난방은 어떻게 하는지 이런 걸 하나씩 체크했습니다. 결론은 “내가 보기엔 정상”이었어요. 그런데 곰팡이는 이미 벽에서 자기 길을 만들고 있었고, 그게 너무 당당해서 더 기분이 별로였어요.
그래서 이번엔 원인을 찾으려고 벽을 손으로 만져봤어요. 근데 냉기가 확 느껴지는 거예요. 특히 곰팡이 있는 부분 주변이 다른 벽보다 유난히 차갑고, 만지면 살짝 축축한 느낌까지 났어요. 그 순간 머릿속에 번쩍 떠오른 게 있었죠. “이 집, 단열이 좀 약한가?” 싶었고요. 근데 인터넷에서 단열 얘기 찾아보면 무조건 ‘창문 틈’이나 ‘결로’로 연결되잖아요. 그래서 그쪽부터 보려고 했어요.
그런데 여기서 진짜 의외의 원인이 나옵니다. 제가 곰팡이 포인트 바로 앞에 있는 가구 배치를 한 번 확인했거든요. 벽과 아주 딱 붙여 둔 책장 하나가 있었어요. 처음 이사했을 때 책장 놓는 게 편해서 그냥 그대로 쭉 두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그 책장 뒤쪽이 통풍이 거의 안 되는 구조였던 거예요. 책장이 벽을 ‘막아버리니까’ 공기가 순환을 못 하고, 벽은 차가운데 안쪽 공기는 습해지고… 그러면 결로가 생기면서 곰팡이가 시작되는 그림이 딱 나오더라고요.
그제야 왜 점점 커지는지 이해가 됐어요. 책장 뒤쪽에선 제가 절대 눈치 못 채는 미세한 물기가 계속 쌓였고, 어느 순간부터는 표면에 검은 점들이 올라오기 시작한 거죠. 더 황당한 건, 책장 뒤쪽은 제가 청소할 때도 잘 안 닿는 구역이라서 방치한 시간이 길었단 말이에요. 제가 습기 관리를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제가 일부러 곰팡이에게 “여긴 집이야” 하고 길을 깔아준 셈이었어요.
그래서 바로 조치 들어갔습니다. 책장을 살짝 띄우고, 곰팡이 있던 부분은 곰팡이 제거제랑 마른 천으로 조심스럽게 닦았어요. 그리고 벽이 완전히 마를 때까지는 그 자리엔 뭘 붙이지 말자, 환기는 계속 하자, 가능하면 제습도 보조로 걸자 이렇게 정했죠. 이때부터는 뭔가 생활 루틴이 달라졌어요. 샤워 끝나면 무조건 환기, 빨래는 가능하면 덜 몰아두기, 그리고 가구는 벽에 붙이지 않기. 이런 게 다 합쳐져서 “원인 하나를 바로잡는 게 이렇게 중요하구나”를 체감했어요.
근데 진짜 웃긴 건, 제가 그 책장을 놓은 이유가 딱 하나였다는 거예요. “벽이 허전해서 채우면 공간이 예뻐 보이니까”였거든요. 그러니까 제가 만든 인테리어가 곰팡이에게는 최적의 은신처였던 거죠. 그날 저녁에 조명 끄고 방 둘러보는데, 책장 뒤쪽이 얼마나 숨 막혔는지 새삼 느껴졌습니다. 곰팡이는 잘못이 아니라 환경빨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더라고요.
결국 며칠 지나고 나서 표면은 다시 번지지 않기 시작했고, 냄새도 옅어졌어요. 완전히 끝났다고 단정하긴 아직 조심스럽지만, 최소한 더 이상 ‘점이 자라나는 느낌’은 없어졌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배웠죠. 자취방에서 곰팡이 포인트는 대개 벽만 문제인 게 아니라, 우리가 미는 동선과 가구 배치가 원인인 경우가 있더라고요.
지금은 책장을 벽에서 조금 띄워 놓고, 가끔 그쪽을 확인하는 습관까지 생겼어요. 가끔 친구가 놀러 와서 “벽에 뭔가 있었어?” 물어보면, 저는 괜히 으쓱하면서 “원인이 의외야”라고만 말해요. 그리고 다음 말은 항상 같아요. “책장이 벽을 너무 껴안고 있었거든.” 그 한마디로 대화가 끝나는데, 이상하게 들을 때마다 제 얼굴도 같이 웃기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