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복도 끝에서 본 이상한 흰 가운의 사람
그날 밤, 병원의 복도 끝에서 본 이상한 흰 가운의 사람 때문에 아직도 머리가 멍하다. 내가 근무하는 병원은 24시간 운영하는 곳이라 야간 근무가 자주 있는데, 보통은 한산한 복도에서 환자나 간호사 몇 명만 지나갈 뿐이다. 그런데 그날은 끝쪽 복도에서 누군가가 서 있는 게 멀리서도 확실히 보였다.
처음에는 당연히 내 생각에 신입 의사나 간호사일 거라 생각하고 다가갔다. 근데 가까이 갈수록 이상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흰 가운을 입었는데, 이상하게 옷이 빛을 받으면 약간 투명하게 보이는 것 같았고, 얼굴은 음영에 가려서 정확히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지금 몇 시야?”라고 물었는데 대답이 없었다.
나는 다시 “괜찮냐”고 물었는데, 움직임도 없이 서 있기만 해서 순간 긴장됐다. 병원 직원들이라면 이름이라도 대답했을 텐데 아무 말도 없다 보니 점점 무서워졌다. 그래서 핸드폰 플래시를 켜서 그 사람 얼굴을 비춰봤는데, 놀랍게도 얼굴이 없었다. 정확히 말하면, 얼굴이 너무 희미해서 눈, 코, 입 어디에도 형체가 잡히지 않았다.
나는 그 자리에 얼어붙었고, 그 사람은 천천히 내 쪽을 바라보는 듯했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머리는 고개를 돌리지 않고 눈빛도 느껴지지 않았다. 순간 몸이 굳어서 도망가고 싶었지만, 내 발은 땅에 박힌 것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갑자기 복도 끝에 있는 무언가가 부서지는 소리가 나서 그쪽으로 시선을 돌렸는데, 다시 돌아보니 그 사람은 사라져 있었다.
나는 주위에 간호사나 의사가 있는지 찾으려고 급하게 복도를 뛰어 나갔고, 근처 CCTV를 확인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보안팀에서 확인해본 결과 해당 시간에 복도 끝에 사람이 서 있는 모습은 전혀 찍히지 않았단다. CCTV 화면 속에는 텅 빈 복도만 있었다고.
그 이후로도 같은 시간에 근무할 때면 종종 그 복도 끝이 신경 쓰였지만, 다시는 그 흰 가운의 사람을 볼 수 없었다. 병원 내에서는 오래 전 사고로 사망한 어떤 의사가 밤마다 나타난다는 소문이 돌곤 했다. 근데 그날 내가 본 인상과 너무 비슷해서 혹시 그 의사였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사실 이런 얘기 사람들한테 쉽게 하지 않았다. 괜히 웃음거리 되거나 과장된 이야기 취급 받을까 봐서. 그런데 한 번은 동료 간호사가 나랑 똑같은 시간대에 그 복도 끝에서 이상한 존재를 봤다고 고백한 적도 있었다. 그때 후덜덜했던 기분이 다시 떠올랐다.
요즘도 가끔 심야 근무 복도에서 누군가 서 있을 것만 같은 기분에 몸이 굳을 때가 있다. 그 흰 가운 입은 사람은 분명히 실재하는 것 같진 않은데, 그날의 분위기와 정체 모를 존재감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아마 병원의 밤은 낮과 달리 우리가 알지 못하는 것들이 숨어 있는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