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주차하다가 ‘딱 한 번만’ 반복된 실수
차를 주차하러 들어간 건데, 그날따라 주차장이 너무 조용했어요. 바람 소리랑 라디오 잡음 같은 게 더 크게 들리고, 내 머릿속은 “딱 한 칸만 깔끔하게 맞추면 끝”이라는 생각으로 꽉 차 있더라고요. 문제는 ‘깔끔하게’가 아니라 ‘딱’이었죠.
처음부터 삐끗한 건 아니에요. 옆 차 사이도 적당했고, 뒤에 누가 빵빵댈 분위기는 전혀 없었어요. 그냥 저는 운전석에 앉자마자 거울 2번 보고, 사이드 미러 각도 확인하고, 내 차가 들어갈 궤적을 머릿속으로 한 번 그린 다음에 시동 걸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앞 유리창에 먼지가 생각나서 와이퍼 한 번 올리고 내렸는데, 그 타이밍이… 타이밍이 딱 그거였어요.
주차칸 앞에서 차를 아주 천천히 빼서 들어가는데, 차가 “어? 생각보다 더 들어가네” 싶었죠. 그래서 핸들을 아주 살짝만 더 꺾는다는 게, 제 손이 살짝이 아니라 살짝의 살짝이 되어버렸어요. 차가 한 2초 정도 늦게 따라오더니, 그 짧은 시간 동안 제 마음은 이미 내 차가 완벽히 들어간 상상으로 가 있었고요.
그래서 브레이크를 밟으면서 멈췄는데, 상태를 보니 앞쪽은 괜찮고 뒤쪽이 애매했어요. “아, 뒤만 아주 조금만” 하고 바로 후진 들어가려고 했는데, 그때 제 입에서 무의식적으로 문장이 나왔습니다. “딱 한 번만 다시 해보자.” 이 한 번이요. 인생의 대부분이 그렇듯, 한 번은 생각보다 길더라고요.
후진 한 번. 차가 뒤로 움직이면서 각도를 잡는데, 그 순간 제가 또 착각한 게 있어요. 주차칸이 넓은 줄 알았는데, 사실은 옆 라인이 조금 더 가까웠던 거죠. 그런데도 저는 속으로 “괜찮아, 딱 한 번만”이라며 계속 조정했어요. 조정은 잘 됐는데, 거기까지가 문제였죠. 바퀴가 라인을 스치고 지나가긴 했거든요. 큰 사고는 아니지만, 그 ‘스치’가 마음에 남는 느낌이 있어요. 마치 누가 가볍게 어깨를 툭 친 것 같은.
저는 그걸 보고도 마음이 이상하게 편했어요. “스친 건 스친 거지, 접촉은 아니잖아.” 이런 식으로요. 그리고 또 한 번, 정확히 한 번만 더 하면 될 것 같았죠. 그래서 이번엔 전진으로 미세하게 맞춰보려 했는데, 전진이 시작되자마자 또 똑같이 생각이 들더라고요. “또 딱 한 번만.” 진짜로요. 그 말이 입에서 나온 순간부터 이미 제 운전은 ‘계획’이 아니라 ‘습관’이 되었어요.
전진으로 조금 빼는데, 이번에는 제가 욕심이 생겼어요. “한 번만 더 당기면 완벽히 중앙” 이러면서요. 그런데 차가 중앙으로 가는 길목에서 바닥의 작은 턱이 걸렸는지, 차가 미세하게 튕기듯이 움직였고 그 틱 소리에 제가 움찔했어요. 그 순간 깨달았죠. 아, 지금 내가 하는 건 주차가 아니라 리듬게임이구나. 성공하면 박수 칠 줄 알았는데, 성공해도 점수가 안 나오는 그런 게임.
결국 저는 차에서 내려서 확인했어요. 다행히 ‘크게’는 없었어요. 하지만 바퀴 주변 쓸림 같은 게 보이더라고요. 문제는 그 다음이었습니다. 옆에 있던 차주가 그 타이밍에 딱 나오더니, 저랑 눈을 마주치고는 아무 말 없이 제 차를 한 바퀴 보고 가는 거예요. 그 눈빛이요. “괜찮겠지?”가 아니라 “너 지금까지 무슨 생각이었냐” 같은 눈빛. 저는 그 자리에서 말이 안 나왔고, 그럴수록 머릿속은 더 빨리 돌아갔어요. 주차하면서 가장 빠른 건 엔진이 아니라 자책이더라고요.
그날 이후로 저는 주차에서 한 번이라는 말을 금지했어요. ‘딱’이라는 단어도요. 대신 “한 번은 확인, 두 번은 타이밍, 세 번은 그냥 나가서 다시” 같은 규칙을 세웠는데, 이상하게도 그 규칙을 만들 때는 또 자신감이 생기더라고요. 사람 마음이란 게, 고장 난 걸 수리하기 전에 먼저 설명서부터 상상하니까요. 그래도 다행인 건, 그때 큰 사고로 번지진 않았다는 거예요. 그리고 무엇보다… 제가 차에서 내릴 때마다 바닥을 보게 됐어요.
결론적으로 그 실수는 생각보다 별거 아니었지만, 제 뇌는 그날 이후로 “딱 한 번만”을 자동으로 경보하는 기능이 생겼습니다. 지금도 주차장 들어가기 직전에 속으로 경고음이 울려요. 마치 ‘한 번만’ 말하는 순간, 바로 뒤로 한 칸 더 간다 같은 느낌으로요. 그래서 저는 오늘도 최대한 천천히, 최대한 멈칫하지 않으면서 주차해요. 그리고 혹시 누가 제 차 앞에서 “딱 한 번만” 하려는 기색을 보이면… 전 보이지 않는 손으로 브레이크를 잡아주는 사람이 되어버립니다. 결국 주차는 실력도 실력이지만, 말을 함부로 하지 않는 연습이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