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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회의 자료 찾다가 내 폰만 고장남

2026-09-07 10:41:12 조회 10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회사에서 회의 자료 찾다가 내 폰만 고장남. 그날따라 사내 메신저 공지에 “오늘 3시에 바로 시작합니다”가 뜨고, 팀장님이 “자료는 누가든 바로 열어봐야 돼”라고 하셨거든요. 저는 당연히 준비돼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막상 제 자리에서 노트북 화면을 켜는 순간부터 뇌가 “어… 어제 저장한 거 어디더라”를 외치기 시작했어요.

처음엔 태연했어요. 회의자료 폴더 들어가서 찾으면 되지, 싶었죠. 문제는 그 폴더가 여러 개라는 거예요. ‘공유/팀/분기/회의’ 이런 식으로 폴더가 계층형 미로처럼 되어 있어서, 제가 아는 길로 들어가면 항상 비슷한 파일명만 주르륵 보이는 느낌. 결국 검색창에 “회의자료_최신”을 넣었는데 결과가 너무 많아서, 손가락이 바빠지기 시작했어요.

그래도 괜찮았어요. 최신 버전은 확실히 있겠지… 하고 저는 파일을 열어보려고 했고, 그 과정에서 계속 “다운로드 중”이 뜨더니 어느 순간 노트북이 뚝, 하고 멈칫했어요. 팀원들 다들 하는 말이 “노트북은 원래 그래”라길래 저도 그러려니 했죠. 그런데 그때 옆에서 팀장님이 한마디 던지셨어요. “자료 링크는 폰으로도 바로 봐야지.”

그래서 저는 급하게 폰을 꺼냈어요. 평소엔 통근할 때나 쓰던 폰인데, 회사에서는 괜히 만능처럼 취급되는 그 분위기 있잖아요. 폰으로 사내 시스템 접속하려고 했는데, 화면이 한 번 켜졌다가 어두워지길래 “아 배터리 없나?” 싶었죠. 충전 단자에 꽂으려다 보니까 케이블이 좀 뻑뻑해서, 살짝 힘을 줬는데… 그 순간부터 폰이 진짜로 고장 난 것처럼 반응이 멈췄습니다.

처음엔 화면이 멀쩡하다가 ‘충전 중’ 아이콘만 왔다 갔다 하더니, 곧바로 완전히 먹통이 됐어요. 손으로 두어 번 눌러보면 되겠지 싶어서 가볍게 톡톡 치는데, 그게 왠지 “여기 고장났어요”라는 신호처럼 느껴지는 거예요. 옆자리 대리가 “폰 떨어뜨렸어요?”라고 물었는데, 저는 떨어뜨린 적이 없거든요. 그럼 뭐가 문제냐—바로 제가 지금까지 검색하고 클릭한 그 모든 과정이 제 마음속에서 폰한테 공격을 가한 거 아니냐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결국 회의 시작 10분 전, 저는 폰이 사망해버린 채로 팀장님 앞에 서서 “자료는… 제가 지금 찾는 중입니다”라고 말해야 했어요. 팀장님 표정이 그 특유의 ‘지금 농담하는 거 아니지?’ 모드로 변하더라고요. 저는 급히 노트북을 다시 켰는데, 노트북은 여전히 반응이 느렸고, 검색 결과는 로딩만 돌고… 그때 제 손이 자동으로 또 파일을 누르려는 걸 막느라 제 자신을 붙잡는 느낌이었습니다.

다행히 팀원 한 명이 “제가 어제 올린 거 제 메일에 있어요”라고 말해줘서, 자료는 겨우 돌아갔어요. 저는 그제야 숨이 좀 쉬어졌죠.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이었어요. 폰이 안 켜지니, 저는 대체 왜 그 시간 동안 폰이 살아있어야 했는지 생각하게 됩니다. 회의 자료를 찾으려면 폰이 필요했던 게 아니라, 사실 팀장님이 폰도 보라고 말했기 때문에 제가 ‘증명’을 위해 폰을 급하게 써야 했던 거잖아요. 그러니까 폰은 제 논리로는 고장날 이유가 없는데, 제 마음은 계속 “오늘은 무조건 폰이 살아야 해”라고 닦달한 셈이에요.

결국 저는 퇴근하고 서비스 센터를 갔는데, 기사님이 케이블 포트 상태를 보고는 아주 담담하게 말하셨어요. “충격이나 접촉 불량이면 화면이 이렇게….” 저는 “충격은 없었는데요”라고 했더니, 기사님이 “충격은 체감이 없는 경우도 많습니다”라고 하더라고요. 그 말 듣는 순간, 제 머릿속에서 회의자료 검색창에 수십 번 클릭한 제 손가락이 곧바로 충격으로 계산되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리고 저는 ‘회의 자료 찾다가 내 폰만 고장남’ 이 문장이 제 인생의 공식이 된 것 같아서 웃음이 나왔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생각해보니, 그날 제가 제일 잘한 건 자료 찾기보다도 “폰을 다시 살릴 방법”을 찾지 않고 그냥 숨을 돌린 거였어요. 그래도 결국 회의는 진행됐고, 팀장님은 “다음부터는 예비 파일 꼭 해놔”라고만 하셨거든요. 저는 그날 이후부터는 자료를 폴더에 넣을 때마다, 그리고 중요한 파일을 열 때마다 마음속으로 한 번 더 체크해요. “이건 노트북도 열리고, 폰도 안 고장나야 한다.”… 근데 사실 폰은 제가 체크한다 해도 언젠가 또 고장날 테니까, 다음엔 그냥 마음 편하게 노트북만 믿어보려고요. 어차피 회사에서는 누가든 자료는 열어야 하지만, 폰은 제 편이 아니라 기계 편이라더라요. 저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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