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묻는 질문이 너무 정확해서 당황
엄마가 묻는 질문이 너무 정확해서 당황. 진짜로, 내가 아직 말도 시작하기 전에 이미 결론을 알고 계신 느낌이랄까. 그날도 평범하게 집에 들어가서 신발 벗고 있는데, 엄마가 부엌에서 “너 오늘 몇 시에 일어났어?” 하고 물으시는 거야. 난 순간 “어… 7시쯤?” 이라고 얼버무렸고, 엄마는 아무렇지 않게 “그럼 아침 안 먹었지. 네가 씹는 소리를 낼 때가 있잖아, 오늘은 그 소리가 없었어.”
뭐지? 나는 그걸 듣고도 웃음이 먼저 나왔어. 아침에 딱히 뭘 씹지도 않았고, 내가 집에서 소리를 내는 스타일도 아닌데 엄마는 태연하게 단정하더라. 나는 “엄마, 소리로 아는 거야?” 했더니 엄마가 “소리로 안다기보단 네 행동 패턴이 있어.” 이 한 마디가 너무 과학자 같아서 더 당황했지. 그 순간 머릿속에 ‘오답 없는 시험’이 떠올랐어. 대답 잘못하면 바로 채점 들어갈 것 같은 느낌.
그다음부터는 질문이 진짜 영화처럼 연달아 나와. “오늘 밖에 나갔다 왔지?” “응, 편의점 잠깐.” “그럼 왜 봉지를 두 개나 들고 들어왔어?” 난 “하나에 다 들어갈 줄 알았는데… 컵이랑 이런 게 있어서”라고 변명했는데, 엄마는 “컵은 안 샀고, 네가 산 건 물티슈랑 초콜릿이야. 그리고 봉지는 하나면 됐어. 두 개로 나눠 들면 네가 계단을 내려갈 때 흘릴까 봐 불안한 거거든.”
여기서부터는 내가 대답을 해야 하는 건지 그냥 감상해야 하는 건지 헷갈렸어. 솔직히 말하면 편의점에서 초콜릿 하나 사고 물티슈도 같이 샀거든. 그런데 컵을 안 샀다는 건 완전 오케이, 엄마가 아는 게 맞긴 한데… 봉지 두 개를 들고 들어온 건 그냥 손이 바빠서 그런 거였다고! 불안? 그 단어가 너무 나를 정확히 찔러서 얼굴이 뜨거워졌어.
나는 슬쩍 “엄마, 대체 어떻게 아는 거야?”라고 물었고, 엄마가 진짜 말도 안 되게 답하더라. “네 휴대폰 알림이 울렸잖아.” “어? 난 못 들었는데.” “너는 못 들었어도, 내가 들었지. 그리고 너 잠깐 걸음이 빨라졌잖아. 그거 너 화장실 가야 할 때랑 비슷한데, 오늘은 안 갔어. 그럼 뭐냐, 잠깐 혼자 생각하는 시간이 필요했던 날이야.”
순간 나는 ‘이거 들켰다’보다 ‘이 사람은 나를 너무 잘 알아서 무서운데 감탄도 된다’ 쪽으로 감정이 튀었어. 내가 집에 들어오는 동선만 해도 엄마한테는 스토리가 있는 거지. 난 그냥 “피곤해서 멍 좀 때렸어”라고 말하면 끝인 줄 알았는데, 엄마는 이미 “너는 멍 때리는 시간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뭔가를 정리하고 싶었던 날이야” 같은 느낌으로 말하니까, 대화가 내 심리상담이 되어버리더라.
그러다 또 한 번 크게 당황한 질문이 나왔어. 엄마가 그날 저녁 식탁에 앉으면서 “너 어제 밤에 댓글 하나 달았지?” 이러는 거야. 나는 “어제? 댓글을… 달긴 했는데 엄마가 그걸 어떻게 알아?”라고 하니까, 엄마가 웃으면서 “너 그 시간에 알림을 몇 개 받았는데, 그중에 ‘좋아요’가 아니라 ‘답글’이 왔을 때 네가 잠깐 뒤척였어. 그리고 잠깐 침대에서 폰을 내려놓고, 다시 들어서 타이핑했지.”
아니… 이건 거의 CCTV 보는 급이잖아. 난 속으로 ‘나는 왜 이렇게 반응을 티 내는 거지’ 하면서도, 엄마가 말하는 디테일이 너무 자연스러워서 반박을 못하겠더라. 결국 나는 “맞아. 그냥 누가 글 올렸길래 기분 좋게 댓글 달았어”라고 했고, 엄마는 그제야 표정이 풀리면서 “그러니까 너 오늘 짜증난 게 아니라, 그냥 머리가 바빠서 그랬구나.” 하더라. 진짜로 내가 짜증 난 줄 알았는데, 엄마는 그걸 ‘피로+생각 정리’로 번역해버린 거야.
그리고 제일 웃긴 결론은, 엄마가 마지막에 한 마디를 툭 던진 거야. “그럼 내일은 아침 꼭 먹어. 너 오늘도 안 먹었지.” 나는 “엄마, 이제 그만하면 되지 않아?”라고 말했는데, 엄마는 “그럼 내가 어떻게 널 사랑하겠어? 넌 원래 누가 챙겨줘야 몸이 돌아.” 이러는 거야. 당황해서 뭘 더 말도 못 하고, 그냥 물 한 잔 마시다가 빵 터졌어. 내 인생을 엄마가 너무 정확하게 읽어서, 나는 매번 설명하기보다 그냥 인정하는 쪽이 빠르다는 걸 그날 처음 깨달았거든.
그날 이후로 나는 엄마한테 질문을 되돌려보려고 연습했어. “엄마, 그럼 엄마는 오늘 몇 시에 일어났어?” 했더니 엄마가 잠깐 멈추더니 “나는 네가 아침 안 먹을 걸 알았는데도 물어보는 타이밍을 계산했지”라고 하시더라. 결국 내가 얻은 건 교훈 하나야. 엄마는 정확함이 생존이고, 나는 그 정확함 앞에서… 늘 한 박자 늦는다는 거. 그래도 뭐, 그게 싫지만은 않더라. 피식 웃고 나면, 또 아침은 챙겨지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