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타고 갔다가 주유구가 다른 타입이라 멈춘 썰
차 타고 갔다가 주유구가 다른 타입이라 멈춘 썰 쓸게요. 진짜 별일 아닌데도 순간 멘붕 오면 그게 하루를 망치더라고요. 저는 평소에 주유소 갈 때도 “대충 여기쯤 넣겠지” 하고 감으로 들어가는 편인데, 그날은 그 감이 배신을 했습니다.
그날도 퇴근하고 집 가는 길이었어요. 계기판에 연료등이 슬쩍 켜지고, “아 오늘은 주유 한번 해주자” 싶어서 가까운 주유소로 들어갔죠. 주유소 들어가자마자 차 세우고 내리는데, 갑자기 바람에 묘하게 찬 느낌이 드는 거예요. 왜냐면 주유구 뚜껑 위치를 보는데… 제 눈이 자꾸만 “어? 여긴 아닌데?”라고 말하는 거예요.
저는 제 차가 주유구가 어디에 있는지 정도는 진짜로 외우고 다닌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그날은 왼쪽인지 오른쪽인지가 아니라, 주유구 모양 자체가 뭔가 낯설게 보이는 겁니다. 뚜껑은 열렸는데, 안쪽이 뭔가 규격이 다른 느낌? “설마… 내가 차를 잘못 타고 왔나?” 이 생각까지 잠깐 들더라고요. 물론 그건 말도 안 되니까, 그냥 제가 피곤한가보다 하고 일단 주유소 기사님을 부르긴 했습니다.
기사님이 오셔서 보시더니 한마디 하시더라고요. “손님, 여기 주유구는 보통 휘는 타입인데요. 지금은 다른 커넥터가 필요할 수 있어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한 번에 이해가 안 됐는데, 옆에 있던 다른 차들 연결하는 걸 보니까 주유 건이 딱 맞게 들어가는 걸 보고 확실히 제 차는 ‘뭔가가 안 들어가는’ 상황이었어요.
저는 기사님이 연결해주시겠지 싶어서 가만히 서 있었는데, 기사님이 주유건을 몇 번 껐다 켰다 하더니 “이 모델은 주유구 타입이 달라서요. 저희가 지금 이 자리에서 바로 되는 호스가 없을 수도 있어요.” 이러는 거예요. 그 순간 진짜 멍해졌습니다. 제 차는 멀쩡히 “주유해달라”고 등까지 켜놨는데, 정작 주유소는 “안 되는 타입”이라고 하니… 이게 맞는 상황인가 싶었죠.
그래서 기사님이 다른 라인으로 옮겨보자고 하시면서, 저보고 차를 조금만 옮겨달라고 하셨어요. “네, 네” 하면서 차 옮기는데, 그때부터 뭔가 정신이 더 또렷해지더라고요. 이동하는 몇 십 미터 동안에도 생각이 엄청 많았어요. 혹시 차가 잘못 주차된 건가, 차가 변형된 건가, 아니면 제가 어제 뭐 잘못했나… 별의별 시나리오가 머릿속에 뜨더라고요.
옮기고 나서 다시 주유구를 확인했는데, 그제야 이해가 왔습니다. 제 차는 예전 모델이랑 구조가 비슷해 보여도, 실제로는 주유구 연결 규격이 다른 타입이더라고요. 저는 그냥 “뚜껑 열리니까 넣으면 되지”라고 생각했는데, 주유 건은 진짜로 규격이 맞아야 들어가요. 기사님이 적절한 어댑터를 찾아오는데 시간이 조금 걸렸고, 그 사이 저는 주유구 앞에서 마치 시험 보는 학생처럼 서 있었어요.
어댑터 가져오고 연결이 되면 끝나는 줄 알았는데, 그때 또 한 번의 사건이 터졌습니다. 연결은 되는데, 주유가 약간 느리게 들어가는 거예요. 기사님이 “처음에 딱 맞춰서 꽂아야 해요. 안 그러면 중간에 자동으로 멈출 수 있어요.” 그러더니 다시 딱 맞춰서 천천히 주유를 시작했죠. 저는 그 말 듣자마자 바로 “아… 그래서 멈춘 거구나” 하고 감탄했습니다. 제 인생에서 자동 멈춤이 이렇게 ‘설명 가능한 사건’이 될 줄은 몰랐어요.
결국 주유는 잘 끝났고요. 그런데 제가 더 웃겼던 건, 주유구 앞에서 기사님이랑 이야기하면서 제 차에 대해 새로 알게 된 사실이었습니다. 주유구 타입이 다른 게 아니라, 제 차는 예전에 제가 어떤 주유소에서 어댑터 없이도 들어가길래 ‘아 이 집은 다 되나?’ 하고 착각했던 거였어요. 그러니까 제가 문제였던 게 아니라, 그날 제가 간 주유소가 “오늘은 안 맞는 날”이었던 거죠. 저는 나오면서도 계속 웃기더라고요. 차 타고 갔다가 멈춘 게 아니라, 주유구가 먼저 멈추고 저를 가르친 날이었달까요.
집에 와서도 한참 생각하다가, 다음에 주유소 가면 아예 기사님한테 “제 차 주유구 타입이 혹시 다를 수 있어서요”라고 선제적으로 말해볼까 싶었어요. 근데 또 생각해보면… 제가 그 말을 하면 기사님이 “손님, 그걸 왜 이제야” 이런 표정을 지을 것 같아서 참았습니다. 대신 그날 이후로는 주유구 뚜껑 열기 전에 잠깐 거울처럼 안쪽을 한 번 더 보는 버릇이 생겼고요. 결국 저는 돈만 날린 게 아니라, 쓸데없는 자신감을 한 번 정리하고 왔습니다. 그날의 멈춤은 좀 억울했는데, 지금은 진짜 피식하게 남아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