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외식 메뉴 고를 때 내 선택이 1등이었던 날
가족 외식 메뉴 고를 때요, 진짜로 매번 전쟁이 벌어져요. 특히 주말 저녁만 되면, 식당 이름은 아직 정하지도 않았는데 이미 누가 “나는 이 집 싫어”부터 시작하거든요. 그런데 오늘은 좀 달랐습니다. 제가 메뉴 고를 때 내 선택이 1등이었던 날, 그날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해요.
그날도 평소처럼 “뭐 먹지?”로 시작했죠. 엄마는 칼국수 쪽, 아빠는 고기 쪽, 동생은 분식 쪽, 저는 그냥 “다들 편하게 먹을 수 있는 메뉴가 뭐지?”를 고민하는 모드였어요. 그런데 아빠가 갑자기 “너는 늘 똑같은 얘기만 하지 말고, 이번엔 확실한 거 말해봐” 이러는 거예요. 평소엔 제가 말하면 다들 반쯤은 흘려서 듣거든요. 그래서 저는 속으로 ‘오늘만큼은 인정받자’ 하고 작정했죠.
일단 검색부터 했습니다. 가족 단톡에 식당 후보를 던지려다가, 제가 먼저 메뉴를 하나 정했어요. 그게 뭐였냐면, 흔한 ‘고기+면’ 조합인 돈까스 정식이었어요. 솔직히 돈까스는 다들 좋아하는 편이라 싸움이 덜 나요. 엄마는 “돈까스는 느끼하지 않아?”라고 물었고, 동생은 “난 소스 많이 뿌려야 돼”라고 이미 요구조건을 말하기 시작했죠.
근데 저는 그 자리에서 똑같이 방어하지 않고, 딱 한 문장으로 정리했어요. “여기 돈까스 정식은 소스가 따로 나오고, 샐러드랑 국이 같이 나오는 곳이라 부담이 덜해요.” 제가 설명을 좀 길게 했으면 또 누군가 “너 또 그 말하네” 했을 텐데, 이번엔 이상하게 사람들이 조용해졌습니다. 엄마가 “음… 국이 같이 나오면 덜 느끼하겠네” 하고, 아빠도 “돈까스면 우리 다 먹을 수 있긴 하지”로 분위기가 바뀌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다음 카드를 꺼냈죠. 메뉴판에서 ‘정식’이라고 적힌 구성표를 캡처해서 보냈어요. 물론 다들 대단히 스마트한 척은 안 하지만, 가족은 신기하게도 사진 한 장이면 설득이 되는 편이더라고요. 저는 단톡에 “이거 1인 1정식이라 공평해요”라고 적었고, 그 순간부터 이상하게 찬성이 늘어났습니다. 엄마가 “그럼 내가 국 좀 더 달라 할게”라고 말하고, 동생도 “나도 소스 따로면 좋겠다”라고 바로 반응했어요.
문제는 늘 그 다음이에요. 메뉴가 정해지면 “그래도 다른 데 갈까?”가 꼭 나와요. 아빠는 점점 고기 욕심이 올라오는 사람이라, 식당까지 가는 동안 계속 “근데 여긴 고깃집 아니잖아”라고 반쯤 타협을 시도하더라고요. 저는 계속 가만히 있다가, 계산 끝나기 직전에 “아빠, 오늘은 고기 말고도 만족할 메뉴를 고른 날이에요”라고 한마디 던졌습니다. 아빠가 잠깐 말이 없더니, 결국 “그래… 일단 가보자” 하고 끝내더라고요.
가게 도착하고 나서 상황은 더 웃겼어요. 우리 테이블에 돈까스가 나오는데, 냄새가 진짜 ‘아 이건 성공각’이었거든요. 엄마는 한입 먹자마자 “생각보다 안 느끼하네”를 연발했고, 동생은 소스 따로 받은 거에 감탄하면서 “역시 내가 원한 소스 스타일이네”라고 자기 승리처럼 말했어요. 저는 사실 먹기 전부터 이미 마음이 편했는데, 아빠 표정이 제일 중요했죠. 아빠가 한입 뜨더니, 놀랍게도 “이거 괜찮네. 생각보다 바삭하네”라고 평가하는 겁니다. 평소에는 제가 제안하면 거의 ‘대충’ 평가하는데, 그날은 칭찬을 너무 정직하게 하니까 저는 오히려 당황했어요.
결정적으로 제가 1등이었던 건, 식사가 끝난 뒤에 드러났습니다. 계산하고 나와서 바로 엄마가 “다음엔 또 네가 골라봐. 너 요즘 감 좀 생겼다”라고 말했어요. 동생도 “나 돈까스 좋아하는 거 너가 알아봤네”라고 했고, 아빠는 제 어깨를 툭 치면서 “오늘 네가 이겼다”라고 농담까지 던졌습니다. 저는 괜히 “아니, 원래 다 비슷하지 않아요?” 하고 쿨한 척하려다 실패했어요. 마음속에서는 네가 옳았다를 너무 크게 외치고 있었거든요.
그리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가족들이 아주 자연스럽게 다음 외식 메뉴 얘기를 시작하더라고요. 전에는 제가 말을 꺼내면 “그건 네 취향이고”로 끝났는데, 그날은 “다음에도 돈까스 정식 같은 걸로?” 같은 말이 먼저 나왔어요. 전 당연히 아직도 숨어있는 다음 변수들—누군가 갑자기 중식 땡긴다, 일식이 더 낫다—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오늘만큼은 제 선택이 1등이었다는 사실이 너무 기분 좋았어요. 솔직히 말해서, 가족 외식에서 승리하는 건 거창한 스펙이 아니라, 바삭한 냄새 앞에서 설득이 된 그 한 문장인 것 같아요. 다음엔 또 제가 고를 차례가 오겠죠… 설마 이번엔 제가 ‘고기’까지 챙겨야 하는 건 아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