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 버튼 눌러도 작동하지 않는 13층 이야기
회사에서 야근하고 지친 몸을 이끌고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13층 버튼만 유독 눌러도 반응이 없더라. 처음엔 그냥 고장 난 줄 알았지. 그래서 다른 층 버튼을 눌러봤는데 다 잘 작동하는 거야. 이상해서 직원한테 물어봤는데, 그 사람도 “13층은 누를 수 없게 돼 있어요”라더라.
“정상적인 건물에서는 13층이 존재한다고들 하지만, 이 빌딩은 특이하게도 13층이 아예 없다고 보면 됩니다”라는 말에 뭔가 석연치 않은 기분이 들었어. 내가 알기로는 13층이 없는 건 주로 서양에서 미신 때문이라 들었는데, 여기는 한국이라서 더 이상했지.
그날 밤, 회사에서 문서 정리하다가 잠깐 멍때리면서 창밖을 보는데 13층 부근 창문에 누군가 서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어. 그 순간 갑자기 차가운 바람이 훅 들어오면서 등골이 서늘해졌지. 분명 12층에서 위로는 패널이 막혀 있어서 창문도 없는 걸로 알고 있는데, 그게 어떻게 가능한 건지.
다음 날, 궁금해서 일부러 지하에 내려가 보았어. 건물 관리실에 가서 13층 관련 기록이나 도면 좀 볼 수 있냐고 했더니, 관리인 아저씨가 눈치를 보면서 “그 층은... 그냥 없는 층입니다”라고만 하더라. 더 묻지도 말라며 얼버무리는 태도가 괜히 더 찜찜했지.
인터넷 찾아보니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들이 몇몇 있더라. 어떤 이들은 “13층 버튼을 누르면 엘리베이터가 멈춘다”고 했고, 또 다른 사람들은 “13층은 누군가가 옛날에 사고로 죽은 층이라 아예 없애버렸다”는 얘기도 있었어. 물론 확인된 사실은 아니지만 이 얘기들이 점점 머릿속에서 맴돌기 시작했지.
그 후로 밤 늦게 혼자서 엘리베이터 탈 때면 13층 버튼을 가끔씩 눌러보는데, 분명히 버튼은 눌러지고 불도 켜지는데, 엘리베이터는 그 층을 지나치는 느낌이야. 마치 그 층이 공간 자체에서 사라진 것처럼 무시 당하는 기분. 이상하게도 그 순간마다 내 스마트폰이 갑자기 꺼지거나 화면이 흔들리는 현상도 함께 발생했어.
몇 주 전엔, 야근 끝나고 엘리베이터 타려는데 앞서 탄 사람이 갑자기 13층 버튼을 눌렀더라고. 순간 내 심장이 쫄깃해졌는데, 아무 일도 없이 엘리베이터는 14층으로 올라갔어. 그 사람이 날 힐끔 쳐다보더니 “여긴 없는 층이에요. 그냥 눌러봐야 소용없습니다”라며 씨익 웃었는데, 그 웃음이 뭔가 너무 이상하게 느껴졌어.
요즘은 무슨 생각이 드냐면, 13층 버튼을 누르면 우리 눈에는 안 보이는 다른 세계가 잠시 열렸다 닫히는 건 아닐까 하는 거야. 물론 그런 세계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는 아무도 제대로 말해주지 않고. 누군가가 그 층에 갇혀있다는 소문도 있고, 혹은 그 층 자체가 어떤 이유로 차단된 공간이라는 얘기도 들리고.
어쩌면 우리 대부분은 13층이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층’이라서, 아무리 눌러도 엘리베이터가 멈추지 않는 걸지도 몰라. 그리고 누군가 그 층에 머물러 있다면, 그걸 우연히라도 마주치면 어떻게 될까 하는 생각에 가끔은 잠도 잘 오지 않아.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러도 작동하지 않는 13층. 이 이야기를 아직까지 반쯤은 미신이라 여기면서도, 언젠가 야근할 때 또 그 버튼을 누르게 될 내 모습을 상상하면, 왠지 모르게 등골이 오싹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