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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칭찬받고도 마음이 불편했던 이유

2026-09-11 10:41:11 조회 9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회사에서 칭찬받고도 마음이 불편했던 이유 때문에 오늘도 출근길이 좀 이상했다. 오전에 회의실에서 팀장이 “OO님은 진짜 든든하다”라고 말하는데, 그 순간은 분명 칭찬인데도 속이 묘하게 찝찝했다. 칭찬이라면 좋아야 정상 아닌가? 그런데 왠지… 박수 소리 뒤에 다른 소리가 숨어 있는 느낌이 들었다.

그날 칭찬의 배경은 간단했다. 지난주에 고객 문의가 폭주했을 때 내가 정리해서 공유한 문서 덕분에 대응이 빨라졌다는 거였다. 실제로 나도 밤에 메모 정리하면서 “이건 나중에 누가 봐도 바로 쓸 수 있게 해야지” 하고 만들었던 거라, 결과를 들으니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다만 회의실에서 들은 문장들이 자꾸만 다른 의미로 재생됐다.

팀장은 “OO님이 하니까 다 편하다, 진짜 역할이 크다” 같은 식으로 말했는데, 문제는 그 말이 칭찬과 동시에 역할 고정 선언처럼 들린다는 거였다.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긴 했지만, 속으로는 ‘그럼 다음에도 나만 계속 하란 뜻이야?’라고 생각이 튀어나왔다. 회사에서 칭찬은 종종 책임과 세트로 오더라. 특히 ‘편하다’는 말이 붙으면 더 그렇다.

그리고 그날 회의 끝나고 바로 후속이 붙었다. 점심 먹고 오자마자 상사가 메신저로 “이번 분기에도 OO님 문서 톤 유지해서 매뉴얼로 확장해줄 수 있어?”라고 보냈다. 회의에서 들은 칭찬이 아직 사무실 공기 중에 남아있기도 전에, 이미 다음 일의 윤곽이 그려지는 느낌이었다. 칭찬을 받았다는 사실보다, 칭찬이 노동 분배 방식으로 쓰이는 게 불편했다.

내가 예민한 건가 싶어서 다른 사람들 반응을 봤다. 팀장은 누가 말하면 “너도 잘한다” 같은 말로 가볍게 넘기는데, 하필 내 차례만은 ‘너 때문에 일이 굴러간다’ 쪽으로 갔다. 물론 내가 잘했을 수도 있다. 근데 잘한 사람한테만 계속 ‘당연히 네가 해’가 붙는 구조가 되면, 그건 성과가 아니라 속박이 되잖아. 내가 지금 칭찬을 받는 건지, 앞으로 계속 불려 다닐 예정인지 헷갈렸다.

더 찝찝했던 건 칭찬이 개인의 성장이라기보다 “비슷한 문제 생기면 다시 그 사람 호출” 시스템처럼 들렸다는 점이다. 누군가는 도구를 만들어도 “이건 팀 자산이야”라고 말해준다. 그런데 우리 팀에서는 ‘OO님이 하면 된다’가 자산이 되기 시작한다. 문서가 내 머릿속에 남는 게 아니라, 내 일정에 박히기 시작하는 거다. 그래서 마음이 불편해졌다. 칭찬이 아니라 예고편 같았달까.

결국 나는 퇴근 전에 문서 파일을 한 번 더 정리하면서 스스로도 좀 웃기더라. 칭찬 받을 때는 ‘내가 인정받았다’고 생각해야 할 것 같은데, 정작 나는 ‘이제 더 해야 하네’로 결론이 났다. 그러다 보니 성취감이 아니라 피로가 먼저 올라왔다. 그럴 바엔 차라리 아무 말도 안 해주면 덜 부담스러울 것 같기도 했다. 칭찬이 부담이 되는 순간이 오면 그건 이미 관계의 온도가 달라졌다는 뜻이니까.

다음 날, 나는 상사에게 아주 조심스럽게 방향을 물어봤다. “확장해서 매뉴얼로 만들면 좋겠는데, 범위를 정해주시면 그에 맞춰서 톤 유지해서 초안 드릴게요. 그리고 반복 작업은 템플릿 형태로 남기는 게 좋을까요?”라고 보냈다. 답은 예상대로 왔다. “좋아, 너가 알아서 잘 할 수 있지.” 그 한 문장에 다시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잘할 수 있지만, 알아서라는 말이 들어가는 순간 내가 또 ‘기본값’이 되어버리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나는 그때부터 마음가짐을 좀 바꿨다. 칭찬을 받으면 바로 기분이 올라오기보단, ‘이게 내 몫으로 고정되는 구조인지’부터 살핀다. 그리고 다음에는 내가 할 일의 한계를 분명히 하기로 했다. 남들이 칭찬을 좋다고 받아들이는 순간, 나는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인지 확인하고 싶었다. 이상하게 들릴지 몰라도, 칭찬도 협상이고 선택이더라.

마지막으로 한 가지 결론만 말하면, 나는 결국 칭찬을 싫어하는 게 아니라 “칭찬이 곧 계약서처럼 작동하는 방식”이 싫었던 거다. 그래서 지금은 회의에서 팀장이 또 “OO님 믿고 맡깁니다” 같은 말을 하면, 속으로는 이렇게 답한다. ‘알겠는데요, 믿음은 우리 둘 다에게 유리하게 쓰죠.’ 그 마음만 잡아두면, 칭찬이 들려도 이상하게 불편한 여운이 덜 남는다. 오늘도 회의실 문 열기 전에 내가 제일 먼저 확인하는 게 있다. “좋은 말 뒤에 추가 업무가 숨어 있나?” 딱 그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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