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반찬통에 넣어둔 메모 읽고 울컥
엄마가 반찬통에 넣어둔 메모 읽고 울컥했어요. 아침에 눈 비비고 부엌으로 갔는데, 냉장고에서 반찬 꺼내려다가 유리 반찬통 뚜껑 아래에 작은 종이가 끼워져 있더라고요. 손톱으로 살짝 밀어보는 순간, 글씨가 제 이름으로 딱 들어와서 심장이 먼저 철렁 내려앉았어요.
종이를 펼치자마자 제일 위에 이렇게 적혀 있었어요. “오늘은 국이 조금 짭니다. 밥에 비벼 드세요.” 근데 거기서 끝이 아니고, 아래에 또 한 줄이 더 있었죠. “OO아, 너무 바쁘면 반찬은 하루만 참지 말고 그냥 먹어. 엄마는 네가 굶는 게 제일 싫어.” 글씨가 엄마 특유의 동그라미로 삐뚤빼뚤하게 이어져 있는데, 그 문장을 읽는 데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고요.
솔직히 말하면 저는 요즘 “괜찮아, 나 잘 챙겨 먹어” 같은 말로 대충 넘어가는 타입이거든요. 회사 일도 있고, 집에서는 마음이 급해져서 냉장고 열었다 닫았다 하다가 대충 때우는 날이 생겨요. 그래서 엄마가 저한테 잔소리하는 걸 싫어하는 편이었는데, 그 종이를 보니까 엄마가 잔소리한 게 아니라 놓치지 않으려 애쓴 흔적이라는 게 한 번에 느껴졌어요.
메모 옆에 작은 표시들도 있었어요. 어떤 반찬통은 빨간 펜으로 “오늘 먹을 것”, 어떤 건 “데우기 전에 한 번 맛보기”라고 써 있었고요. 반찬 이름도 적혀 있는데, 그게 단순한 레시피가 아니라 “어제는 네가 국물만 떠먹더라” 같은 기억이 섞인 것 같았어요. 저는 그런 디테일을 잘 못 알아차리는 편인데, 엄마는 제가 먹는 방식까지 계속 보고 있었던 거죠.
읽다 보니까 이상하게 눈물이 먼저 고였어요. 울컥이라고 해야 하나, 이유가 논리로 설명되지 않고 그냥 가슴이 뜨거워졌어요. 엄마가 늘 건강하라고, 돈 걱정 말라고 하면서도 정작 엄마는 제 컨디션을 더 먼저 체크하는 사람이었더라고요. 저는 그동안 엄마가 해주는 걸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데 익숙해져 있었던 것 같아요.
더 웃긴 건, 메모 한가운데에 이런 문장이 끼어 있다는 거예요. “너 요즘 스트레스 받으면 젓가락을 너무 빨리 써. 먹는 소리 때문에 옆사람이 뭐라고 할까 봐.” 이게 무슨 뜻인지 아는 사람이면 알 것 같은데, 저 진짜로 급하게 먹을 때가 있거든요. 엄마는 제가 얼마나 무심히, 얼마나 빨리, 얼마나 “괜찮다”는 표정만 지으며 버티는지까지 알고 있었어요. 엄마는 제 행동을 혼내려고 본 게 아니라, 내가 무너지기 전에 잡아주려고 본 거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날은 반찬통을 다시 닫을 수가 없었어요. 메모를 잠깐 책상 위에 올려두고, 국도 천천히 데워서 먹기 시작했어요. 밥에 비벼 먹으라는 말대로 하니까 생각보다 맛이 딱 맞더라고요. 근데 그 맛보다 더 크게 남은 건, 엄마가 “네가 먹는 타이밍”을 챙겼다는 사실이었어요. 저는 늘 제가 시간을 아끼는 줄 알았는데, 사실 엄마가 저의 시간을 지키려고 메모를 남긴 거였던 거죠.
오전에 출근 준비하면서 엄마한테 전화했어요. “엄마, 반찬통에 메모 뭐야… 나 울컥했어.” 그랬더니 엄마가 “아, 그거? 별거 아니야. 너 밥 먹을 때 대충 먹을까 봐 적어뒀지”라고 하시는데, 목소리가 평소보다 조금 낮더라고요. 저는 엄마가 괜찮은 사람인 줄 알았는데, 엄마도 뭔가 자꾸 걱정하며 버티는 사람이구나 싶어서 말이 잠깐 막히더라고요.
점심시간에도 그 메모가 생각났어요. 회사에서 사람들이 다 “오늘 뭐 먹지” 고민할 때, 저는 갑자기 마음이 편해졌어요. ‘아, 나 지금 누군가가 계속 챙겨주고 있구나’라는 걸 뒤늦게 확인한 느낌이랄까. 그래서 퇴근하고 나서도 엄마 반찬통을 열어봤는데, 이번엔 다른 종이가 하나 더 끼어 있더라고요. “다음엔 네가 엄마한테 메모 하나 써라. 엄마도 누가 챙겨주면 좋겠다.”
그 문장 읽고는 진짜로 웃음이 났어요. 울컥했는데, 또 울컥할 구성을 엄마가 알아서 만들어 놓으신 거잖아요. 저는 종이를 다시 정리하면서 오늘은 한 줄만 적었어요. “엄마, 나 오늘 천천히 먹었어. 그리고 엄마도 잘 먹어.” 엄마가 또 반찬통에 끼워두면, 아마 저는 또 읽고 울컥하겠죠. 대신 이번엔 울컥이 아니라, 좀 더 빨리 “고마워”를 말해보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