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취방에 설치한 선풍기 소음 때문에 밤샘
자취방에 설치한 선풍기 소음 때문에 밤샘… 그게 제 생활의 하이라이트가 될 줄은 진짜 몰랐어요. 처음엔 “시원하겠다” 하면서 얌전히 틀어놨는데, 어느 순간부터 소음이 단순한 바람 소리가 아니라 ‘알람 시스템’처럼 느껴지더라고요. 그날 밤은 그냥 잠을 자는 게 아니라, 소음을 상대로 협상하는 시간이었음.
사건은 이랬어요. 에어컨은 없고, 선풍기 하나로 버티는 자취생 모드였죠. 선풍기 받침대 위에 올려두고 타이머 2시간 걸어놨는데, 밤 12시가 넘어가니까 “윙—” 하고 도는 소리가 아니라 “찍… 찍… 찍…” 하는 느낌이 나기 시작했어요. 처음엔 베어링 소리인가 싶어서 ‘원래 이런가?’ 하고 넘겼는데, 그게 점점 더 신경 쓰이는 거예요.
문제는 제 방이 원래 조용하다는 거였어요. 벽이 얇아서 옆방 소리도 들릴 때가 있는데, 그날따라 유독 아무 소리도 없었거든요. 그래서 선풍기 소리가 방 전체의 배경음악이 되어버렸고, 저는 침대에서 뒤척이다가 결국 선풍기 위치부터 바꾸기 시작했어요. 한 번 옮기면 10분은 괜찮다가, 또 똑같이 거슬리는 타이밍이 오더라고요.
그래서 다음 단계로 선풍기 조작을 하나씩 해봤어요. 강풍→약풍→회전→정지… 그런데 신기하게도 약풍으로 낮추면 더 ‘작은 금속 진동’이 들리고, 강풍으로 올리면 그 금속 진동이 바람 사이로 섞여서 더 멀리 퍼지는 느낌이랐습니다. 저는 기술적으로 해결할 수 없고, 감정적으로는 더 예민해지는 상태였죠. 결국 “오늘만 참자” 하면서 눈을 감았는데, 소음이 제 뇌를 깨우는 방식이 너무 똑똑했어요.
새벽 2시쯤 되니까, 소음이 일정한 패턴으로 반복되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아예 숫자 세기 게임을 시작했어요. 1…2…3… 이런 식으로 세다 보면 혹시라도 패턴이 끊길까 기대했는데, 오히려 제가 소음 리듬을 학습해버리더라고요. 그 순간 깨달았죠. 이건 선풍기가 아니라, 제 뇌에 설치된 리듬 게임이라고요. 끄면 끝날 줄 알았는데, 끄면 더 더워서 잠이 안 오고… 켜면 계속 깨고… 완전 악순환.
결국 저는 결심했습니다. “선풍기 문제인가, 방 문제인가”를 확인해보자. 선풍기를 잠깐 꺼두고 방을 조용히 들었는데, 아무 소리도 안 나더라고요. 그러면 선풍기 확정이죠. 저는 다시 켰고, 이번엔 선풍기를 잡고 가볍게 각도를 바꿔봤어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특정 각도에서만 그 ‘찍… 찍…’ 소리가 확 커지는 거예요. 손으로 받침을 살짝 잡으면 줄어드는 듯하다가, 놓는 순간 다시 돌아오고… 저는 마치 누군가의 불편한 습관을 고치려는 사람처럼 선풍기를 다루고 있었습니다.
그 와중에 자존심도 좀 상했어요. 자취방에서 밤샘이라니. 돈은 없는데 불쾌한 소음은 돈처럼 제 의지와 상관없이 매달 청구되는 기분이었거든요. 그래서 “내가 선풍기에게 지는 건 싫다” 모드로, 인터넷 검색도 해봤어요. 베어링 소음, 밸런스 문제, 날개 흔들림… 그런데 글마다 해결법이 죄다 “분해해서 윤활” 같은 거라 자취생 손기술로는 엄두가 안 나더라고요. 그리고 새벽에 분해하면 다음날 반품할 때 더 골치 아픈 것도 문제였고요.
그래도 완전 무너질 뻔하다가, 마지막에 한 가지 방법을 찾았어요. 선풍기 자체를 바꾸는 건 비용이 들고, 분해는 노동이 필요하잖아요. 그래서 저는 선풍기 옆에 얇은 수건을 조심스럽게 받쳐서 미세하게 진동이 다른 방향으로 퍼지게 만들었어요. 솔직히 “이게 맞나?” 싶었는데, 신기하게도 그 ‘찍… 찍…’ 소리가 눈에 띄게 약해졌습니다. 완벽하진 않았지만, 잠이 가능한 정도로 내려왔어요. 그때부터는 잠드는 게 아니라, 소음을 점검하는 상태로 서서히 잠에 들더라고요.
아침이 밝고 나서야 느꼈어요. 밤새도록 예민해 있던 건 선풍기 소음 자체보다, 그 소음이 “계속될 거다”라는 예측 가능성 때문이었나 봐요. 결국 저는 선풍기를 이기지 못했지만, 적어도 협상은 성공했습니다. 그리고 오늘도 선풍기는 돌아가고 있는데, 저는 가끔 그 옛날 밤을 떠올려요. 밤샘을 한 사람은 다들 뭔가를 해냈다고 착각하잖아요? 저는 그날 소음과의 공존 기술을 배웠고… 덕분에 다음부터는 선풍기 틀기 전에 각도부터 맞추게 됐네요. 자취방에서 제일 무서운 건 고장 난 기계가 아니라, 그 소리에 적응해버리는 내 뇌라는 걸 알게 된 하루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