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세워둔 곳에 벤치 하나 생겨서 당황한 날
차 세워둔 곳에 벤치 하나 생겨서 당황한 날, 처음엔 별일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그냥 아파트 주차장 옆 공터? 거기에 공사 좀 하더니 뭔가 뚝딱 놓더라고요. 그런데 그게 하필이면 제가 늘 차 세우는 자리랑 딱 겹치는 라인에 생겨버린 거예요. 아침에 나와서 “어? 벤치가 왜 여기 있어?” 하고 멍하니 서 있는데, 옆에서 누가 지나가며 “여기 원래도 있었잖아~” 이러는 거 있죠. 원래 있었던 걸 제가 못 본 건가 싶어서 더 당황했어요.
저는 주차하는 동선이 하루 루틴처럼 고정돼 있거든요. 차를 세우면 뒤로 두 번 정도 빼고, 옆에서 사람들 지나가는 틈을 계산하고, 그 틈이 마치 자석처럼 자리 잡혀 있어요. 그런데 벤치가 생긴 다음 날부터는 그 계산이 완전히 깨졌어요. 벤치가 딱 차 문이 열리는 각도 근처에 있어서, 내리면 사람들이 앉아 있을 가능성이 생기거든요. 저는 차에서 내리는 순간부터 ‘혹시 민폐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는 타입이라, 그날은 유난히 마음이 급했어요.
첫날엔 그냥 세워두고 나왔는데, 돌아오니 또 상황이 달라져 있더라고요. 낮엔 아무도 안 앉아 있던 벤치가, 오후가 되자 누군가 무릎을 펴고 앉아 있더라구요. 제가 차에 타려고 문을 열 때마다 그분이 고개를 살짝 돌려봐요. 그 눈빛이 “어, 또 오셨네?” 같은 게 아니라 “여기서 문 열면 간섭인데요?” 같은 뉘앙스라서… 저는 괜히 문 여는 손에 힘이 들어갔습니다. 차 문을 여는 게 아니라 무슨 연극 리허설을 하는 것처럼 천천히 열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다음 날부터 작전을 짰어요. 벤치가 있는 쪽을 피해 조금 더 뒤로 넣어보거나, 반대로 조금 더 앞으로 빼서 문이 벤치랑 안 겹치게 해보는 식이죠. 근데 문제는 그게 생각보다 어렵다는 거예요. 주차장은 넓어 보여도 실제로는 기둥, 배수로, 다른 차의 위치가 다 계산에 들어가야 하잖아요. 저는 내 차를 세우는 게 아니라, 벤치를 피하는 퍼즐을 푸는 사람처럼 됐어요. 한 칸만 밀어도 다른 칸이랑 거리 관계가 꼬이더라고요.
그리고 가장 웃긴 건, 제가 벤치를 피하려고 할수록 다른 사람들이 더 편하게 쓰는 느낌이랄까요. 어떤 분은 아예 벤치에 앉아서 휴대폰을 보면서 기다리더라고요. 또 어떤 날은 아이가 뛰어가다가 벤치 앞에서 멈춰 서서 “엄마 여기 의자 있어!” 하고 소리치고 가요. 그 소리 듣고 있으면 제 마음속에서만 “이 의자는 내가 피해야 하는 대상”으로 설정돼 있는 게 어이없어져요. 사실 의자는 의자고, 저는 그냥 제 루틴에 너무 민감했던 거죠.
그래도 저는 포기 못 했습니다. 왜냐면 그 벤치가 생기기 전엔 제가 주차할 때 쓸 수 있던 ‘안전한 사각지대’가 있었거든요. 문을 열어도 사람 지나갈 걱정이 적고, 뒤로 빼도 누가 튀어나올 가능성이 낮았던 그 구간이 있었는데, 이제는 벤치가 딱 그 기준선을 가로막는 느낌이 생겼어요. 마음이 불편하니까 자꾸 거울로 주변을 확인하고, 시야를 다시 체크하고, 또 체크하게 되더라고요. 그 결과 제가 차를 세우는 데 걸리는 시간이 원래보다 2배는 늘었습니다.
그래서 결국 저는 관리사무소에 물어봤어요. “차 세우는 위치랑 벤치가 너무 겹치게 생겨서… 혹시 여기 이동 가능할까요?” 하고 조심스럽게 말했죠. 그런데 돌아온 답이 더 당황스러웠어요. “아, 그 벤치는요. 지난달에 옮겨졌는데 주민분들이 앉아 쉬시라고… 원래 여기 라인이 맞아요.” 이 말 자체는 이상할 게 없는데, 제 머릿속에서는 ‘라인이 맞는다’는 게 ‘저는 틀렸다’로 들려요. 저는 내내 그 자리를 ‘내 자리’처럼 생각하고 있었던 건가 싶어서, 얼굴이 조금 뜨거워졌습니다.
그날 이후로는 제가 조금 태도를 바꿨어요. 벤치를 피하려고만 하면 계속 머리가 복잡해지니까, 오히려 “사람이 앉아도 문 열 수 있을 만큼 공간을 남기자”로 목표를 바꾼 거죠. 그래서 주차할 때도 문이 열리는 각도를 기준으로 정확히 맞추고, 차에서 내릴 때도 주변에 사람이 있는지 확인하는 습관을 만들었어요. 처음엔 귀찮았는데, 이상하게도 시간이 지나니까 오히려 운전이 편해지더라고요. 루틴이 바뀌면 마음도 같이 정렬되는 느낌이랄까요.
그리고 어느 날, 퇴근길에 그 벤치에 누가 앉아 있는 걸 봤는데, 제가 차 문을 열어도 전혀 눈치 볼 필요가 없더라고요. 알고 보니 그분이 아까 제가 지나칠 때마다 고개 돌리던 분이 아니라, 다른 분이었어요. 제가 혼자 오해하고 있었던 거죠. 그때 갑자기 웃음이 나왔어요. 사람은 그냥 앉아 있고, 차는 그냥 세워지고, 저는 제 마음속에서만 드라마를 찍고 있었던 겁니다. 차 세워둔 곳에 벤치 하나 생겨서 당황한 날, 결국엔 내가 당황했지만… 정작 나는 그 벤치 덕분에 더 조심스럽고 정확해졌다는 이야기로 끝났네요. 그러고 보면 의자 하나가 인생을 바꿀 때가 있더라구요. 아파트는 늘 그렇죠. 우리가 못 보던 것들이 어느새 자리를 잡아버리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