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받고 보니 내 이름이 아닌 다른 사람 이름
배달 앱에서 주문 알림 뜨는 거야 뭐 늘 보던 일이죠. 그런데 그날은 이상하게도 손이 먼저 문을 열고, 눈은 먼저 호출기처럼 “내 거 맞아?”를 확인하더라고요. 기사님이 “고객님 맞으세요?” 하고 웃으며 건넸는데, 그 순간부터 뭔가가 삐끗했어요.
박스에 붙은 스티커를 보는데 제 이름이 아니라 다른 사람 이름이 크게 적혀 있었습니다. 저는 한 번 더 확인하려고 스티커를 가까이 가져가고, 기사님은 “아, 예 고객님 드릴 겁니다” 같은 말을 하시는데 표정이 아주 태연했어요. 태연한데, 그 태연함이 오히려 더 불안하더라구요. 저는 속으로 ‘내 이름이 왜 저기 없지?’ 이러면서 웃음이 나올 뻔했어요.
저는 조심스럽게 “혹시 스티커 잘못 붙이신 거 아니에요?”라고 물었고, 기사님은 잠깐 멈칫하더니 “아니요, 앱에 뜬 대로 드리는 거라서요”라고 했어요. 그러면서 “가끔 매장 쪽에서 라벨이 섞일 때가 있어요”라고 덧붙였죠. 그 말이 정말 사실 같긴 했는데, 문제는 그 섞임이 제 앞에서 일어났다는 거예요.
저는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앱 주문 내역을 다시 열었어요. 결제 완료 시간, 주문한 메뉴, 배달 주소까지는 제 거 맞는데, 기사님이 들고 온 박스 이름은 다른 사람. 저는 “그럼 이거 누구 건데요?”라고 물었더니 기사님이 “어차피 동네 쪽이라 서로 오갈 수는 있는데요… 고객님 확인하셨으면 이쪽으로 가셔야죠”라고 말하더라고요.
순간 머릿속에 두 가지 시나리오가 스쳐갔어요. 첫째, 제가 잘못 받은 거면 실제 주인분은 배고픈 채로 기다리고 있을 테고, 둘째, 제가 괜히 문제 제기하면 또 내 주문만 늦어질 수 있다는 거. 저는 결정을 내리기 전에 주변을 훑었는데, 같은 아파트 동에 사는 사람 이름 중에 스티커에 적힌 이름이 제 기억에 남아 있었습니다. 예전에 엘리베이터에서 본 적 있는 분이었거든요.
그래서 저는 그분께 연락할 방법이 있는지 찾았는데, 당연히 제게 연락처가 있을 리 없잖아요. 대신 앱에서 “배달 완료 전” 옵션 같은 걸 찾아보려 했는데, 이미 “배달 완료 처리”가 되어 있었습니다. 너무 빨리 끝난 거예요. 저는 기사님께 “그러면 제가 이거 다시 가져다 드려야 해요?”라고 물었고, 기사님은 “매장으로 다시 반납하면 처리될 수 있는데… 고객님이 가지고 계신 게 맞으시면 어찌 처리하실지 매장에 연락해보세요”라고 했어요.
저는 매장에 전화했더니, 매장 직원이 아주 능숙하게 말하더라고요. “아, 그 라벨이 오늘 몇 건 섞였나 봐요. 주문서랑 스티커가 같이 출력되다 보니요.” 그러더니 “고객님은 드셔도 됩니다”라는 말을 했습니다. 그 말이 문제를 해결해주기보단, 오히려 상황을 더 웃기게 만들었어요. ‘내가 시킨 건 맛있을까?’와 ‘다른 사람 것도 내 앞에 왔는데?’가 동시에 떠오르면서요.
결국 저는 한참을 고민하다가, 일단 제 주문 메뉴랑 사진을 비교해 보며 확인하고 먹을지 말지 결정하려고 포장을 열어보려고 했는데, 포장 상태가 너무 똑같더라고요. 가게에서 나오는 스타일이야 비슷하겠지만, 그래도 라벨과 함께 이런 식으로 섞이면 참 애매하죠. 그때 알림이 하나 더 와요. 배달 완료 처리된 건 제 주문인데, 별도로 다른 사람 주문 쪽에서 “배달 지연”이나 “누락” 같은 메시지가 뜬 거예요. 저는 그제야 확신했습니다. 내가 받은 건 내 음식이 맞을 수도 있는데, 누군가는 지금도 기다리고 있겠구나.
그래서 저는 매장에 다시 전화해서 “그러면 스티커 다른 분 건도 확인 가능할까요?”라고 물었어요. 직원은 “네 고객님, 다른 분 주문은 기사님이 다시 회수할 건지 연락이 갈 텐데요, 혹시 가능하시다면 사진이나 라벨 정보만 다시 남겨주세요”라고 했습니다. 결국 저는 박스에 붙은 이름을 보고, 주문 번호랑 라벨을 찍어서 보냈죠. 뭔가 거창한 사건 해결처럼 말하지만, 솔직히 저는 그때 너무 어이없어서 웃음이 났어요. 배달은 늘 ‘빨리’가 목표인데, 오늘은 ‘정확히’가 숙제처럼 됐거든요.
다음 날, 저는 앱에서 정산 및 보상 안내를 받았는데 내용이 더 웃겼습니다. “주문 누락 처리로 인한 보상 진행”이라며 제 계정에 쿠폰이 들어왔더라고요. 그런데 쿠폰 문구가 “오늘도 안전하게 받으신 고객님께 감사드립니다”였습니다. 안전하게 받은 게 맞긴 한데, 저는 안전하게 먹은 건지 안전하게 중간 역할을 한 건지 애매하게 남았어요. 그래도 생각해보면, 제 이름이 아닌 다른 이름으로 시작된 하루가 결국엔 ‘누군가의 기다림’을 정리하는 쪽으로 끝났으니… 그래, 오늘의 저는 배달 기사도 아니고 주인도 아닌 ‘임시 담당자’였던 걸로 결론 내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