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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취방 수도 고장 난 날, 해결은 배달로 시작

2026-09-14 20:41:11 조회 12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자취방 수도 고장 난 날, 해결은 배달로 시작. 진짜로요. 아침에 일어나서 세수하려는데 물이 “스르륵” 하고 끊기더니, 그 다음엔 그냥 아무 반응이 없었습니다. 처음엔 배관이 좀 말썽인가 싶어서 틀어두고 기다렸거든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도 소용이 없더라고요. 주방 수도꼭지는 멀쩡한데, 화장실 쪽만 그랬어요. 어릴 때부터 “고장 나면 누가 해결해주겠지” 모드로 살아온 저로서는 이게 약간의 위기였습니다.

문제는 그날이 하필 빨래도 해야 하고, 청소도 해야 하고, 무엇보다 샤워를 꼭 해야 하는 날이었다는 거예요. 자취방 물이 안 나온다는 건 생활 자체가 정지되는 느낌이라서요. 일단 수압이 원래 약한 편인가 싶어서 이웃처럼 들리는 소리도 들어봤습니다. 옆집에서 물 틀면 소리가 들리잖아요. 근데 아무도 안 틀더라고요. 그 순간 제 머릿속엔 “나만 고장난 거 아닐까?”라는 무서운 생각이 스치는데, 너무 현실적이라 더 무서웠습니다.

관리실에 전화하려니 전화번호가 어디 있는지부터 막혔어요. 자취하면서 종이로 된 안내문은 결국 버리게 되잖아요. 검색해보려고 휴대폰을 들었는데, 그 와중에 물이 필요한 일들이 계속 떠오르는 겁니다. 양치하려고 물 컵에 받아놓으려 해도 물이 안 나오니까, 양치가 그냥 ‘입 헹굼’ 수준으로 끝나버려요. 손은 씻어야 하고, 머리는 감아야 하고, 양말은 빨아야 하고… 근데 수도가 없으면 뭐든 다 스톱.

그래서 저는 첫 번째로 생각한 게 “일단 씻어야 한다”였고, 두 번째로 생각한 게 “그럼 배달을 시키면 되지 않나?”였습니다. 물론 물을 배달시키는 건 웃기죠. 근데 웃기기 전에 현실이 더 세게 때립니다. 물티슈는 한계가 있고, 샤워는 결국 물이 필요하잖아요. 저는 배달앱을 열고 ‘생수’가 되는지 찾아봤습니다. 검색하자마자 생수는 바로 뜨더라고요. 그때 진짜 살짝 울컥했습니다. ‘아, 이게 자취의 생존 루트구나.’ 싶어서요.

생수 한 박스 시키고 나서도 마음이 불안하더라고요. 물을 받아도 샤워를 어디서 할 건지, 싱크대는 괜찮은데 화장실이 문제니까 동선이 꼬입니다. 그래서 저는 ‘임시 샤워 플랜’을 세웠어요. 싱크대에서 물 받아서 양동이처럼 쓰면 될까 싶다가도, 싱크대 배수 구멍이 막히면 그건 또 다른 사건이잖아요. 결국 저는 수건이랑 비닐장갑이랑 물티슈를 같이 묶어서 주문했습니다. 이쯤 되면 이 사람은 고장난 수도를 고치러 온 게 아니라, 고장난 환경을 견디러 온 거지 싶더라고요.

그 사이 관리실 연락도 했습니다. 전화를 연결하자마자 제가 “수도… 화장실만…” 하고 말하는데, 상대분이 너무 태연하게 “혹시 밸브가 잠겨 있는 건 아니세요?”라고 하시는 거예요. 그 말 듣는 순간 저는 제 자신이 얼마나 어리석게 살았는지 깨달았습니다. 밸브가 있을 거라는 생각은 아예 못 했거든요. 그런데 문제는 밸브 위치를 제가 아는 게 아니라는 점. 화장실 변기 옆을 뒤져서 뭔가를 찾아봤는데, 그게 밸브인지도 모르겠더라고요. 그래도 일단 돌려보자 싶어서 살짝 돌려봤더니… 물이 찔끔 나오는 게 느껴졌습니다.

찔끔이라서 기뻐하기도 애매한데, 그래도 ‘아예 0’은 아니라는 게 중요했어요. 그런데 찔끔이 나오는 동안 마음속에서는 또 다른 질문이 계속 돌았습니다. “이게 밸브 문제면, 왜 다른 사람은 멀쩡하지?” “이게 제가 건드린 거라면, 내가 또 고장 낸 건 아닐까?” 그러면서도 이미 생수와 소모품은 도착 예정이라서, 저는 그냥 계획대로 생활을 진행했어요. 배달기사님이 문 앞에 생수 박스를 ‘쿵’ 하고 내려놓는데, 그 소리가 이상하게 든든하더라고요.

물은 임시로 싱크대에서 받아서 닦아내고, 가볍게 샤워는 땜질처럼 끝냈습니다. 그날의 저는 웬만한 정비사보다도 더 바쁘게 움직였고, 그 사실이 조금 자랑스러웠어요. 저녁쯤 관리실에서 “밸브 쪽 확인해보시고, 계속 그러면 기사님 부르셔야 합니다”라고 하셨는데, 그 말이 또 웃겼습니다. 제가 지금 ‘수도 상태’가 아니라 ‘인생 상태’를 확인받는 기분이었거든요.

며칠 뒤 수도가 완전히 돌아왔어요. 그러고 나서야 진짜 웃긴 게 떠올랐습니다. 수도 고장난 날, 해결은 배달로 시작했는데, 결국 원인은 밸브였다는 거죠. 그러니까 저는 생수를 시켜놓고, 그 사이에 밸브를 찾고, 임시로 땜질하고, 정비는 배달이 아니라 제 손으로 했던 거예요. 배달은 해결의 시작이었고, 제 손은 해결의 결말이었는데… 그 과정이 너무 ‘자취생 다큐’ 같아서 혼자 키득거렸습니다. 수도는 다시 나왔지만, 그날의 생수 박스 소리만은 아직도 귀에 남아있네요. “고장나면 배달부터… 그게 자취의 감각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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