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에서 가격 낮췄더니 더 싸게 사려던 사람
당근에서 가격 낮췄더니 더 싸게 사려던 사람 이야기가 오늘도 생각나더라고요. 솔직히 저도 “그래, 그냥 팔자” 하고 마음 비우고 올린 건데, 상대는 마음을 비우는 쪽이 아니라 가격부터 비우는 쪽이었어요.
처음엔 제가 중고로 전자기기 하나를 올렸는데, 새 제품은 너무 비싸고 상태는 꽤 괜찮아서 시세보다 약간만 높게 잡았거든요. 그런데 댓글이 오더니 “이 정도면 얼마까지 가능하세요?” 같은 정중한 문의가 아니라, 마치 경매 진행하듯이 숫자부터 툭 던지더라고요. 저는 “네고는 가능하지만, 그 가격이면 어렵다” 했어요.
그런데 그 사람이 계속 “요즘 비슷한 거 더 싸게 올라오던데요”를 반복했어요. 저는 ‘그럼 사세요’라고 하고 싶었지만, 당근이니까 일단 얼굴에 미소는 유지해야 하잖아요. 그래서 결국 제가 선택한 게 “그럼 제가 좀 내려드릴게요. 오늘까지만”이었어요. 진짜로 가격을 낮춰서 다시 올렸는데, 이게 문제의 시작이었습니다.
가격을 내렸다고 하니까, 이번엔 연락이 더 빨리 오더라고요. 내용은 이랬어요. “가격 내리신 건 봤어요. 근데 더 깎아주실 수 있을까요? 제가 오늘 바로 갈 수 있는데요.” 제가 보기엔 이미 내린 가격이 ‘바로 사도 되는 가격’이었거든요. 근데 상대는 계속 “더”를 붙였어요. 마치 제가 숫자 버튼을 더 누르길 기다리는 것처럼요.
그래서 저는 약간 장난 반 진지 반으로 “더는 어렵고, 오늘 오시면 그 가격에 드릴 수 있어요”라고 했더니, 그 사람이 갑자기 말이 바뀌었어요. “아, 그럼 배송은요? 제가 가까운 곳이라도 택배로 받을 수 있나요?” 저는 “직거래만 가능해요. 물건 확인하고 가져가야 해서요”라고 했는데, 상대는 또 새로운 조건을 얹더라고요.
“그럼 택배비는 제가 낼게요. 대신 택배로 보내면 가격이 조금 더 내려가야 하지 않나요?” 이 대목에서 저는 생각이 멈췄어요. 가격을 내린 이유가 ‘제가 팔기 싫어서가 아니라, 제가 이미 합리적으로 맞춘 거’였는데, 상대는 그 합리성을 논리로 받아들이기보다 그냥 ‘깎을 여지’로 해석한 느낌이랄까요. 저는 결국 “택배비는 제가 아니라 판매자가 부담하는지 여부가 아니라, 규정대로 직거래만 가능해요”라고 정리했습니다.
그랬더니 마지막으로 한 마디가 오더라고요. “아, 그럼 그래도 제가 봤을 때는 더 싸게 사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지금 가격도 적정가인데 ‘더’가 있잖아요.” 이게 진짜 무슨 말인지 한참을 봤어요. ‘더’가 있다는 건 결국 제가 더 깎아주길 바라는 마음이고, ‘적정가’라고 인정하는 말 뒤에 갑자기 더가 끼어드는 방식이… 마치 숨은 단어 찾기 같았달까요.
그래서 저는 더는 설명하기 싫어서, 딱 한 문장으로 끝냈어요. “가격은 제가 이미 낮췄고, 더는 조정 없어요. 오실 수 있으면 그때 보시고 결정하세요.” 그러자 그 사람은 조용해졌다가, 다음날 다시 와서 “다음 주에 또 기회 보겠습니다”라고 했어요. 뭐, 그럴 수 있죠. 근데 웃긴 건 그 다음 날 제가 같은 물건을 다른 곳에 올려야 해서 가격을 한 번 더 낮췄는데, 이번엔 연락이 확 줄더라고요.
사람이 안 사는 게 아니라, ‘더’라는 단어에 중독된 분은 그냥 거래를 안 하는 것 같더라고요.
결국 그 물건은 몇 시간 뒤에 다른 분이 오셔서 제 가격에 바로 가져가셨어요. 제가 생각한 건 단 하나였어요. 당근은 ‘가격 조정’이 아니라 ‘합의’가 핵심인데, 어떤 분들은 합의라는 말을 ‘추가 할인 요청’으로 번역하시는 것 같아요. 가격을 내리면 더 싸게 사려는 사람도 있더라—근데 그분들이 원하는 가격까지 내려가면, 저는 물건을 팔기보다 제 생활비를 같이 내리는 셈이잖아요.
그 뒤로 저는 가격 낮추는 건 하되, 마음까지 같이 낮추진 말자고 다짐하게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