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타고 가다가 와이퍼 소리 듣고 바로 멈춘 이유
차 타고 가다가 와이퍼 소리 듣고 바로 멈춘 이유는 생각보다 사소한데, 그날따라 제 귀가 유난히 예민했어요. 비도 아니고, 날씨도 멀쩡했는데 ‘삐이-익… 사각사각’ 하는 그 특유의 와이퍼 소리가 들리더라고요. 근데 제 차는 자동 와이퍼도 아닌데 말이죠. 저는 순간적으로 “아, 방금 그 소리 내 차에서 나온 거 맞나?”부터 확인하고 바로 갓길로 차를 몰았어요.
처음엔 단순히 앞차가 튄 물에 와이퍼를 켠 건가 싶었는데, 문제는 소리가 너무 가까웠어요. 보통 다른 차 소리는 바람 소리랑 섞여서 멀게 느껴지잖아요. 근데 그건 제 차 창문 안쪽에서 들리는 것처럼 또렷했어요. 운전석에서 손으로 계기판을 한 번 더듬어 보려다가, 갑자기 등골이 서늘해져서 속도를 줄인 다음 멈추고 말았죠.
차를 세우고 나서야 “잠깐만, 내가 방금 브레이크 밟은 이유가 뭔데?”라고 스스로한테 되묻게 됐어요. 그런데도 내 손이 먼저 움직였어요. 시동을 끈 상태에서 조용해지니까, 그 소리가 더 선명해졌거든요. ‘사각사각’은 계속되는데, 엔진 소리랑 같이 나는 게 아니라, 진짜 와이퍼 모터가 돌아가는 느낌이었어요. 그때부터 제 머릿속이 하얘지더라고요.
저는 원래 장난을 잘 치는 편도 아니고, 겁이 많은 타입도 아닌데 그날은 이상하게 본능적으로 “이상하다”가 먼저 왔어요. 왜냐면 와이퍼가 돌아가려면 스위치가 켜져야 하고, 켜져 있으면 보통은 계기판이나 내 손이 느끼는 게 있어요. 근데 저는 멀쩡히 운전하고 있었고, 스위치도 건드린 기억이 없었거든요. 그러다 보니 ‘누가 시킨 건가?’ 같은 생각까지 스쳤어요. 물론 현실은 훨씬 멍청했지만요.
일단 저는 안전부터 챙겼어요. 사이드미러로 뒤를 확인하고, 갓길에서 비상등 켜고, 천천히 트렁크 쪽까지 점검할 수 있을 정도로 차를 세웠습니다. 그리고 룸미러랑 운전석 쪽을 자세히 봤는데, 그제서야 제가 알아차린 게 있어요. 제 옆좌석에 뭔가 떨어져 있더라고요. 정확히는 옆좌석 컵홀더 근처에 있어야 할 물티슈 캡 같은 게 아니라, 누가 일부러 밀어놓은 것도 아닌데 스위치 근처로 뭔가가 굴러와 있었어요.
문제의 시작은 결국 그거였어요. 평소에 차에 타고 다니면서, 앞유리 닦을 때 쓰려고 넣어둔 작은 걸레를 잠깐 대시보드 위에 올려놨거든요. 그걸 제가 내릴 때 대충 대시보드를 툭툭 두드리고 정리했는데, 그날은 차가 조금 덜컥거리는 지형을 지나면서 걸레가 미끄러졌던 거예요. 걸레가 스위치 방향으로 흘러가면, 와이퍼 레버가 살짝 눌리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저는 그게 진짜 가능하다고는 생각을 못 했는데, 와이퍼는 “사람이 아니라 무언가”가 건드리면 그대로 반응하니까요.
그래서 저는 그 자리에서 걸레를 치우고, 와이퍼 스위치를 다시 확인했어요. 켜져 있지도 않았는데 돌아갔던 이유가, 스위치가 눌린 게 아니라 ‘걸레가 레버를 살짝 걸쳐서’ 생긴 반응이었더라고요. 비도 아닌데 왜 와이퍼가 돌아가냐 싶었는데, 결국은 제 손으로 조작한 게 아니라 제 짐이 조작한 거였어요. 그제야 웃음이 나오려다가, 한편으로는 아찔했죠. 만약 제가 갓길에 세우지 않고 그냥 계속 달렸으면, 와이퍼 모터가 고장 나거나 배터리 소모가 커질 수도 있으니까요.
근데 여기서 진짜 웃긴 포인트는요. 차를 다시 출발시키고 나서도 저는 계속 거울을 봤어요. “혹시 또 걸레가 굴러가서 다시 켜지는 거 아냐?” 같은 불안이 남아 있더라고요. 그래서 다음부터는 걸레를 아예 트렁크에 넣고, 대시보드 쪽엔 아무것도 안 두기로 했죠. 그리고 그날 이후로 저는 와이퍼 소리 나면 ‘비 오는지’부터 보지 않고, ‘내 차 안에 뭐가 이상하게 생겼는지’부터 먼저 확인하게 됐어요.
결국 차 타고 가다가 와이퍼 소리 듣고 바로 멈춘 이유는, 고장도 아니고 사고도 아니고… 제가 잘못 정리한 걸레 하나 때문이었습니다. 근데 그걸 깨닫는 순간이요, 진짜 사람 심장에 “두근두근”이 찍히는 느낌이었어요. 다음에 누가 “차에서 이상한 소리 나면 그냥 참고 가”라고 말하면, 저는 꼭 이렇게 대답할 것 같아요. “응, 나도 참고 갔었는데… 내 차는 이미 와이퍼 스위치를 내 대신 눌렀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