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최신글
유머/짤방 유머 추천 0

자취하면서 처음 겪는 층간소음, 범인이 누구야

2026-09-16 00:41:13 조회 16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자취하면서 처음 겪는 층간소음, 범인이 누구야… 이게 진짜 별거 아닌 것 같다가도, 어느 날부터는 머리가 먼저 욕을 하더라고요. 저는 자취 3주 차였고, “이 정도면 조용하겠지” 하면서 이불 빨고, 생활비 앱 정리하고, 평화롭게 하루를 마감하던 중이었어요. 그런데 밤 11시 47분쯤부터 위에서 쿵-쿵 소리가 시작됐습니다. 처음엔 그냥 “누가 의자 끌었나?” 싶었죠.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어요. 11시 47분이면 꼭 그 시간에, 정확히는 47분이 되자마자 쿵! 쿵! 하고 리듬을 타요. 저는 시계 보면서 괜히 초조해지고, 손에는 휴대폰, 귀에는 장난감처럼 대충 막아둔 이어플러그… 그러다 결국 12시 10분쯤엔 제가 먼저 방문을 두드렸습니다. “혹시… 바닥에서 뭐 떨어지신 건가요?” 하고요.

현관문 너머로 들린 건 “아 네, 죄송합니다” 같은 말이 아니라, 뭔가 더 무서운 침묵이었어요. 속이 답답해서 “혹시 새벽에 운동하세요?”라고까지 농담처럼 물어봤는데, 그때부터는 소리가 더 커지더라고요. ‘어, 우리 집만 소리 크게 들리나?’ 싶어서 거실 바닥에 귀를 대봤는데, 바닥이 살아있는 것처럼 울리는데 제 기분도 같이 같이 울렁거렸습니다. 자취의 시작이 이런 건가 싶었어요.

다음 날부터는 과학적으로(?) 접근하기 시작했습니다. 밤 11시 47분이 되면 제가 일부러 눈을 안 감고, 소리 패턴을 기록했어요. 쿵이 2번 나오고, 중간에 한 번 미세하게 긁히고, 다시 쿵… 이런 식이었어요. 그래서 결론을 내렸죠. “위층은 뭔가를 두드리는 직업이 있거나, 아니면… 고양이가 뭘 떨어뜨리는데 너무 성실한 편이다.” 저는 층간소음의 범인이 고양이일 거라고 거의 확신했습니다.

하지만 확신이 깨진 건 그 주말이었습니다. 낮에 잠깐 나갔다가 밤에 들어왔는데, 위층에서 문이 닫히는 소리랑 함께 웃음소리가 들리더라고요. 그리고 그날 밤, 또 11시 47분. 똑같이 쿵-쿵이 나오는데, 웃음소리는 어디로 갔는지 갑자기 정적이 내려앉았어요. 그 정적이 너무 “나 지금 숨 쉬고 있다” 같은 느낌이라, 저는 괜히 소름이 돋았습니다. 고양이였다면 그렇게까지 분위기 어둡게 만들 수 있나?

여기서부터 저는 진짜 추리 모드로 들어갔습니다. 위층 현관 앞에 택배가 쌓일 때를 보려고 엘리베이터를 일부러 오래 탔고, 집에 돌아오면 현관문 앞에 비친 그림자도 확인했어요. 그리고 어느 밤, 11시 40분쯤에 제가 몰래 복도 쪽으로 살짝 귀를 대봤습니다. 그런데 그때, 제 등 뒤에서 “뭐해요?” 하고 누가 물었어요. 깜짝 놀라 돌아보니… 같은 층에 사는 관리사무소 직원이더라고요.

그분이 웃으시더니 “요즘 층간소음 민원 올라와서요. 다들 신경이 예민하신가 봐요”라고 하시고는, 덧붙여 말했어요. “근데 위층 말고, 옆집에서도 소리 섞여 들어와요. 소리가 전달되는 방향이 생각보다 복잡해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저는 ‘아… 범인은 사람 하나가 아니라, 소리를 만드는 시스템 전체였구나’ 싶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제 방도 벽이랑 붙어있어서, 소리 반사가 이상하게 들어오는 구조였던 거죠.

그래도 범인이 누구냐는 질문에 답을 해야 하잖아요. 결론은 이거였습니다. 위층의 “쿵”이 원인일 수도 있지만, 사실 그건 어떤 순간에 발이 바닥을 세게 디뎠거나, 무거운 걸 끌 때 생기는 소리였고, 그 소리가 복도/벽을 타고 저희 집 거실로 더 크게 들어온 거였어요. 그래서 범인은 한 명이 아니라, 상황이 만들어낸 합성범이라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제가 밤마다 시계를 보며 “범인 확정”을 외친 건… 그냥 제 뇌가 공포 영화를 찍은 거고요.

그 뒤로 저는 방법을 바꿨어요. 위층에 직접 말하기 전에, 관리사무소 통해서 “어느 정도 시간대에 반복적으로 소리가 크다”는 식으로 공지 요청을 했고, 동시에 제 쪽도 바닥에 매트 깔고, 운동도 실내화 신고 줄여봤습니다. 그러니까 신기하게도, 한동안은 쿵-쿵이 줄더라고요. 어느 날 밤엔 소리가 안 나서, 제가 오히려 “오늘은 무슨 일이지?” 하며 귀를 쫑긋했는데… 그날은 위층이 조용한 게 아니라, 복도에서 들리는 소리가 제 타이밍을 비켜간 날이었어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제가 제일 웃겼던 건 결말이 너무 평범했다는 거예요. 범인 잡았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정해진 시간에 누가 뭘 하는 습관” 같은 게 있었던 거고, 그건 대단한 악의가 아니라 그냥 생활 패턴이었더라고요. 이제 저는 11시 47분이 되면 자동으로 심장이 내려앉기보단, 조용히 생각해요. “오늘도 쿵이 오나?” 하고요. 가끔은 오다가도 안 오면, 그때서야 자취 생활이 ‘완전 고독’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됩니다. 소음도 사람도, 결국엔 타이밍이 맞아야 들리더라고요.

이 글 반응 남기기
추천과 비추천은 회원당 1회만 가능하며, 다시 누르면 취소됩니다.
추천 0 · 비추천 0
글 신고 안내
같은 회원은 같은 글이나 댓글을 1회만 신고할 수 있으며, 누적 신고가 5회 이상이면 자동으로 숨김 처리됩니다.
현재 글 신고 0회

댓글

댓글 작성은 로그인 후 가능합니다.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