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와서 보니 포크가 아니라 빨대만 있었다
배달 와서 보니 포크가 아니라 빨대만 있었다. 진짜로요. 배달 앱에서는 “세트 구성: 포크+물티슈” 이런 식으로 친절하게 떠 있는데, 정작 문 앞에 온 건 비닐 봉지 몇 개랑… 빨대 하나가 동봉된 게 전부더라구요.
처음엔 내가 뭘 잘못 봤나 싶어서 포장을 열어봤어요. 소스는 따로 들어있고, 국물 있는 메뉴는 뚜껑이 꽉 잠겨 있었고, 젓가락도 없고, 포크도 없고, 포장지 구석구석에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찾아봤는데도 결국 찾은 건 빨대뿐이었습니다. 빨대가 왜 있냐고요? 그 빨대는 마치 세트의 핵심인 것처럼 반짝반짝 포장까지 되어 있었어요.
저는 순간 머리가 멈추는 느낌이었어요. “이거 설마 제가 포크를 안 쓰는 시대에 살고 있나?” 싶을 정도로요. 근데 음식 상태가 포크 없는 분에게는 꽤 난이도 있었습니다. 면은 꼬불꼬불했고, 옆에는 고기랑 소스가 얹혀 있는데, 집에 있는 숟가락으로도 버거운 그런 타입이요.
일단 빨대를 들고 제가 생각해낸 방식은 딱 하나였어요. “빨대로 소스를 빨아먹고, 면은 공중에서… 뭐든….” 진짜로요. 면을 빨대로 감아서 빨아보려다가 면이 빨대 안으로 들어가기는커녕 그냥 제 손에서 미끄러져서 소스만 묻더라구요. 빨대가 잘못된 게 아니라, 제가 잘못 태어났다는 결론이 내려졌습니다.
그래도 포기 못 하고, 동네 카페에서 봤던 ‘스트로우 면치기’ 영상을 떠올렸어요. 근데 그 영상은 누가 봐도 장비가 다르잖아요. 거기서 사용하는 빨대는 빨대라기보단 작은 관찰용 튜브 같은 거였어요. 제 빨대는 그냥 평범한 빨대라서, 면을 넣는 순간 압력이 아니라 체념이 먼저 들어오더라고요.
결국 저는 집에 있는 수저를 끌어올 수밖에 없었어요. 하지만 문제는 음식이 “포크가 없으면 손에 소스가 묻는 구조”라는 점이죠. 수저로 해결하려고 했는데 고기랑 소스가 자꾸 손가락 쪽으로 튀고, 그 순간 빨대는 제 옆에서 멍하니 굴러가고 있었습니다. 빨대는 분명히 ‘넌 날 써야 해’라고 말하는 느낌이었는데, 저는 이미 포크를 잃어버린 사람이 되어버린 거예요.
그래서 배달 앱에 문의를 넣었죠. 내용은 엄청 정중하게 썼습니다. “포크가 누락되고 빨대만 동봉되어 왔습니다. 혹시 구성 착오가 있었을까요?” 이런 식으로요. 근데 이게 또 웃긴 게, 답변이 오자마자 바로 이어서 “다음 주문 시 포크를 꼭 챙겨드리겠습니다”라고 하더라구요. 근데 저는 이미 다음 주문을 할 때도 포크가 필요할 확률이 100%라서, ‘다음’이라는 단어가 왠지 멀게 느껴졌어요.
더 황당했던 건, 배달원분이 제 앞에서 “감사합니다” 하고 가실 때 표정이 너무 평온했다는 거예요. 제가 문 열자마자 봉지를 건네주고 끝. 혹시 그분도 안에 뭐가 들어있는지 다 알고 계시는 건 아니겠죠. 그래도 저는 마음속으로 잠깐 상상했어요. 배달원분이 창고에서 포크를 찾다가, 같은 칸에서 빨대만 집어서 “이거면 되겠지” 하고 달려온 장면 같은 거요. 그 상상 때문에 더 웃기더라구요.
마무리는 결국 이렇게 됐습니다. 제가 빨대를 식탁 위에 올려두고 사진도 한 장 찍고, 그 다음엔 그냥 포크 없이도 먹긴 먹었습니다. 대신 먹으면서 계속 빨대를 바라봤어요. 마치 “너는 지금도 의미가 있지?” 하고 묻는 것 같아서요. 그리고 마지막 한 입 먹을 때쯤 깨달았어요. 이건 포크가 빠진 게 아니라, 제 하루에 ‘예상 불가 이벤트’가 추가된 거라고요. 다음엔 포크가 오겠지만… 저 빨대는 어쩐지, 제가 다음 주문을 기다리는 동안 집에서 조용히 제 식사 예고편 역할을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