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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랑 여행 가면 꼭 생기는 분실물 사건

2026-09-18 10:41:10 조회 12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가족이랑 여행 가면 꼭 생기는 분실물 사건, 저는 그걸 ‘여행의 전통’이라고 부릅니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시작됐죠. 공항에서부터 분위기가 이미 수상했어요. 다들 짐은 또각또각 잘 끌고 다니는데, 제 눈은 이상하게도 “이 사람이 지금 뭘 잃어버릴지”만 관찰하고 있더라고요.

첫 타자는 항상 부모님 중 한 분입니다. 이번엔 아빠였어요. 체크인하고 게이트로 이동하는데 아빠가 갑자기 멈춰 서더니 주머니를 뒤지기 시작하더니, 그 다음에 하는 말이 “어? 지갑이…?”였습니다. 지갑이 없어져도 세상은 계속 굴러가니까 다들 웃으면서 “혹시 차에 두고 오신 거 아냐?” 같은 말을 하잖아요. 그런데 아빠는 그 말에 반응이 없고, 이미 표정이 ‘내가 지금 뭘 잃었는지’ 스스로도 감지한 상태였어요.

엄마가 가방을 뒤지고, 저는 아빠가 앉았던 의자까지 확인하러 뛰어갔는데도 결과는 똑같았습니다. 그러다 제가 아빠 여행용 크로스백 끈을 만지다가 이상한 느낌을 받았죠. 손가락으로 만지는데 뭔가가 걸리는 게 있어요. 주머니 하나가 살짝 벌어져 있더라고요. 결론은 간단했어요. 아빠 지갑은 공항 바닥에 사라진 게 아니라, 아빠 본인이 “필요할 때 꺼내려고” 크로스백에 넣어둔 걸 제가 다음 단계로 옮기다가 끼워 넣어버린 거였어요. 분실물은 공중에 증발하지 않고, 가족 간에만 이동한다… 이게 이번 여행의 첫 교훈이었습니다.

근데 진짜 사건은 그 다음이었어요. 숙소에 도착하고 짐을 풀자마자 동생이 갑자기 “어… 내 충전기 어디 갔지?” 하더라고요. 여행 내내 동생이 휴대폰으로 사진을 남기겠다고 그렇게 다짐했는데, 충전기가 없으면 그 다짐이 그냥 종이비행기처럼 날아가버리잖아요. 저는 속으로 ‘아, 또 시작이구나’ 했죠.

가족회의가 열렸습니다. “여기 넣었어?” “아까 버스에서?” “아니야, 너 어제 라면 먹을 때 옆에…” 같은 말이 쏟아지는데, 정작 제 머릿속에는 딱 하나만 떠올라요. 여행용 파우치는 대체로 누가 ‘정리’했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누가 ‘숨겼다’의 다른 말이라는 것. 결국 우리는 충전기를 찾기 위해 숙소 바닥을 이불까지 걷어가며 뒤졌고, 거기서 발견된 건… 동생 충전기가 아니라, 엄마 보조배터리였습니다. 동생이 보조배터리를 충전기라고 착각하고 있던 거예요. 서로 물건은 제대로 들고 있었는데, 단어를 서로 다르게 번역해서 분실물이 된 거죠.

그날 저녁엔 또 한 번 분실물 사건이 터졌어요. 바로 이어폰. 저는 가족 단톡방에 사진을 보내려고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틀었는데, 갑자기 통화가 되지 않는 거예요. “어? 내 이어폰이…?” 하고 가방을 뒤집는 순간, 가족들이 저를 쳐다봅니다. 눈빛이 이미 말하고 있죠. ‘너도 이제 잃어?’

조사 결과는 더 웃겼어요. 이어폰은 분명히 제 파우치에 있었는데, 그 파우치가 저녁에 동생이 ‘짠’ 하고 들고 가더라고요. 이유는 간단했대요. “그냥 편하니까 내 옆에 둘게.” 여행 중엔 설명이 늘 짧고, 결과가 늘 길어지는 법이잖아요. 결국 이어폰은 동생 파우치 안에서 먼지랑 같이 잠들어 있었고, 저는 그걸 꺼내면서 ‘가족은 물건을 잃는 게 아니라 목적지를 바꾼다’고 생각했어요.

다음 날은 반대로 제가 범인이 됐습니다. 관광지에서 사진 찍다가 갑자기 “휴대폰 케이스가 없다”는 걸 깨달았어요. 케이스는 별거 아닌데, 그날따라 케이스가 없으면 폰이 미끄러질 것 같고, 왠지 오늘 하루가 불안해질 것 같은 느낌이 있잖아요. 저는 즉시 이전 장소를 재방문했고, 가방을 뒤지고, 심지어 바닥에 떨어졌을까 봐 카메라 가방까지 열어봤습니다.

그런데 마지막에야 깨달았죠. 제가 케이스를 잃어버린 게 아니라, 케이스가 제 손에 들려 있었던 거예요. 아까 사진 찍을 때 누가 “손이 흔들리니까 케이스 잡아”라고 농담 비슷하게 말했거든요. 그 순간 저는 케이스를 손에 쥐고 있으면서도, 여행의 속도에 맞춰 뇌가 “아, 이건 정리 됐어”라고 자동으로 저장해버린 겁니다. 결국 분실물 찾기의 결론은 항상 같아요. 찾는 것 자체가 아니라, 찾는 동안 가족이 얼마나 서로를 의심 없이 떠드는지가 진짜 이벤트라는 거.

마지막 날, 공항으로 돌아가기 직전에 또 하나가 터졌습니다. 동생이 “내 티켓 지갑 어디 있어?”라고 하더니, 제가 대답하기 전에 엄마가 먼저 웃으면서 “너 어제 계속 찾더니, 네 손에 붙어 있었잖아”라고 말했어요. 알고 보니 티켓 지갑은 동생이 아니라, 동생이 들고 다니는 쇼핑백 안쪽 주머니에 딱 맞게 들어가 있었더라고요. 우리는 결국 시간 맞춰 출발했고, 비행기 안에서 다들 조용히 앉아 있었는데도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각자 한 마디씩 했습니다. ‘다음 여행도 분실물 잘 챙기자.’ 그 말이 제일 피식 웃기면서, 동시에 묘하게 가족여행의 정답처럼 느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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