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중에 카페 메뉴 맞추기 게임하다 망함
연애 중에 카페 메뉴 맞추기 게임하다 망함. 진짜 제목 그대로예요. 우리가 연애 초반이라 사소한 데서 서로 맞추는 게임 같은 거 하다 보면 “우리 사귀는 거 실감 난다” 이런 얘기까지 하잖아요? 그날도 그런 감성으로 카페 가서 메뉴 맞추기 하자고 제가 먼저 꺼냈는데, 결과적으로는 제가 가장 크게 당했어요.
상황은 단순했어요. 들어가자마자 주문할 때 “이번엔 상대가 고를 메뉴 맞혀봐” 같은 걸 정하면 되잖아요. 저는 제가 워낙 센스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너는 달달한 거 좋아하니까 아마 카라멜 들어간 라떼나 디저트 세트로 갈 거야” 하고 말했죠. 근데 제 말이 너무 그럴듯했어요. 본능적으로 저도 확신이 들더라고요. 문제는, 상대가 그 확신을 읽었는지… 그다음부터 게임 난이도가 갑자기 올라갑니다.
여자친구(당시엔 아직 ‘연애’가 막 시작된 그 타이밍이었어요)는 주문대 앞에서 빙글빙글 웃더니 “오빠, 메뉴 맞추는 거면 규칙도 있어야지” 하면서 게임 모드를 켰어요. 규칙은 이랬어요. 상대가 말하기 전에 제가 상상해서 메뉴를 맞히면 성공, 틀리면 다음 라운드는 제가 커피 값 내기. 겉보기엔 가벼운 장난이었는데, 막상 들어가면 그게 장난이 아니더라고요.
저는 자신 있게 말했죠. “아니 너는 무조건 카라멜 라떼에, 아메리카노보다 라떼지. 그리고 디저트는 치즈케이크.” 속으로 ‘이건 거의 정답’이라고 생각했어요. 메뉴판을 보는 눈빛도, 말하는 톤도 당연히 자신감이었고요. 근데 여자친구는 “오빠, 그건 너무 뻔해” 하면서 아주 태연하게 다른 쪽을 가리켰어요. 그 커피는 제가 절대 안 고를 조합이라 뇌가 일시 정지 걸렸습니다.
그때부터 진짜로 망하기 시작했어요. 규칙상 제가 다시 맞혀야 했는데, 이미 첫 번째 판에서 실패니까 다음 라운드는 제가 더 깊게 맞혀야 하는 구조였거든요. 저는 “아니 그건 카라멜 아니고…” 하면서 메뉴명을 더듬었고, 직원이 “이거 두 개 중에 고르시면 될까요?” 하고 묻는 순간 저는 마치 시험장에서 답안을 바꾸는 사람처럼 손이 굳어버렸어요. 여자친구는 제 표정을 보더니 웃음을 참느라 어깨를 들썩이더라고요.
결국 제가 살려 보려고 질문을 더 세게 했어요. “그럼… 너는 단맛 중에 뭐 좋아해? 바닐라? 초콜릿? 아니면 시즌 한정?” 이렇게 캐물었는데, 여자친구는 “오빠 질문 많다. 맞춰야 하는 거잖아” 하고 되려 제 멘트를 되돌려줬어요. 그 말 듣고 깨달았죠. 아, 내가 지금 메뉴 맞추는 게임을 하는 게 아니라, 상대가 제 대답을 재료로 해서 저를 더 꼼짝 못 하게 만드는 상황이구나. 이건 게임이 아니라 심리전이었어요.
그리고 마지막 타격이 왔습니다. “오빠 다음엔 디저트까지 맞혀봐”라는 말이었어요. 전 카페에서 디저트 고를 때 보통 눈으로 보고 ‘아 이거 맛있겠다’ 하면 그걸 고르잖아요. 그런데 상대는 맛있겠다가 아니라 ‘오빠가 절대 예상 못 하는 걸 고르겠다’는 마음으로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또 자신 있게 “너는 초코 브라우니!” 하고 외쳤는데, 여자친구는 “브라우니는 오빠가 너무 잘 맞히고 있어. 그러면 재밌지 않잖아” 하면서 과일 타르트 같은 걸 주문해버렸습니다. 저는 그 순간 제 예감이 아니라 제 편견이 틀린 거라는 걸 받아들이게 됐고요.
돈 얘기가 나오면 더 민망해지는데, 규칙 때문에 제가 결제까지 해야 했습니다. 물론 연인 사이에 돈 내는 게 그렇게 큰 문제는 아닌데, 문제는 제가 망해서 결제했다는 사실이 너무 웃겨서 더 어색해졌어요. 저는 카드 내밀면서 “그래도 내가 너에 대해 많이 아는 건 맞잖아”라고 말하려 했는데, 여자친구가 아주 조용히 한마디 하더라고요. “오빠, 메뉴 맞추기 게임이 아니라, 오빠가 얼마나 자신 있게 틀리는지 보여주는 게임이었어.” 이게 진짜 한 방이었습니다.
집에 와서도 생각이 계속 났어요. 다음에 게임 또 하자고 하면 내가 또 지잖아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화는 안 나더라고요. 오히려 그날 커피 맛있었던 것부터, 주문대 앞에서 웃던 표정까지 다 기억나서… 내가 져서 망한 건 맞는데, 그 망이 꽤 달콤했달까요. 결론은 하나예요. 연애 중 메뉴 맞추기 게임은, 잘 맞히면 편하고 못 맞히면 더 웃긴다. 그리고 둘 다 결국 커플의 기록으로 남는다. 오늘도 카페 메뉴판 보면 그날 과일 타르트가 떠올라서, 웃음이 먼저 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