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에서 만난 판매자와 같은 학교 동기였던 썰
당근에서 만난 판매자와 같은 학교 동기였던 썰이 진짜 아직도 종종 생각나는데, 그날은 그냥 “중고는 중고지” 모드로 대충 보고 연락한 게 시작이었어요.
거실에서 쓸만한 스탠드 조명이 하나 필요해서 당근을 켰거든요. 가격도 괜찮고 사진도 멀쩡해서 바로 채팅했어요. “사용감 괜찮나요? 전구는 포함인가요?” 이런 기본 질문만 던졌는데, 답장이 엄청 빠르더라고요. 글도 깔끔하고 친절해서, 아 여긴 괜찮다 싶었죠.
이야기는 예약 거래로 빨리 넘어갔고, 장소는 “근처 편의점 앞에서 볼게요”로 정했어요. 저는 그날 늦게 퇴근해서 조금 헐레벌떡 나갔는데, 막상 만나러 나가니까 마음이 편하진 않더라고요. 중고 거래는 첫 만남이 항상 애매하잖아요. 얼굴은 프로필 사진이랑 비슷할 텐데, 가게 들고 나오면 또 다르게 보이고… 그런 거요.
편의점 앞에 도착했는데, 판매자분이 먼저 손을 흔들면서 나오시더라고요. 그런데 그 순간, 제 머리가 “잠깐만, 이 얼굴…” 하고 멈췄어요. 눈썹 모양, 웃을 때 입꼬리, 그리고 말투가 딱 익숙한 그 느낌. 근데 제가 바로 떠올리진 못했어요. 그냥 ‘아 이거 진짜 아는 사람 같은데?’ 정도만 남았죠.
조명 박스를 같이 내려주고, 설치할 때 쓰는 방법도 간단히 설명하시는데, 그 설명이 묘하게 학교에서 들었던 누군가의 스타일이랑 겹치는 거예요. 저는 계속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는데, 속으로는 “설마… 설마…” 하면서도 확신이 없으니까 질문을 못 하겠더라고요. 대신 저는 “혹시… 학교 어디 다니셨어요?”라고 아주 조심스럽게 던졌어요.
그러자 판매자분이 “저 00대 다녔고요”라고 하시는데, 그때 제가 진짜 확 꽂혔죠. 제 동기가 그 과고, 학번도 거의 비슷하고, 무엇보다 동아리 활동했던 그 시절의 기억들이 한꺼번에 떠올라요. 순간 얼굴이 확 굳으면서 제가 말이 좀 빨라졌어요. “혹시 혹시! 우리 그때 공연 준비하던 거 기억나요?”라고요.
그랬더니 판매자분이 잠깐 놀라더니, 웃으면서 “아… 그거요? 저요? 저 그때 무대 뒤에서 케이블 정리하던 사람이었어요”라고 하시더라고요. 저는 그 말 듣고 바로 회상 완료. 아 그 사람 맞구나. 진짜로. 당근 채팅으로 조명 사다가, 학교 단체사진 속에서 튀어나온 사람이 옆에 서 있는 느낌이었어요. 저는 한동안 웃다가 “세상에… 같은 학교였네”를 세 번이나 반복했어요.
대화가 이어지면서 더 웃긴 포인트가 나왔어요. 서로 근황 얘기를 하다 보니까, 우리가 같은 동아리에 있었는데도 수업만 같은 시간대였지 정작 대화는 자주 안 했던 사이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그 얼굴은 기억나는데 이름을 못 떠올렸고, 상대는 당근 프로필만 보고 저를 몰랐던 거죠. 결국 “그때는 못 친해졌는데 지금은 조명 거래로 친해졌네요” 같은 말이 나오는데, 그게 또 너무 현실적이라 빵 터졌습니다.
더 웃긴 건, 거래 끝나고 조명을 확인하는데 판매자분이 “저희 집에 둘 때도 케이블 때문에 한 번 넘어질 뻔했어요”라고 하시는 거예요. 그 말이 우리 학창시절 공연 날, 뒤에서 누가 넘어질 뻔했던 사건이랑 똑같더라고요. 저는 갑자기 그때의 소리, 조명 색, 무대 냄새까지 떠올라서 웃음이 더 커졌어요. 그 순간 “중고는 물건이 아니라 추억을 같이 사는 건가?” 싶었죠.
결국 저는 조명을 들고 오면서도 계속 멍했어요. 당근에서 물건을 산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동기랑 같은 동네에 살고, 같은 기억을 공유하고, 심지어 말투까지 닮아있었다는 게 너무 신기했거든요. 그리고 집에 와서 스탠드를 켜 보는데, 빛이 은근히 따뜻해서 괜히 기분이 좋아지더라고요. 다음에 또 당근에서 뭔가 사면… 혹시 또 동기 등장하려나, 그런 생각 하며 피식 웃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