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몰고 가다 주차라인에 끼어버린 날
차 몰고 가다 주차라인에 끼어버린 날, 그날은 “오늘은 내가 운전 좀 괜찮네?” 하는 착각으로 시작했어요. 새벽에 세차까지 해놔서 기분이 하늘이었고, 주차장도 널널해 보였거든요. 문제는 그 널널함이 저를 자만하게 만들었다는 거였죠.
처음에는 진짜 별일 없었어요. 매장 가서 볼일 보고 나와서 차에 타는데, 주차칸 사이 간격이 제법 넓더라고요. 그래서 속으로 “아, 여긴 사람도 덜 다니고 주차도 편하겠다” 싶었어요. 음악도 조금 크게 틀어놓고 기분 좋게 출발했는데, 그 순간부터 운이 딱딱 떨어지기 시작했어요.
주차장 내부에서 한 번 더 돌아서 들어가야 하는 구조였는데, 제가 각도를 대충 맞추고 “이 정도면 들어가겠지” 하고 핸들을 돌렸거든요. 그때까지만 해도 제 차는 멀쩡했는데, 문제는 제가 들어가려는 칸의 라인이 너무 선명하다는 거였어요. 선명한 라인 + 제 자만 = 정확한 재앙의 시작.
바퀴가 라인 위로 살짝 올라가면서 “오케이, 센터 맞추면 되겠다” 싶었는데, 이상하게 차가 미세하게 옆으로 밀리더라고요. 저는 그걸 그냥 바닥 상태가 미끄러워서 그런 줄 알았죠. 그런데 몇 번 전진/후진 하다 보니 차가 라인 안쪽으로 파고들기 시작하는데, 그게 딱 ‘끼어버린’ 느낌이었어요.
그때부터가 진짜였어요. 차 문 열고 밖을 봤는데, 제 차가 주차라인 경계선 두 개 사이에 딱 갇힌 것처럼 보이는 거예요. 앞바퀴는 이미 한쪽 라인을 살짝 넘었고, 뒤바퀴는 반대 라인을 애매하게 건드리고 있었죠. 그러니까 전진하면 한쪽에 걸리고, 후진하면 다른 쪽에 걸리는 그 고전적인 상황… 영화로만 보던 장면이 제 차에서 재생 중이었어요.
저는 “아냐, 그냥 조금만 더 하면 빠져나가겠지” 하면서 또 움직였어요. 근데 그게 사람 마음을 더 조급하게 만드는 방식이더라고요. 바퀴가 라인을 타고 미끄러지듯 들어가면서 더 깊게 끼어드는 느낌이었고, 결국 제 차가 정차한 순간엔 아예 정면에서 봐도 ‘주차라인에 붙잡힌 차’가 됐더라고요. 기계도 당황했는지, 하중 같은 게 걸리는지 소리도 뭔가 둔탁해졌고요.
주변을 보는데, 마침 누가 걸어오고 있었어요. 보통 이런 상황에서 누가 다가오면 “도와주실 수 있나요?”가 아니라 “저러다 더 망가지겠는데” 표정이잖아요. 그래서 제가 먼저 씩 웃으며 손을 흔들었는데, 그분은 그냥 지나가면서 “아, 또 누가 라인에 갇혔네” 하는 듯한 표정으로 가시더라고요. 그 말이 안 들려도 얼굴이 말해주니까 너무 민망했죠.
결국 저는 보험사 전화까지는 아니고, 가벼운 마음으로 주변 차들 사이에 있는 여유 공간을 찾았어요. 문제는 제가 빠져나가려면 조향 각을 제대로 다시 잡아야 하는데, 이미 라인이 차를 잡고 있으니 핸들이 마음대로 안 돌아가는 느낌이었어요. 그래서 차 안에서 한참을 고민하다가, 아예 바깥 시야를 확보하려고 내렸다가 다시 타고, 각도부터 천천히 조정했죠.
그때 진짜 웃긴 포인트가 나왔어요. 라인을 빠져나올 타이밍을 잡으려고 전진 아주 짧게, 브레이크, 다시 후진 아주 짧게… 이걸 몇 번 반복했는데, 갑자기 차가 “툭” 하고 라인에서 풀리더라고요. 그 순간 저는 엄청난 성취감을 느끼며 “역시 내 손맛은…” 하고 생각했는데, 풀리고 나니까 차가 딱 제자리에서 조금만 앞으로 갔을 뿐이었어요. 그래서 감동은 3초, 현실은 5초, 결국 “내가 방금까지 한 노력이 그냥 20cm였네?”로 결론이 났습니다. 그래도 라인에서 빠져나온 것만으로도 이미 승리였죠.
마무리는 더 황당했어요. 다시 주차하려고 들어가는데, 저는 방금 전의 일을 잊지 않으려고 아주 천천히 했거든요. 근데 차를 세우고 내리려는 순간, 제 발이 라인 옆에 있는 물웅덩이에 퐁당… 세차해둔 차보다 제가 더 깨끗해졌습니다. 그래도 집에 와서 생각해보면, 그날은 “차가 라인에 끼는 날”이 아니라 “사람이 자만에 끼는 날”이었던 것 같아요. 다음엔 널널해 보여도 좀 겸손하게 들어가야겠다고, 라인을 볼 때마다 반사적으로 웃게 되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