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최신글
유머/짤방 유머 추천 0

가족이 만든 전이 너무 맛있어서 과식한 날

2026-09-22 15:41:10 조회 16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가족이 만든 전이 너무 맛있어서 과식한 날, 그날은 그냥 “한 장만” 하고 끝내려던 계획이 있었어요. 근데 그 한 장이 현실에서는 두 장, 세 장, 어느새 열 장이 되어버리는 마법 같은 하루였죠. 보통 전은 부치기 시작하면 냄새가 집 전체를 점령하잖아요. 그 냄새가 부엌에서 거실까지 걸어 나오는 순간, 제 위는 이미 반쯤 항복 상태였던 것 같아요.

아침부터 엄마는 “오늘은 전이야, 전” 하면서 장바구니를 툭 내려놓더라고요. 부추랑 양파, 새우, 그리고 제가 좋아하는 김치까지 등장했어요. 아빠는 “반죽은 적당히”라고 말하면서도 그 적당히가 얼마나 넉넉한지 늘 정확히 알고 있는 분이라, 반죽 그릇을 보면 이미 결말이 정해져 있었습니다. 저는 그저 ‘구경만’ 하겠다는 마음으로 주방에 앉았는데, 구경을 하는 순간부터 손이 가는 건 체질이더라고요.

먼저 부추전이 시작됐는데, 부추 썰 때 소리가 얼마나 싱그럽던지요. 부추가 잘게 잘려 팬 위로 들어갈 때, 기름이 ‘지지직’ 소리를 내면서 집 안 공기를 한 번에 따뜻하게 만들었어요. 엄마가 “간장에 식초 조금만”이라고 말하자마자, 아빠가 “식초는 조금이 아니고 좀 더!”라고 맞장구쳤고, 그 결과 간장 그릇은 거의 소스가 아니라 전용 양념 통처럼 보이기 시작했어요. 저는 이미 그때부터 마음속으로 “오늘은 양념을 먹는 날이다”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 다음은 김치전 차례였는데, 김치가 너무 잘 익어서 신 맛이 딱 적당했어요. 저는 김치전 하면 보통 ‘바삭’이 먼저 떠오르는데, 그날 김치전은 바삭함과 촉촉함이 같이 있었어요. 가장자리는 얇게 크런치가 살아 있고, 가운데는 뜨끈하게 김치의 맛이 퍼지면서 밥 생각을 간질간질하게 만들더라고요. 옆에서 가족들이 전을 뒤집는 모습을 보면 진짜 기술이 있어야 하는데, 다들 장인처럼 자연스럽게 뒤집으니까 저도 괜히 더 먹게 됐어요.

저는 원래 전은 한두 장이면 만족하는 편인데, 그날은 계속 손이 돌아갔어요. 이유는 간단했어요. 전이 맛있어서가 아니라, 전이 계속 새로 나왔기 때문이죠. 부추전 먹다가 새우전, 새우전 먹다가 감자전, 감자전이 막 올라오면 김치전이 한 조각 더 남아 있고… 그 사이에 제가 “배부르다”라고 말할 타이밍이 없었습니다. 가족은 배부르다는 말을 들으면 조심스럽게 멈출 것 같지만, 현실에서는 오히려 “한 입만 더 먹자”가 기본 메뉴처럼 따라와요.

특히 새우전이 대박이었어요. 새우가 씹힐 때 탱글한 식감이 있고, 간이 너무 세지 않아서 계속 들어가요. 엄마는 “너 새우전 좋아하잖아”라고 하면서 마지막 조각을 제 쪽으로 밀어주더라고요. 그 순간 저는 ‘좋아한다’는 말이 얼마나 위험한지 깨달았어요. 좋아하는 게 아니라, 이미 제 인생이 새우전의 궤도에 들어간 거였거든요.

결국 점심을 먹으려고 밥솥을 열었는데, 밥이 거의 구경만 하다가 더워지기 시작했어요. 전을 먹느라 밥이 들어갈 자리가 안 남은 거죠. 저는 “밥은 나중에 먹지”라고 했는데, 나중이라는 건 언제나 늦게 오잖아요. 저녁이 되자 가족들은 또 “아, 오늘 전 했으니까 볶음밥도 해먹자” 같은 말을 꺼냈고요. 저는 그 말을 듣고도 웃기만 했어요. 이미 위는 전을 기억하고 있었고, 볶음밥은 그 기억 위에 얹히는 보너스처럼 느껴졌거든요.

그날의 최종 엔딩은 뭐냐면요. 소파에 앉았는데 배가 너무 따뜻해서, 앉아 있는 건지 누워 있는 건지 경계가 흐려졌습니다. 배가 불룩해진 걸 느끼면서도 가족들이 “맛있었지?”를 연달아 물어보면, 저는 “네…” 하고 고개만 끄덕이게 돼요. 그리고 또 웃긴 건, 과식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다음 날 아침에 냉장고 문 열다가 전 생각이 나더라는 거예요. 아, 그거죠. 전은 맛있어서 먹는 게 아니라, 먹고 나면 기억이 남아서 또 생각나게 만드는 음식.

지금도 가끔 가족이 전 얘기 꺼내면 마음이 반쯤 동요해요. “이번엔 한 장만 먹자”라고 결심하는데, 결심은 늘 부침가루처럼 금방 뭉개지거든요. 그래도 이상하게 후회는 덜해요. 배는 불편해도 집안 공기는 따뜻했고, 다 같이 먹는 맛이 있어서 그런가 봐요. 결국 전이 너무 맛있어서 과식한 날은, 제 인생에서 ‘맛있는 교훈’으로 남았습니다. 다음엔 진짜 한 장만 먹어볼게요…라고 말하면서요, 이미 양념은 마음속에서 준비해둔 상태로요.

이 글 반응 남기기
추천과 비추천은 회원당 1회만 가능하며, 다시 누르면 취소됩니다.
추천 0 · 비추천 0
글 신고 안내
같은 회원은 같은 글이나 댓글을 1회만 신고할 수 있으며, 누적 신고가 5회 이상이면 자동으로 숨김 처리됩니다.
현재 글 신고 0회

댓글

댓글 작성은 로그인 후 가능합니다.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