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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 거래 시점에 장마가 터져서 난장판

2026-09-25 10:41:09 조회 6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당근 거래 시점에 장마가 터져서 난장판이 났어요. 진짜로 “비 올 줄 알았으면 말이라도 했지…” 싶은 그 느낌. 저는 평소처럼 동네 채팅방에서 물건 상태 물어보고, 가격 맞추고, “오늘 몇 시에 문 앞에서 볼까요?”까지 깔끔하게 정해놨거든요. 그런데 그날 하늘이 먼저 선전포고를 하더니, 오전부터 비가 부슬부슬이 아니라 그냥 작정하고 쏟아지기 시작했어요.

처음엔 “그래도 당근인데, 사람들이 다 알아서 우비 입고 나오겠지”라고 생각했죠. 저도 우산 두 개에 비닐 봉투까지 챙겨서 준비했어요. 문제는 상대방이었는데, 채팅으로 “저 지금 집 앞이에요! 10분만요”라고 해서 저도 안심했거든요. 근데 10분 뒤에 도착한 건 사람이 아니라 장마 분위기였어요. 현관 앞에 서 있는 순간부터 바람이 옆으로 비를 밀어버리니까, 우산을 써도 어딘가로 물이 들어오더라고요.

그렇게 서로 “여기 계세요?” 하면서 문 앞에서 만났는데, 제가 들고 있던 박스가 갑자기 ‘축축…’ 하고 무거워지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비가 박스 옆면으로 스며든 거였죠. 상대도 뭔가를 들고 있었는데, 가방에서 비닐봉투가 하나 떨어져서 바닥에 둥둥 굴렀어요. 그걸 주우려고 허리를 숙이는 순간, 바람이 또 한 번 불면서 상대 우산이 살짝 접히듯 틀어졌고, 둘 다 동시에 “아… 이러면 안 되는데”라는 표정을 지었습니다.

장마가 터진 게 문제라서가 아니라, 타이밍이 너무 절묘했어요. 거래 장소가 딱 건물 입구랑 조금 떨어진 곳이라, 비 피할 데가 마땅치 않았거든요. 원래라면 3분이면 끝낼 일을 15분 동안 협의하게 됐습니다. 서로 “여기서 해도 돼요?” “아뇨 여기까지 오시면 돼요” “아 근데 미끄러워요” 같은 말을 계속 주고받았는데, 그 말들이 전부 비 소리에 묻히니까 더 웃기게 느껴졌어요.

그래서 결국 당근 특유의 ‘즉흥 해결’ 모드로 들어갔어요. 상대가 “잠깐만요, 우비 있어요” 하더니 자기 집에서 우비를 들고 나왔고, 저는 “저는 이 박스랑 포장 비닐이 전부예요”라며 포장재를 덧댄다는 핑계로 비닐을 더 씌웠어요. 그 순간 비닐이 팽팽해지면서 손이 미끄러워졌고, 포장재 테이프는 손끝에서 자꾸 미끄러져서 붙는 척만 하더라고요. “이건 포장 실패로 기록될 거래다” 같은 생각이 갑자기 들었습니다.

그 와중에 금액 확인도 했는데, 신기하게도 현금은 더 미끄럽고 지갑은 더 눅눅해지는 거 있잖아요. 상대가 계좌이체 하자고 해서 “좋아요, 이왕 온 김에” 했는데, 비가 계속 떨어지니까 휴대폰 화면이 자꾸 눌리는 대로 넘어가서 서로 한 번씩 “어어 그거 말고요”를 외쳤습니다. 이게 그렇게까지 위험한 건 아니었는데, 비 내리는 속도랑 화면 넘김 속도가 비슷해서 진짜로 손이 빨라져요. 결과적으로 이체 화면에서 잠깐 멈춘 뒤에 둘 다 웃었습니다. 둘 다 지금 우리 상황이 코미디인 걸 이미 알고 있었거든요.

마지막으로 물건을 건네는데, 제가 박스를 한 손으로 들고 다른 손으로 봉투를 잡는 사이에, 상대가 “혹시 젖었으면 그냥 버리셔도 돼요”라고 하더라고요. 그 말이 너무 착해서 오히려 제가 미안해졌습니다. 저는 “아니요 괜찮아요, 포장만 다시 하면 돼요”라고 했지만, 속으로는 ‘포장 다시 하려면 비가 좀 그쳐야지…’ 싶었죠. 둘 다 서로 사과도 하고 고생했다는 말도 하고, 마지막 인사도 우산 아래서 짧게 했습니다.

근데 진짜 난장판의 결말은 집에 가서 났어요. 저는 거래 끝나고 비 맞은 박스를 베란다에 올리려는데, 테이프 끝이 비닐에 달라붙어 버리더니 포장 전체가 한 번에 풀리면서 ‘장마 시즌 분해’ 같은 현상이 생겼습니다. 박스 안에 있던 스티커가 살짝 들뜨고, 비닐은 더 투명해져서 물자국이 동그랗게 남았어요. 그 순간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 방금 전까지는 우리가 거래를 한 건지… 장마에 포장한 건지 헷갈린다.”

그래도 결국 물건은 정상이고, 상대도 친절했고, 이체도 문제 없이 끝났어요. 다만 앞으로 당근 거래 날짜 잡을 때는 꼭 “비 예보가 있으면 우선 사진을 더 찍을 수 있나요?” 같은 질문부터 하게 될 것 같아요. 장마는 원래 예측이 어렵지만, 그날만큼은 서로 웃으며 끝낸 게 더 기억에 남습니다. 비는 젖게 만들었지만, 거래는 결국 성사됐잖아요—그러니까 다음엔 제발 하늘이 덜 장난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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