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음식이 사라진 줄 알았는데 엘리베이터에
배달음식이 사라진 줄 알았는데 엘리베이터에… 진짜로 그런 날이 오더라. 그날은 내가 늦게 일어난 게 아니라, 세상이 내 주문을 늦게 배달하기로 한 날 같았다. 새벽까지 유튜브 보다가 아침 겸 점심쯤 시켜 놓고, “곧 오겠지” 하고 대충 집에서 멍 때리는데 알림이 두 번 울렸다. 근데 이상하게도 배달완료만 뜨고, 현관문 쪽엔 아무것도 없었음.
처음엔 진짜로 기사님이 잘못 두고 간 줄 알았어. 바로 앱 들어가서 위치 확인도 하고, “혹시 비대면으로 어디에 두셨나요?”라고 메시지 보냈지. 그런데 답이 오기 전에 우리 층 엘리베이터가 ‘딩’ 하고 열리더라. 나는 혹시나 해서 복도 쪽으로 나갔다가, 아무도 안 보이는 걸 보고 그냥 다시 문 쪽으로 돌아왔어. 그리고 문 앞을 다시 확인했는데… 거기엔 역시 아무것도 없었고, 내 위장은 이미 배신감으로 찢어질 준비를 하고 있었지.
그 다음부터는 멘탈이 흔들리기 시작했어. “혹시 문 앞에 두었다가 다른 사람이 가져갔나?” “편의점 음식도 아닌데, 누가 그렇게 빨리 납치해 가?” 이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는데, 문제는 내가 더 이상 움직일 힘이 없다는 거야. 결국 기사님 답이 오면 정리하기로 하고, 일단 문 앞에 서서 기다렸어. 근데 기다리면 뭐가 오냐? 내 주문이 아니라… 내 불안이 먼저 오더라.
잠깐 멈춰서 생각해 보니까, 우리 집 현관 앞은 구조상 엘리베이터 바로 옆이야. 그래서 배달 기사님이 문 앞에 두는 걸 ‘보통’은 사람 한 명이 지나가야 겨우 보이거든. 그런데 배달완료 뜬 시각이 딱 엘리베이터가 멈추는 소리랑 겹쳤어. 그 소리가 들리자마자 “아, 지금 그분이 두고 간 거겠지?” 싶어서 다시 밖을 봤는데, 또 아무것도 없지 뭐야. 그때부터 뭔가가 이상하다는 감이 확 오더라.
그래서 내가 엘리베이터 앞까지 걸어가서 층 버튼을 한번 눌러봤어. 보통은 내가 뭘 하든 상관없는데, 그날은 괜히 ‘확인’ 욕구가 생기더라. 버튼을 누르자마자 엘리베이터가 오고, 문이 열리는 순간… 진짜로 내 주문이 보였어. 정확히는, 내 주문 상자랑 비슷한 크기의 종이 포장들이 몇 개가 엘리베이터 내부에 놓여 있었거든. 그런데 문제는… 그 상자들이 너무 딱딱하게 가지런히 놓여 있었어. 마치 누가 “여기 안전하게 둘게요” 하고 정돈해 둔 느낌.
나는 순간적으로 숨을 삼켰고, 엘리베이터 안을 보는데 더 웃긴 광경이 나왔어. 엘리베이터 내부 거울에 내 표정이 비치는데, 그 표정이 “뭐지?”가 아니라 “내가 꿈을 꾸나?”였거든. 그 옆에는 배달 앱에서 봤던 그 특유의 봉투 색과 스티커가 섞여 있었고, 심지어 어떤 건 아직 비닐 씌운 상태였어. 배달이 사라진 게 아니라, 엘리베이터에 잠깐 갇힌 거였던 거지.
근데 여기서 더 황당한 게 나왔어. 엘리베이터는 내가 탄 것도 아닌데, 누군가 그 포장들을 싣고 내렸는지 바로 다시 닫히더라. 나는 “잠깐만요!” 할 틈도 없이 문이 닫혀 버렸고, 난 멍하게 복도에 서 있었어. 뒤통수가 뜨거워지는 느낌… 그때 생각이 들더라. 혹시 기사님이 두고 간 게 아니라, 다른 층에서 실수로 같이 실려 올라갔거나, 누군가 엘리베이터에 잠깐 올려둔 걸 내가 착각한 걸 수도 있겠다 싶었지.
그래서 바로 관리사무소에 전화했어. “엘리베이터 안에 배달 포장들이 잠깐 놓인 것 같은데 확인 가능할까요?”라고 말했는데, 상담하시는 분이 한 박자 쉬고 “혹시 방금 전 층에 기사님이 올리셨을 수는 있어요. 엘리베이터 내부에는 사람이 확인하기 어렵다 보니…” 이러는 거야. 그 말이 너무 현실적이라서 웃음이 나올 뻔했어. 사람은 없는데 물건만 있고, 그걸 확인 못하는 구조… 결국 세상이 정한 ‘보이지 않는 배달 코스’ 같은 거지.
그리고 10분쯤 뒤, 기사님이 연락이 왔어. “방금 엘리베이터 쪽에서 확인했습니다. 제가 잠깐 엘리베이터 문 앞에 두고 이동했는데, 누가 가져가진 않았더라고요. 죄송합니다. 지금 다시 내려드리겠습니다.” 나는 그 말을 듣는 순간, 너무 웃겨서 말이 안 나왔어. 배달음식이 사라진 줄 알았는데 엘리베이터에… 맞아, 진짜로 엘리베이터가 내 음식을 대신 지켜준 셈이잖아. 엘리베이터: “주문하신 분, 탑승 완료. 도착 예정: 배고픔 종료 시점.”
결국 내 음식은 다시 문 앞에 오긴 했는데, 상자 열어보자마자 드는 생각이 있었어. 뜨거운 건 여전히 뜨거웠고, 차가운 건 그래도 차가웠고… 솔직히 맛은 맛대로 나더라. 다만 그날 이후로 나는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기 전에, 내 마음의 버튼부터 한번 누르게 됐어. 혹시 다음엔 내가 아니라 내 배달이 먼저 타버릴지도 모르니까. 다음 주문도 하긴 할 건데, 이제는 왠지 모르게 엘리베이터가 내 편인 기분이 들어서… 문 닫히는 소리 들릴 때마다 괜히 응원하게 되더라. “잘 가, 내 음식. 도착하면 나한테만 잘 보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