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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팀장이 칭찬을 스케줄처럼 하던 날

2026-09-26 00:41:09 조회 8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회사에서 팀장이 칭찬을 스케줄처럼 하던 날, 그게 왜 이렇게 기억에 남는지 모르겠어요. 보통 칭찬은 “어? 잘했네” 하고 툭 던지는 거잖아요. 근데 우리 팀장은 출근하자마자부터 마치 아침 방송처럼 타이밍을 맞추더라고요.

그날도 평소처럼 오전 회의 시작했는데, 팀장이 노트북을 켜더니 캘린더 화면을 딱 띄우는 거예요. 그리고는 “오늘은 칭찬이 일정대로 나갑니다”라고 진지하게 말하는데, 다들 표정이 순간 정지됐죠. 저만 그런 게 아니라 다들 눈이 “칭찬이요?”로 흔들렸어요.

첫 칭찬은 회의 시작 후 정확히 10분 뒤에 나왔습니다. 팀장이 “OO님, 보고서 구조가 깔끔합니다. 특히 서론에서 독자가 바로 따라오겠더라구요” 이러면서, 마치 점심시간 식단 공지하듯 말하더라고요. 저도 의식해서 괜히 어깨를 폈는데, 그 다음 순간에 팀장이 스스로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이고 다음 슬라이드로 넘어갔어요.

그런데 문제는 타이밍이 계속 맞아떨어진다는 거예요. 점심 전에 두 번째 칭찬, 오후 업무 시작 5분 뒤 세 번째 칭찬, 고객 메일 확인한 직후 네 번째 칭찬. 회의실 시계가 들리지 않을 정도로 조용한데, 팀장 말만 딱딱 끊기면 다들 “아, 지금이구나” 하고 숨을 같이 고르는 느낌이었어요.

심지어 칭찬할 대상도 너무 정확했어요. 제가 엑셀에서 숫자 정리하는 걸 누가 본 줄도 모르겠는데, 팀장이 갑자기 “OO님, 합계 검산이 빠르네요. 오늘 실수 확률이 낮아졌습니다”라고 하더라고요. 옆에 있던 동료는 “실수 확률이요?” 하면서 웃지도 울지도 못하는 얼굴이 됐고요. 저는 그날로 ‘칭찬=검산’이라는 공식이 생겼습니다.

그 와중에 팀장은 표현도 다르게 했어요. 한 번은 “좋습니다”로 짧게 끝내고, 다음엔 “여기서 방향 잡는 감각이 좋네요”처럼 조금 서정적으로 가고, 또 어떤 날은 “오늘 팀 분위기 관리가 정말 안정적입니다” 같은 문장까지 꺼냈어요. 순간 제일 불안한 사람은 팀장 자신일까, 아니면 우리일까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칭찬이 너무 규칙적이면 오히려 긴장되는 이상한 현상이 있거든요.

오후 4시쯤 되니까 다들 슬슬 눈치 보더라고요. “혹시 지금 칭찬 시간이냐” “아니 이거 곧 있을 수도” 이런 말들이 책상 밑에서 속삭이는 수준으로 돌았어요. 저는 뭘 잘했다고 칭찬 받는 게 아니라, 뭘 해야 다음 칭찬 타이밍에 걸릴까 고민하는 사람이 돼버렸습니다. 그러니까 일은 계속 진행되는데, 마음은 출근길 버스처럼 흔들리기 시작하더라고요.

그리고 마지막이 진짜 웃겼어요. 퇴근 30분 전, 팀장이 갑자기 “마무리 칭찬 시간입니다”라고 말하더니, 회의 때 말한 사람 순서대로 한 명씩 호출을 하듯 평가를 하더라고요. 저는 순간 “아, 나도 이제 끝이구나” 싶어서 뭔가 제출할 게 있는지 가방을 뒤적이려 했는데, 아무것도 없었어요. 팀장은 그냥 평소에 우리가 한 것들을, 딱딱 정리해서 칭찬하더라고요. 마지막엔 “오늘은 모두 각자 자리에서 제 역할을 해줬습니다. 다음 일정도 잘 부탁드립니다”라고 말하고는 회의록도 저장 안 하고 종료했죠.

그날 퇴근길에 다들 한마디씩 하긴 했는데, 결론은 비슷했어요. 칭찬이 나쁘진 않은데, 스케줄로 굴러가니까 오히려 사람이 로봇처럼 반응하게 된다는 거죠. 집에 와서도 문득 생각났습니다. 회사에서 칭찬을 들으면 동기부여가 되잖아요. 근데 우리 팀장은 칭찬을 ‘동기부여’가 아니라 ‘알림’처럼 설정해놔서, 결국 제가 받은 건 칭찬이 아니라 시간 감각이었다는 거예요. 그날 이후로 저는 회의 전에 시계를 먼저 보게 됐고요. 다음 번엔 팀장이 내 칭찬을 언제 누르는지, 저도 몰래 캘린더를 맞춰보는 사람이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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