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타고 가면서 음악 볼륨 조절하다 사고 직전
차 타고 가면서 음악 볼륨 조절하다 사고 직전. 이 말, 친구들이 들으면 “그게 무슨 대단한 사고야?” 이런 표정인데, 진짜로 저는 그날 인생이 브레이크까지 갈 뻔했어요.
비 오는 날이었고, 퇴근길이라 도로는 늘 그렇듯이 차가 빽빽하더라고요. 신호에 걸려 잠깐 정차했는데, 저는 늘 하던 습관대로 음악을 틀어놨죠. 근데 노래가 생각보다 너무 작게 들리는 거예요. “아, 볼륨 좀 올리면 딱 좋겠다” 싶어서, 운전 중이 아니라고 착각할 만큼 딱 3초만, 딱 그 정도만 조절하려고 했어요.
차 안이 조용한데 빗소리랑 엔진 소리 사이로 멜로디가 묻히니까 스트레스가 은근히 올라오더라고요. 그래서 핸들 옆에 있는 볼륨 버튼을 손가락으로 톡톡 누르는데, 갑자기 화면(네비랑 오디오가 같이 떠 있는 그 화면)이 튕기듯이 반응을 하더니, “조작 중” 같은 게 잠깐 뜨는 거예요.
그때 제가 정신을 차린 게, 사실 정차가 끝나고 이미 앞차가 출발했거든요. 신호가 바뀌는 소리도 잘 안 들리고, 비 때문에 주변 소리도 둔해져서 “설마 아직 멈춰 있겠지”라는 착각이 생겼어요. 근데 제 차는… 출발을 해야 하는데, 저는 볼륨이랑 음질이랑 뭐가 더 좋은지 비교하듯 버튼을 계속 누르는 중이었고, 브레이크에서 발이 살짝 떨어지지도 않은 상태가 됐어요.
앞차가 저보다 먼저 나가니까, 차 간격이 확 좁혀지는 게 바로 느껴졌어요. 백미러로 슬쩍 보는데, 앞차가 급하게 핸들을 미세하게 틀면서도 브레이크를 밟는 느낌이 딱 왔습니다. “아, 나 지금 앞차랑 간격 줄이고 있네?” 그제야 심장이 철렁 내려앉더라고요.
저는 그제야 오디오 조절을 멈추고 정면을 보는데, 놀랍게도 차가 완전히 박기 직전까진 아니었어요. 대신 정말로 ‘사고 직전’이라는 단어가 몸으로 느껴졌습니다. 앞차가 이미 브레이크를 잡아놓은 게 있어서 제가 조금만 늦었으면 그 다음은 상상하기 싫은 그림이었어요. 손은 볼륨 버튼에서 떨어지는데, 머리는 아직도 노래가 더 커질까 말까를 계산하고 있는 것처럼 멍하더라구요.
바로 비상처럼 브레이크를 밟고, 차가 멈춘 다음에야 손바닥에 식은땀이 차오르더라고요. “야 이거 진짜 위험했다” 싶은데, 문제는 그 순간에도 음악이 계속 재생되고 있었다는 거예요. 멜로디가 계속 흘러가는데 저는 방금 전까지 그 멜로디에 집중하고 있었다니… 참 아이러니하죠. 옆차선 지나가던 택시 기사님이 창문 쪽으로 고개만 살짝 돌리더니, 아무 말 없이 다시 앞으로 가셨는데 그 표정이 아직도 기억나요.
그날 이후로 저는 볼륨 조절을 어떤 상황에서도 안 하게 됐습니다. 물론 차 안에서 손이 멈추지 않는다는 게 현실이긴 하지만, 신호 바뀌거나 차가 움직이기 시작할 때는 진짜로 눈이 앞에 고정돼야 하더라고요. “3초만” “한 번만” 이런 말이 제일 위험하다는 걸, 저는 사고 직전에서 배웠어요. 그리고 그 노래… 볼륨 올리고 들었는데, 결국 그 순간에 들으려던 감정이랑 지금의 후회 감정이랑은 완전히 다른 방향이더라고요.
마지막으로, 혹시 저처럼 “차는 멈춰 있을 거야”라고 믿고 음악 버튼 누르려는 분들 있으면 딱 한 마디만요. 비 오는 날엔 멈춰 있는 시간이 없습니다. 신호는 생각보다 빨리 바뀌고, 앞차는 내 마음보다 먼저 움직여요. 저는 그날 볼륨을 올리다가 인생의 볼륨이 확 꺼질 뻔했고, 지금은 노래가 작든 크든 일단 눈부터 정면으로 두는 편이에요. 그래도 가끔은 그 노래 들릴 때마다, 제 손가락이 버튼을 누르던 당시의 멈칫함이 자동으로 재생돼서 피식 웃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