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택시에서 본 이상한 그림자
퇴근길 택시에서 이상한 그림자를 봤다. 그날따라 유난히 피곤해서 집에 가는 길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택시 뒷좌석에 앉은 내 눈에 그 그림자가 들어왔다. 창밖은 이미 어두워지고 있었고, 택시 내부도 무척 어두웠다. 그런데 갑자기 내 옆에 있던 가방 위쪽에 뭔가 움직이는 듯한 어두운 형체가 스르륵 지나갔다.
처음에는 내 피로 탓에 착각인가 싶었다. 하지만 그 그림자는 분명 내 시야 한가운데에서 움직였다. 너무 빨라서 확실하게 모습은 보이지 않았지만, 사람의 실루엣 같기도 하고, 뭔가 기묘한 모양이었다. 택시 기사 아저씨와 대화하기엔 너무 피곤한 상태라 그냥 아무 말도 안 했다.
택시 안에서 창밖을 바라보는데 그 그림자가 또 나타났다. 이번엔 조금 더 뚜렷하게 느껴졌다. 쇠퇴한 오래된 인형 같기도, 아니면 옷자락이 바람에 휘날리는 것 같기도 했다. 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이게 진짜라면 도대체 왜 내 옆에 있는 거지?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마음이 조급해져서 택시 기사님께 “여기 아니에요, 빨리 좀 멈춰주세요”라고 부탁했다. 그런데 기사님은 갑자기 택시를 멈추더니 “여기서 잠깐 내려보자”는 거다. 겁이 나서 얼른 내렸다. 밖에 나가서 다시 택시를 봤는데, 뒷좌석에는 분명 아무도 없었다. 그제야 조금 안심이 됐다.
그때부터 내 머릿속에서 그 그림자의 정체를 추측하기 시작했다. 인터넷에 ‘퇴근길 택시에서 이상한 그림자 봤다’라는 글을 검색해 봤는데, 비슷한 경험담들이 꽤 많았다. 어떤 사람은 “퇴근길에 택시 뒤쪽에서 검은 실루엣이 따라왔다”는 글도 있었다. 나는 그저 피곤한 사람의 환상이겠거니 했다.
하지만 이상한 건, 그다음 날부터 택시를 탈 때마다 그 그림자가 계속 따라오는 느낌이었다. 창문 틈 사이로, 또는 내 가방 옆에서 언제나 그 그림자가 미묘하게 스쳐 지나갔다. 택시 기사님은 이런 내 말을 들으면 말을 돌리거나 관심을 피했다. 혹시 나만 보는 걸까? 하는 혼란도 커졌다.
그림자는 절대 손으로 잡을 수도, 사진에 찍히지도 않았다. 스마트폰 카메라를 켜고 몇 번이나 찍어봤는데, 아무것도 안 나왔다. 마치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투명했다. 그게 더 무서웠다. 보이면서도, 존재할 수 없는 뭔가였으니까.
어느 날, 퇴근길에 택시에 타자마자 그 그림자가 내 바로 앞 좌석 등받이에 앉아 있는 걸 느꼈다. 너무 가까워서 온몸이 얼어붙는 느낌이었다. 그 순간 택시 기사님이 갑자기 “조심하세요. 밤늦게 혼자 타면 안 돼요”라면서 어딘가 잘 알지 못하는 듯한 경고를 남겼다. 그 말이 이후로도 머릿속에 맴돌았다.
결국 나는 평소 이용하던 그 택시 서비스를 끊고 다른 방법으로 집에 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퇴근길 택시에서 본 이상한 그림자’는 아직도 가끔 떠오른다. 그리고 가끔, 그 택시 뒷좌석에 타던 나와 같은 사람들이 그 그림자를 봤다는 얘기를 은근히 듣게 된다.
누군가는 그저 피곤한 하루 끝에 생긴 환상이라고 할 것이다. 하지만 만약 그 그림자가 진짜라면? 그 그림자가 왜 나를 선택했는지, 그리고 왜 퇴근길마다 찾아오는지 아직도 풀리지 않는 의문으로 남아 있다. 그날 이후로 난 택시 뒷자리 창문 밖을 절대 쳐다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