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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 주문했는데 ‘다음에 또 드릴게요’ 받은 날

2026-09-28 05:41:11 조회 1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배달 주문했는데 ‘다음에 또 드릴게요’ 받은 날… 그게 무슨 복권 당첨보다 더 무서운 말인지 그날 처음 알았어요. 아침부터 늦게까지 일하고 집 오자마자 앱 켜고, 메뉴 정하고, 결제까지 딱 끝내고 나서야 “오늘은 배달이 나를 살린다” 싶었거든요. 그런데 그 행복이 도착하기도 전에, 알림은 이상하게 조용해지더니 그 문장이 날 덮쳤습니다.

주문한 건 제가 평소에 좋아하던 돈카츠 정식이었어요. 가격도 적당했고 구성도 마음에 들고, 무엇보다 소스가 그날따라 너무 먹고 싶게 생긴 사진이었죠. 배달 예상 시간이 35분이었는데, 35분 지나고 45분쯤 되니까 위치가 계속 빙글빙글 돌아가요. “아, 길이 막히나 보네” 싶어서 기다렸는데, 1시간이 넘자 앱에는 배달 완료 표시가 뜨는 거예요.

여기서 이미 마음이 좀 싸해졌습니다. 완료가 떴는데 음식이 안 오면 그건 보통 두 가지예요. 하나는 기사님이 제 집을 못 찾았거나, 다른 하나는… 네, 다른 하나가 문제죠. 저는 현관문 앞을 왔다 갔다 하면서 “혹시 관리실에 놔두셨나?”를 한 번, “혹시 옆집에 잘못?”을 두 번쯤 시뮬레이션했어요. 그런데 아무리 봐도 음식은 없고, 대신 배달 알림만 또 울렸습니다.

알림 내용이 참 묘했어요. “안녕하세요 고객님, 죄송합니다. 다음에 또 드릴게요.” 딱 그 한 문장. 저는 그 순간, 배달이 아니라 어떤 고객 응대 서비스에 걸린 느낌이 들었어요. ‘다음에’가 언제고, ‘또’가 정확히 몇 번인지, 그리고 지금은 왜 없는지… 질문이 머릿속에서 폭죽처럼 터졌죠. 저는 바로 기사님께 전화하려고 했는데, 번호가 연결이 안 되더라고요.

그때부터가 진짜 웃기면서도 억울했어요. 앱에 들어가서 주문 상세를 보니 상태가 “완료”로 고정돼 있고, 취소/환불은 제한 시간이 걸려 있더라고요. 채팅으로 문의하니까 봇이 먼저 응대하고, 봇이 “고객님의 문제를 확인하겠다”는 식으로 말하다가 결국엔 “매장에 확인 후 안내드리겠습니다”로 넘어갔습니다. 저는 그 단계에서 한 번 웃음이 나왔어요. 확인이 필요한 건 매장이 아니라 제 현관이었거든요.

잠깐 뒤에 매장에서 연락이 왔는데, 말투가 또 너무 정중해서 더 열 받는 타입이었어요. “고객님, 기사님이 방문했는데 연락이 되지 않아서요. 죄송합니다.” 저는 제가 분명히 핸드폰을 손에 쥐고 있었고, 배달 알림도 수십 번 확인했는데 연락이 안 됐다는 말이 이해가 안 됐습니다. 게다가 기사님이 ‘방문’했다는 근거가 뭔지 물었더니 “저희 쪽엔 방문 기록이 있습니다”라고 하더라고요.

그러니까 제가 생각한 건 이거예요. 방문 기록이 있으면, 현관 밖에 음식이 있어야 정상인데… 혹시 기사님이 방문하신 곳이 제 집이 아니었거나, 아니면 방문 기록이 그냥 “문 앞에 서 본 적 있음” 정도로 처리되는 건가 싶었습니다. 어쨌든 결론은 “다음에 또 드릴게요”라는 문장이 주문을 가져간 뒤에 남긴, 마치 영수증처럼 찢어지지 않는 문장으로 남았다는 거죠.

결국 저는 환불 처리 받고, 대신 다른 메뉴를 시키려고 했는데 이게 더 웃긴 포인트였어요. 환불이 완료되자마자 앱에 쿠폰이 뜨더라고요. 쿠폰 이름이 “다음에 더 맛있게 드릴게요”였어요. 방금 전 그 문장을 다른 포장지로 갈아입혀서 다시 던져주는 느낌… 솔직히 말하면 저도 배가 고프긴 했는데, 배달 서비스의 감정선이 너무 능숙해서 제가 먼저 무너지더라고요. 그래서 이번엔 “문 앞에 두고 전화 주세요”를 더 명확하게 적었습니다.

그리고 진짜로, 다음 날 저녁에 또 배달이 왔습니다. 이번엔 제대로 왔고, 음식도 따뜻했어요. 배달 기사님도 “전날 건이 있어서요” 같은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확인 절차는 깔끔하게 끝났습니다. 그런데 그 순간 이상하게도 마음이 풀리기보단, 전날의 빈 현관이 자꾸 떠올라서 멍해졌어요. 왜냐하면 ‘다음에 또 드릴게요’가 단순한 사과가 아니라, 시스템이 사람을 설득하는 방식처럼 느껴졌거든요.

결론적으로 저는 그날 이후로 배달 주문할 때마다 문구를 두 번 읽게 됐습니다. “다음에 또 드릴게요”가 나오면, 그건 음식이 아니라 예고편일 수 있다는 걸요. 물론 다음엔 잘 오겠죠. 하지만 저는 아직도 가끔 상상해요. 제 돈카츠가 어느 집 현관에서 “다음에 또 드릴게요”를 기다리고 있었을지… 그 집 사람은 그날 뭘 받았을지… 그리고 결국 누가 더 배고팠을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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