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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커피 타러 갔다가 업무도 떠맡음

2026-09-28 15:41:11 조회 1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회사에서 커피 타러 갔다가 업무도 떠맡음. 이름만 들어도 좀 웃기죠? 진짜로 저는 커피만 타고 돌아가면 될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날 제 인생은 “한 잔의 커피”가 아니라 “한 잔의 책임”부터 시작됐습니다.

점심 끝나고 다 같이 눈치 보면서 커피 타러 가는 시간 있잖아요. 저는 평소처럼 컵 챙기고, 정수기 앞에서 물 온도 맞추고, 분쇄 원두 스위치 딱 눌렀는데, 그때 팀장님이 뒤에서 “어, 너 잠깐만” 하시더라고요. 저는 또 흔한 거겠거니 했죠. 예를 들면 “설탕 어디 있어?” 같은.

근데 팀장님 말씀은 커피머신 소리보다 더 또렷했습니다. “이번 주 납기 일정표 엑셀 업데이트 좀 해줄 수 있어?” 라고요. 저는 커피 거품이 한창 올라오던 그 타이밍에, 손에 들고 있던 컵을 멈칫했어요. 표가 있긴 한데, 제가 만든 건 아니고, 제가 손댄 적도 거의 없거든요.

그래도 뭐, “잠깐만” 이라고 하셨고, 제가 안 하면 다른 사람이 더 늦게 하겠지 싶어서 고개를 끄덕였죠. 그런데 그 순간부터 커피는 더 이상 음료가 아니었습니다. 제 눈앞에 엑셀 파일이 떠 있고, 옆에는 메일 알림이 연달아 오고, 팀장님은 아주 당연한 표정으로 “커피는 나중에 마셔도 돼”라고 하셨어요.

문제는 그 일정표가 단순히 날짜만 적혀있는 게 아니라는 거예요. 버전 관리부터 담당자 변경 이력, 그리고 중간에 고객사 확인 날짜까지 들어가 있더라고요. 제가 “혹시 이거 어디서 최신 파일 받나요?” 물었더니 팀장님이 “원래 그거 네가 알지 않냐”라고 대답하셨습니다. 저는 그 순간 속으로 “원래 내가 뭘 알아야 하지?” 하고 혼자 당황했죠.

결국 저는 커피를 한 모금도 못 마시고, 자리에서 노트북을 열어 엑셀을 수정하기 시작했어요. 수정하다 보니 단순 업데이트가 아니라, “누가 뭘 언제까지 한다”를 다시 정리하는 작업으로 변하더라구요. 그리고 그 정리 과정에서 팀 내에서 서로 떠넘기던 말들이 하나둘 튀어나오는 느낌. “아 그거 난 아니고 다른 팀에서…” “그건 전부터 하던 사람이…” 이런 대화가 화면 뒤에서 들리는 듯했어요.

그렇게 한 시간쯤 지나니까, 팀장님이 또 오시더니 “좋아, 그럼 이거 고객사에 전달할 문장도 같이 써줘” 하시는 겁니다. 저는 또 “아, 네” 하고 넘어갔죠. 솔직히 저는 커피 타러 갔는데 업무를 떠맡는 상황 자체가 너무 비현실적이라, 거절할 타이밍을 계속 놓쳤습니다. 그리고 ‘잠깐’이라는 단어가 그날부터 저에게는 계약서처럼 굳어졌어요.

메일 문장도 쓰고, 첨부파일 정리하고, 혹시나 오타 없는지 확인하다 보니 어느새 제 손은 커피컵이 아니라 키보드 위에 있더라고요. 중간에 동료가 지나가면서 “너 커피 타고 와서 마시고 있는 줄 알았는데?” 하길래, 저는 웃으면서 “마시긴 했어. 아직도 입안에서 느껴지는 중”이라고 했습니다. 그 말은 진짜로 제 입안에서 커피 맛이 난다는 게 아니라, 제 의지가 마시는 척을 하고 있다는 뜻이었죠.

퇴근 시간이 다 되어갈 무렵, 팀장님이 “오늘 고생했다. 잘했어”라고 말씀하시는데, 저는 괜히 얼떨떨했어요. 커피는 결국 제가 마시지 못했거든요. 알고 보니 그 커피는 누가 대신 마셨더라고요. 저는 커피 타러 갔지만, 제 수고가 일정표와 메일로만 흘러갔고, 컵은 빈 채로 자리 위에 남아 있었습니다.

그래서 결론은 이거예요. 회사에서 커피 타러 가는 날은, 시스템적으로 업무가 같이 딸려온다는 것. 그리고 “잠깐만”이라는 말은, 보통 사람을 잠깐 붙잡아 두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의 하루를 통째로 커피처럼 데우는 말이라는 것. 다음에 또 커피 타러 가게 되면, 저는 컵 말고 엑셀 파일을 들고 가서 아예 업무부터 타야 하나 고민 중입니다. 아니면… 커피에 일정표를 타는 날이 오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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