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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 시킨 메뉴가 아니라 ‘서비스 메뉴’가 옴

2026-09-29 15:41:11 조회 1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배달 시킨 메뉴가 아니라 ‘서비스 메뉴’가 옴. 처음엔 그냥 “아, 프로모션인가?” 싶어서 웃으면서 받았는데, 문 앞에 놓인 종이가 살짝 이상했어요. 주문 내역이랑 똑같이 나올 줄 알았는데 상자 위에 서비스 전용 구성이라고 적혀 있고, 구성표도 따로 동봉돼 있더라고요.

상자 열기 전까지는 반쯤 기대가 있었어요. 요즘 배달들 보면 서비스로 음료 하나 얹어주는 곳도 있으니까요. 그런데 포장지에서 올라오는 향이… 제 주문이랑 다르더라고요. 저는 분명히 특정 메뉴를 시켰는데, 나온 건 그 메뉴랑 전혀 결이 다른 음식이었고, 옆에는 “고객님 만족을 위해 서비스 메뉴로 대체 제공드립니다” 같은 문구가 딱 붙어 있었어요.

솔직히 여기서부터 좀 당황했죠. 제 입맛 기준으로는 대체가 아니라 그냥 다른 집 음식이잖아요. 그래도 혹시 맛이 더 좋을 수도 있으니 한 입만 먹자, 이런 생각으로 젓가락 들었는데… 맛은 나쁘지 않았어요. 문제는 “나 그거 시킨 거 아니거든요”라는 사실이 머리를 계속 때린다는 겁니다. 먹으면서도 자꾸 주문 화면이 떠올라서, 기분이 묘하게 찜찜해져요.

그래서 바로 배달 앱에서 문의를 넣었죠. 사진도 첨부하고 “이 메뉴로는 주문한 게 아니어서 교환이나 환불 가능한지” 물어봤어요. 답변은 생각보다 빨리 왔는데, 내용이 정말 정성(?)이 있더라고요. “고객님, 현재 해당 메뉴가 품절되어 서비스 메뉴로 제공드렸습니다. 다음 주문 시 동일 금액으로 재제공됩니다.” 이 문장 자체가 뭔가 웃기면서도 기분이 살짝 떨어졌어요.

근데 더 황당했던 건, 내가 시킨 메뉴는 품절일 수가 없었다는 거예요. 주문 시간대도 그렇고, 배달 앱에는 그 메뉴가 계속 떠 있었거든요. 게다가 서비스 메뉴는 오히려 더 비슷해 보이긴커녕 구성도 제법 다른데, 그럼 품절이었던 게 메뉴 자체가 아니라 “그 메뉴를 만들 자신이 없었던 건가?” 같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물론 그건 제가 추측한 거지만, 여하튼 설명이 너무 뻔해서 납득이 잘 안 됐습니다.

그래도 저는 일단 다시 확인했어요. 동봉된 구성표를 보니까, 서비스 메뉴 구성은 “고객님 개인 맞춤”이라고 강조되어 있었고, 내용은 딱 봐도 그냥 세트더라고요. 개인 맞춤이라는 말이 거창한데, 제 개인 맞춤은 결국 “다음엔 우리 맘대로 하지 말라고 고객님이 알려주세요”가 되는 느낌이었어요. 솔직히 개인 맞춤이면 최소한 “고객님이 좋아하실 만한 맛으로 변경했어요”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나 싶었죠.

결국 또 다시 앱으로 재문의했더니, 이번엔 상담원이 전화가 왔어요. 목소리는 엄청 친절했는데, 말이 참 스무스하게 이어졌습니다. “죄송합니다, 저희가 고객님께 더 맛있을 수 있는 옵션을 드리려고….” 이런 식이었는데요. 문제는 고객이 원하는 건 맛있음이 아니라 원하는 메뉴라는 겁니다. 맛있으면 다행이지, 원하는 게 없는데 만족할 의무는 없잖아요. 상담은 끝까지 친절했고, 저는 끝까지 “제가 원하는 건 그거예요”만 반복했어요.

여기서 반전이 하나 있었어요. 상담원이 마지막에 “그럼 고객님, 혹시 서비스 메뉴를 드신 김에 만족도 평가를 부탁드립니다. 평가해주시면 다음 주문에서 더 좋은 혜택으로 보답드리겠습니다”라고 하더라고요. 순간 저는 속으로 “내가 지금 평가하는 사람인지, 내가 지금 피해자인지”를 잠깐 헷갈렸습니다. 평가를 한다는 건 대체로 ‘받아도 되니까’ 내는 건데, 저는 대체를 받았거든요.

그래도 결국엔 교환/환불이 어떻게든 정리됐긴 했어요. 근데 저는 솔직히 그 이후로 그 가게를 덜 시키게 되더라고요. 맛이 없어서가 아니라, 매번 내가 뭘 시켰는지보다 “가게가 뭘 줄 수 있는지”가 먼저 떠오르는 시스템이 좀 무섭게 느껴졌습니다. 배달은 빨라야 하고, 실수도 있을 수 있는데, 적어도 ‘서비스’라는 단어가 납득의 느낌으로 오면 좋겠더라고요.

결론은 이거예요. 배달 시킨 메뉴가 아니라 ‘서비스 메뉴’가 오면, 일단 젓가락은 들 수는 있습니다. 맛있어서 먹게 되니까요. 그런데 두 번째 숟갈 뜨기 전에 주문 내역을 한 번 더 보세요. 그 순간 깨닫게 됩니다. 내가 시킨 건 밥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대로 되는 경험’이었다는 걸요. 오늘도 저는 배달 올 때마다 상자 위 종이를 먼저 찾습니다. 서비스 메뉴는 고맙지만… 다음엔 제 메뉴로, 제발 “개인 맞춤” 말고 “개인 주문”으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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