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발표할 때 자꾸 슬쩍 다른 화면 보게 됨
회사에서 발표할 때 자꾸 슬쩍 다른 화면 보게 됨. 처음엔 별생각 없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내 눈이 발표 자료 대신 모니터 구석 어딘가를 본능적으로 찾더라. 오늘도 회의실 스크린에 슬라이드가 넘어가는데, 나는 괜히 옆 모니터를 보는 버릇이 이미 몸에 붙어버린 상태였음.
상황은 늘 비슷해. 내가 마이크를 잡고 “먼저 1페이지 보시면…” 하고 있는데, 누가 옆에서 내 화면을 딱 보란 듯이 쳐다보는 건지 타이밍이 맞게 자꾸 시선이 가. 특히 발표용 PC 화면은 정면이고, 회의실 반대편에 보조 모니터가 하나 더 있는데, 거기엔 대부분 회의용 메신저랑 캘린더가 떠 있어. 내가 뭘 잘못 봤는지 알겠냐면, 그날도 슬라이드 흐름은 멀쩡했는데 내 정신이 이미 다른 회선에 연결돼 있었음.
처음엔 “긴장해서 그런가?” 싶었는데, 알고 보니 그게 긴장이 아니라 습관이더라. 발표 자료를 보려고 눈을 옮기면 딱히 할 게 없잖아. 근데 옆 화면에는 늘 뭔가가 생겨. 예를 들면 팀장님이 올린 문장 하나, 누가 던진 질문 한 줄, 아니면 누가 캘린더에 일정 하나 찍어둔 것. 그게 작은 불빛처럼 내 뇌를 계속 끌어당기더라. 결국 나는 ‘발표’는 하면서도 속으로는 ‘탐정놀이’를 하고 있었음.
문제는 그 타이밍이 너무 티 난다는 거. 내가 슬쩍 옆을 보는 게 1초면 괜찮은데, 어느 날은 3초가 넘어가 버린 적이 있음. 그때 팀장님이 표정이 딱 굳더니, “지금… 화면 어디 보고 있어요?” 하고 묻는 거야. 나는 순간 멈칫하면서 “아, 아까 표가… 잠깐만요”라고 얼버무렸는데, 사실 그 표는 옆 모니터에 없었음. 그냥 메신저에 올라온 ‘오후 일정 변경’ 공지가 번쩍였던 거지. 내 눈은 발표보다 공지부터 읽는 인간이 되어 있었던 거야.
그 이후로는 더 조심한다고 결심했는데, 결심이 무슨 소용이 있어. 발표 중에는 손이 슬라이드를 넘기고, 입은 설명하고, 그러면 눈은 쉴 틈이 없어. 근데 사람 눈은 쉬면 안 되잖아. 그래서 잠깐 쉬는 것처럼 보일 때마다 자연스럽게 옆 화면으로 튕겨 나감. 마치 브라우저에서 탭을 바꾸는 것처럼. “다음 슬라이드”를 말하려다 “다음 알림”을 떠올리는 기분이랄까.
한 번은 진짜로 큰 사고 칠 뻔했다. 내가 실적 그래프를 설명하면서 “여기서 꺾이는 부분이—” 하는데, 그 순간 옆 화면에 회사 단톡방에서 이모지가 연달아 올라오는 거야. 진짜로 ‘방금 누가 결재 완료했나요?’ 같은 내용이 아니라 그냥 축하 이모지였어. 근데 내 눈이 그걸 봤고, 그걸 보는 순간 입이 순간적으로 멈칫했지. 그래프는 그대로 넘어가 있는데 내 뇌는 이미 축하를 따라가고 있었다는 게 더 웃겼음. 다행히 옆에 앉은 동료가 “계속하세요” 하고 속삭여서 수습했는데, 그 동료가 나중에 “발표하다가 팀톡 타는 사람 처음 봤다”라고 말하더라.
나 혼자만 이런 줄 알았는데, 주변 반응이 은근히 다들 알고 있더라. 회의가 끝나고 누가 “너 발표할 때마다 눈이 오른쪽으로 이동하던데, 거기 뭐 있어?”라고 장난을 치는 거야. 나는 “그냥… 커서가…”라고 변명했는데, 변명이 너무 빈약해서 다들 웃음 참느라 바빴음. 그러다 생각났어. 내 발표 화면에는 커서나 표식이 거의 없거든. 대신 옆 모니터에는 누군가가 계속 메모를 붙이고 있었고, 그게 내 시선을 잡아끄는 범인이었던 거지.
그래서 해결책을 찾아보기로 했는데, 결론은 별거 없더라. 발표 시작 전에 옆 모니터를 끄거나, 최소한 알림이 안 오게 설정하라는 간단한 팁이 있었음. 근데 문제는 “간단한 걸 왜 안 했냐”는 거야. 발표 날에는 다들 긴장하니까 중요한 건 준비하면 되지, 그 옆의 작은 화면까지 통제할 생각은 잘 안 하잖아. 나는 그걸 이번에 몸으로 배운 셈이었지. 옆 모니터가 비어 있으니 내 눈도 갈 곳을 잃어서 결국 정면에 집중하게 되더라.
그리고 그 다음 발표. 나는 진짜로 정면만 보려고 노력했어. 슬라이드를 넘기고, 설명하고, 고개를 들고. 그런데 이상하게도 마음이 더 편하더라. 눈이 한 번도 튕기지 않으니 말도 끊기지 않고, 질문이 나올 때도 바로 받아쳤음. 마지막에 발표 종료하고 사람들이 박수 칠 때, 나는 속으로 “역시 사람은 방해 요소가 없으면 제 역할을 한다”라고 생각했어. 물론 집에 가서도 습관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었고, 컴퓨터 켜면 또 무의식적으로 다른 탭 확인하는 손가락은 여전하더라. 하지만 회사 발표만큼은, 이제 내 시선이 메신저로 도망가려다 간신히 출구를 찾고 돌아오는 느낌이라… 그거라도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