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팀원들이 나만 물어본 이유
회사에서 갑자기 “어, 너는 이거 어떻게 했어?” 같은 질문이 하루에 세 번씩 들어오더라. 처음엔 내가 뭘 엄청 잘하는 줄 알았지. 근데 문제는 그 질문이 늘 비슷한 타이밍, 늘 비슷한 주제, 그리고 늘 ‘나만’ 물어본다는 거였다.
상황은 평소처럼 오전 회의 끝나고 바로 시작됐어. 팀장님이 “이번 주에 고객사 대응 자료 정리하자”라고 말하자마자, 옆자리 대리가 나를 힐끗 보더니 슬쩍 다가와서 “그… 지난번에 자료 정리하실 때 방식이 뭐였어요?”라고 묻는 거야. 나는 “그냥 문서 템플릿 써서…”라고 했는데, 그 순간부터 ‘나의 설명 모드’가 계속 켜진 느낌이었어.
점심 먹고 돌아오자마자 이번엔 다른 팀원도 붙어. “형, 그 엑셀에서 조건부 서식으로 뽑는 거 있잖아요. 그거 어디서 켜요?” 이렇게. 나는 솔직히 그 질문을 들을 때마다 마음속으로 “내가 엑셀 학자였나?” 싶었거든. 근데 웃긴 건, 내가 전날 아무것도 안 했는데도 다들 이미 알고 있는 것처럼 물어봐.
그래서 하루만에 패턴이 보이기 시작했어. 팀원들이 나한테 질문하는 방식이 항상 똑같더라. 우선 눈빛으로 나를 찾고, “너 혹시…”로 시작하고, 마지막은 “아니면 그냥 감으로…”로 끝나는 거. 마치 내가 회사 안에 있는 인간 매뉴얼인 것처럼 굴어. 나도 모르게 역할이 생긴 느낌이랄까.
그러다 더 웃긴 사건이 생겼어. 금요일 오후에 급하게 고객사 일정표가 필요했는데, 누군가가 “이거 누가 제일 잘하냐?”라고 던졌거든.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다들 동시에 내 쪽을 봤어. 심지어 아직 회의도 끝나지 않았는데도. 나는 손사래치듯 “저요? 저 잘하는 건 아닌데요” 했는데, 상대는 이미 내 옆자리를 ‘마감 지점’으로 정해놓은 표정이더라.
내가 자료 만드는 걸 도와주면 감사하다고들 하는데, 이상하게 질문은 끝이 없었어. “근데 왜 그렇게 나눠요?” “그 문장 톤은 어떻게 정해요?” “이 표는 캡처 말고 다른 방법 없어요?” 같은 질문이 쉴 새 없이 이어지니까, 나중엔 내가 설명을 하느라 시간을 쓰는지 정리하는지 헷갈릴 정도였어. 거기다 다들 내 대답을 메모까지 하더라. 메모까지? 내가 강의하나?
결국 내가 제일 궁금해진 건 “도대체 나는 왜?”였어. 그래서 퇴근 직전에 일부러 가볍게 물어봤지. “여러분, 나만 계속 묻는 이유가 있나요?” 그랬더니 한 팀원이 아주 진지하게 말하더라. “아, 형이요. 작년에 회의에서 ‘일단 초안은 빨리 만들고 피드백은 나중에 받죠’라고 말했던 거 기억나요? 그때부터 우리 팀에서 ‘일단 물어보면 해결된다’는 전설이 생겼어요.”
순간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졌어. 전설이라니. 난 그 말이 그냥 내 평소 습관인 줄 알았는데, 누군가가 그걸 ‘공식’으로 만들어버린 거지. 그리고 그 전설이 퍼져서 이제는 내가 “고객사 대응 자료=나” 같은 공식으로 굳어진 거야. 더 황당한 건, 내가 그때 말한 건 사실 아무것도 대단한 게 아니라 “일단 시작하면 길이 보인다”는 평범한 얘기였다는 거.
다음 날부터는 내가 대답을 해주면서도 일부러 한 가지를 더 얹었어. “이거는요, 저만 아는 비법이 아니라 그냥 순서가 있는 거예요. 여러분도 그대로만 따라 해보세요.” 그랬더니 반응이 또 신기하더라. 처음엔 여전히 나를 찾았지만, 며칠 지나자 질문의 빈도가 줄어들고, 오히려 서로 물어보기 시작하더라. 결국 내가 해결해준 게 아니라, 다들 ‘시작하는 법’을 배운 거였던 거지.
가끔은 아직도 어떤 팀원이 조용히 다가와서 “형… 이거 어떻게 해야 해요?”라고 묻곤 해. 그럴 때마다 나는 한 번 더 생각해. 내가 전설이 된 게 아니라, 내가 누군가에게는 오늘의 출발점이 되었던 걸지도. 그러면 괜히 피식 웃게 돼. 회사는 원래 답보다 질문이 먼저 생기는 곳이니까, 나는 그 질문을 받는 사람이 된 셈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