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내 서류만 유난히 복사 누락된 날
회사에서 내 서류만 유난히 복사 누락된 날. 그날도 평소처럼 오전 9시 반 회의 자료를 복사기로 넘겼다. 나는 “어제도 잘 됐는데 오늘도 똑같이만 나오면 되지” 하고 마음 편하게 프린터 앞에 섰는데, 이상하게도 내 파일만 유난히 페이지 수가 적게 찍히더라. 처음엔 내가 몇 쪽을 빼먹었나 싶어서 다시 확인했고, 그때부터 뭔가 ‘이상한 예감’이 구석에서 슬금슬금 올라왔다.
회의실 들어가기 직전, 내 서류를 들고 계신 팀장님이 한 장을 더 찾으시더니 “어? 이게 없네?” 하셨다. 나는 얼른 “혹시 제가 출력할 때 누락됐나 봐요” 하고 말했는데, 그 순간 옆자리 선임이 내 서류를 빤히 보더니 “너만 그래. 다른 사람 것들은 다 있는데”라고 툭 던졌다. 그 말이 왜 이렇게 찝찝하던지, 마치 내가 일부러 뭔가 숨기는 사람 된 느낌이랐다.
그래서 나는 바로 복사기 앞으로 뛰어가서 로그를 확인하려고 했다. 복사기 화면에는 오류 같은 건 없었다. 다만 “인쇄 완료”가 떠 있었고, 용지는 정상적으로 나와 있었다. 그런데 이상한 건, 실제로 출력된 종이를 대보면 내 서류의 특정 구간만 얇게 비어 있는 거였다. 예를 들면 같은 문서인데도 7~8페이지가 통째로 스킵된 상태? 하필이면 그 페이지에 결론이 들어가 있었고, 팀장님이 찾으신 바로 그 부분이었다.
나는 다시 출력 버튼을 누르면서 “이번엔 제대로 나오겠지” 하고 기대를 걸었다. 하지만 또 똑같이, 이번엔 내 서류만 페이지가 한두 장씩 빠졌다. 그것도 랜덤이 아니라, 내가 어제 붙여 넣은 표가 들어간 부분이 계속 사라졌다. 누가 내 표만 골라서 잡아먹는 것처럼 느껴져서, 순간 웃음이 나올 뻔했다. 근데 웃을 타이밍이 아니었다. 팀장님이 “지금 다시 복사해서 회의 들어가자”라고 하셨거든.
회의실로 다시 가져간 서류는, 솔직히 말하면 ‘완성본’이라기보단 ‘대충 형태만 유지한 시안’ 같았다. 팀장님은 그래도 보시긴 하셨지만, 중간에 비어 있는 페이지가 있어서 질문이 연달아 나왔다. “이 부분 결론은 뭐였지?” “이 표 수치 다시 확인해줘” 같은 말이 쏟아지는데, 나는 그때마다 종이 한 장 한 장을 찾아보느라 눈이 피곤해졌다. 문제는 그 질문이 계속 이어져서 회의 분위기가 묘하게 흔들렸다.
회의가 끝나고 나서 다들 “복사기 문제인가?” 하고 넘어가려는 분위기였는데, 그때 내 동료가 조심스럽게 내 쪽을 보더니 “너 어제도 복사할 때 굳이 미리보기 띄웠지?”라고 물었다. 나는 “네, 혹시나 잘 보이는지 확인한다고요”라고 답했다. 그 말이 끝나자마자, 동료가 “그거… 미리보기에서 표가 축소되면 가끔 프린터가 알아서 ‘괜찮겠지’ 하고 잘라 먹을 때가 있어”라고 했다. 순간 머릿속에서 모든 퍼즐이 맞춰졌다. 내 파일만 유난히 복사 누락된 게, 그냥 운이 아니라 내가 쓴 설정이 트리거였던 거다.
그래서 나는 그날 오후 바로 파일을 다시 세팅해서 출력 테스트를 해봤다. 미리보기 없이 바로 인쇄, 그리고 표 영역을 고정해서 내보내기. 그랬더니 이번엔 정상적으로 나왔다. 그런데 여기서 더 웃긴 건, 내가 테스트하던 동안 다른 팀원 것도 같이 뽑으면서 비교했더니 전부 정상이라는 거였다. 결국 범인은 복사기가 아니라, 내가 처음에 습관처럼 하던 “확인하려고 미리보기 띄우기”였는데, 그게 딱 내 문서에서만 표가 걸렸다. 그러니까 복사기는 성격이 나쁘다기보다, 내 서류의 특정 레이아웃을 까다롭게 받아들인 거였다.
문제는 그걸 알아낸 뒤에도 이미 팀장님 얼굴에는 ‘누락한 사람’으로 찍혀 있다는 점이었다. 나는 며칠 뒤 팀장님께 조심스럽게 원인 설명을 드렸다. “제가 미리보기 띄운 상태에서 표 영역이 축소돼서, 프린터가 그 구간을 스킵했던 것 같아요. 테스트해보니 정상 출력됩니다.” 팀장님은 잠깐 생각하시더니 “그럼 다음엔 미리보기 없이 출력해” 하고 끝내셨다. 근데 그 말이 왜 이렇게 다정하게 들리던지, 아까까지의 억울함이 갑자기 가라앉았다.
그날 이후로 나는 복사할 때마다 습관을 바꿨다. 그리고 제일 웃긴 건, 내가 설정을 바꾼 다음부터는 내 서류만큼은 단 한 장도 누락된 적이 없다는 거다. 반대로 다른 사람들이 복사하다가 가끔 누락이 나면, 다들 나한테 “너 그거 어떻게 해?”라고 물어본다. 나는 속으로 “사람이 문제인지, 문서가 문제인지, 프린터가 문제인지”를 늘 점검하느라 바빴다고 말하고 싶지만, 그냥 ‘미리보기는 잠깐만’ 이 한마디로 넘긴다. 어차피 우리 회사 프린터는 정직해서, 누락이 생기면 결국 나 같은 사람이 한 번은 스스로를 점검하게 만들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