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음식이 너무 빨리 와서 오히려 기다린 썰
배달음식이 너무 빨리 와서 오히려 기다린 썰이 있어요. 보통은 “왜 이렇게 늦어?”가 국룰인데, 저는 반대로 알림이 오자마자 설렘이 아니라 당황부터 하더라고요. 게다가 그날은 제가 딱 한 가지를 하고 있었는데, 그게 끝나기까지만 기다려야 했습니다.
상황 시작부터 말할게요. 저녁에 배고파서 평소처럼 앱 켰고, 메뉴 고르고 결제까지 마치자마자 바로 “배달 출발” 알림이 뜨는 거예요. 근데 보통은 출발하고도 한참 있다가 “도착”이 오잖아요? 그런데 그날은 속도가 미쳤습니다. 제가 “어? 벌써?” 싶은 순간에, 갑자기 “기사님 도착 1분 전”이 뜬 거예요.
여기까지는 그냥 빠르네 정도였는데, 문제는 제가 그 1분 동안 뭘 하고 있냐는 거죠. 저는 소파에 누워서 뭔가를 찾고 있었어요. 정확히는, 배달 오면 바로 먹으려고 “수저랑 물컵이 있는 위치”를 정리하려던 중이었거든요. 근데 정리하다가 생각보다 물건이 여기저기 흩어져서, 손이 계속 가는 상황이었습니다.
“1분 전이면 지금 현관문 앞에 계신 거 아닌가?” 싶어서 바로 일어나려 했는데, 하필 그때 알림이 또 울려요. 도착이라고요. 저는 그 순간 머리가 멈췄습니다. 현관문까지 뛰어가면 되긴 하는데, 이미 손에는 정리 중인 종이봉투랑 다른 잡동사니가 들려 있던 상태라 그냥 뛰면 더 엉망이 될 것 같았어요.
그래서 전략을 바꿨어요. “일단 문 열기 전에, 딱 10초만 준비하자” 이런 마음이었는데 그 10초가 길어졌습니다. 정리한다고 한 거 치고는 별로 달라진 게 없고, 시간은 계속 흐르고, 저는 문 앞에 서서 문고리를 잡으려다가 멈추는 걸 반복했어요. 왜냐면 문 열면 기사님이 “고객님 여기요!” 하고 계실 테니까요. 저 혼자 뭔가를 준비하는 사이에 기사님은 기다릴 텐데, 그게 또 민망하잖아요.
결국 저는 용기(?)를 내서 기사님께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조금만 기다려주실 수 있을까요? 제가 문 앞에 바로 나가려고 준비 중이에요.”라고요. 그러고 나서 제가 한 행동이 더 웃겼어요. 메시지를 보낸 뒤 3초만에 “네 알겠습니다”가 오더라고요. 그 짧은 답장에 오히려 제가 마음이 더 급해졌습니다. “아, 내가 방금 너무 오래 걸리는 사람처럼 보였나?” 싶은 느낌이요.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도착 알림은 빨리 오는데, 제가 문 앞에 나가기까지 시간이 계속 늘어나는 거예요. 기사님이 문 앞에서 기다리시는 걸 상상하니까 더 손이 느려졌습니다. 결국 현관문 앞까지는 갔는데, 제가 또 멈칫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제 발밑에 뭔가가 놓여 있었던 거예요. 예를 들면, 정리하다가 떨어진 비닐봉투라든지. 제가 그걸 밟으면 소리가 날까 봐, 아주 조심조심 이동했더니 시간이 또 늘었죠.
그러다 문을 열었는데, 기사님이 이미 제 앞에서 딱 대기하고 계신 상황이었어요. 저는 인사를 하면서도 속으로 “와… 이렇게까지 빨리 와도 되는 거였어?”라고 생각했습니다. 기사님 표정은 평온했고, 저는 평온하지 않았고요. 받아 들고 가면서도 배달 속도를 칭찬해야 할지, 기다리게 해서 죄송하다고 해야 할지 애매해서 말이 조금 꼬였습니다. 그래도 다행히 기사님은 “바로 드리려고 빨리 왔어요”라고만 하시더라고요.
근데 먹고 나서야 진짜 웃긴 포인트가 떠올랐습니다. 제가 기다린 시간이 엄청 길었던 것도 아닌데, 왜 저는 기사님이 오기만 하면 ‘뭔가 큰일’이 터질 것처럼 행동했을까요? 그냥 문 열면 됐는데, 저는 빨리 도착한 배달을 너무 현실적으로 받아들인 거죠. 빨리 오면 무조건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는 이상한 압박이 생긴 겁니다. 그날 이후로 저는 깨달았어요. 배달은 빨라지는 게 아니라, 내 생활 리듬을 시험하는 겁니다. 아니면 제가 원래… 준비하는 타입이 아니었거나요.
마무리로 딱 한 줄만 남길게요. 그날 이후로 저는 배달 앱을 켤 때마다 알림이 오기 전에 먼저 “수저 위치”부터 확인합니다. 왜냐하면, 세상에 배달은 항상 늦게 오지만… 어떤 날은 너무 빨리 와서 오히려 제가 기다리게 될 수 있으니까요. 다음엔 진짜로 제가 준비된 사람으로 보이고 싶습니다. 최소한 현관 앞에서 비닐봉투를 밟지 않는 쪽으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