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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취하면서 처음 해본 전자레인지 폭발 직전

2026-10-09 15:41:11 조회 1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자취하면서 처음 해본 전자레인지 폭발 직전, 그날은 진짜로 “나 이제 죽나?” 싶은 순간이었음. 결론부터 말하면 폭발은 안 했는데, 폭발할 뻔했다는 기억만 남아서 지금도 전자레인지 문 열 때마다 멈칫함. 자취방은 원래 소리에도 예민해지잖아. 전기레인지 끓는 소리도 무슨 경보음처럼 들릴 때가 있는데, 전자레인지는… 그날은 경보음이 아니라 사고 예고였어.

처음이라서 뭐든 “설명서대로만 하면 안전하다”라는 믿음이 있었음. 그래서 배달로 시킨 반찬이 남아있길래, 그릇에 그냥 담아서 전자레인지에 돌리려고 했지. 뚜껑은 없었고, 반찬이 담긴 플라스틱 용기랑 비닐 포장 상태가 그대로였음. 근데 용기 위에 “전자레인지 가능” 스티커가 있던 것도 아니고, 그냥 대충 덮을 게 없어서 비닐을 살짝 얹어둠. 생각보다 멍청한 행동이었는데, 그때는 그게 “안 튈까 봐” 배려라고 생각했단 말이야.

돌리기 버튼 누르는 순간부터 이상한 낌새가 있었음. 처음에는 별일 없었거든. 30초쯤 지나니까 미세하게 “치익… 치익…” 소리가 들리는데, 그 소리가 마치 어디선가 물이 끓는 소리가 아니라 뭔가가 타는 소리 같았음. 그래서 “플라스틱 용기인가?” 싶어서 바로 손을 뻗으려다가, 안전하다고 적혀있는 시간까지 그냥 지켜봤어. 왜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사람은 자기가 잘못한 걸 인정하기 싫을 때가 있더라.

그때부터가 진짜였음. 전자레인지 안에서 하얀 김이 확 늘어나더니, 용기 안쪽에서 뭔가가 부풀어 오르는 느낌이 들었어. 비닐이 있던 부분이 갑자기 탱탱해지면서 마치 풍선처럼 부풀더라. 나는 그 순간 전자레인지가 아니라 영화 세트장에 들어온 줄 알았음. 동시에 냄새도 올라왔는데, 기름 냄새라기보다는 타는 플라스틱 냄새가 코를 때렸어. 괜히 손대면 더 위험할 것 같아서, 일단 문을 닫아놓고 “일단 멈춰!” 하고 버튼을 찾았지.

근데 여기서 더 웃긴 게, 멈추는 버튼이 생각보다 안 떠오르는 거야. 자취생의 멘탈이 원래 그렇잖아. 위기 상황에서 “내가 지금 뭘 눌러야 하지?”가 떠올라야 정상인데, 나는 오히려 전원 버튼부터 찾느라 정신이 없었음. 한 1~2초가 진짜 몇 분처럼 늘어나더라. 그리고 문득 “설명서가 어딨더라” 같은 생각까지 하면서, 손가락은 이미 패닉 상태로 버튼을 눌렀지. 다행히 시간이 바로 멈췄고, 하얀 김도 조금씩 잦아들기 시작했어.

문을 열었을 때는… 솔직히 말하면 사진으로 남기고 싶었지만, 그럴 기력이 없었음. 용기 위쪽은 이미 살짝 변형돼 있었고, 비닐은 한쪽이 녹아 붙어있었어. 음식 자체는 반쯤 익었는데, 문제는 그 위가 마치 압력 밥솥처럼 눌어붙어서 터지려던 흔적이 있는 거였음. 전자레인지 안쪽 모서리 쪽에는 기름 같은 게 튀어 있었고, 작은 점들이 반짝반짝 타버린 자국처럼 남아 있었지. 그때야 깨달았어. 아, 이건 그냥 덜 데운 게 아니라 폭발 직전의 원리가 작동했구나.

그래서 바로 환기 모드. 창문을 활짝 열고, 선풍기 켜고, 혹시라도 남아있을 수 있는 냄새를 빼려고 온갖 짓을 다 했어. 그리고 전자레인지 내부를 닦는데, 손에 장갑 끼고도 뜨거운 감각이 남아있어서 계속 조심했음. 닦고 나니까 전자레인지 겉면에 “전자레인지용 용기를 사용하세요” 같은 문구가 눈에 들어오더라. 솔직히 그 문구는 늘 거기에 있었는데, 그날만 유독 크게 보였음. 마치 나한테 한마디 하는 것 같았어. “너 지금 이거 읽어볼 시간에 왜 안 읽었니?”

그 다음부터는 진짜 전자레인지 규칙이 생겼지. 비닐은 무조건 금지. 뚜껑은 전용으로만. 그리고 데우는 시간도 늘 최소부터 시작. 무엇보다도 “대충 돌려도 되겠지”라는 말이 내 뇌에서 자동으로 삭제됐음. 이상하게 그날 이후로는 전자레인지가 돌아가는 동안 멀리 못 가겠더라. 불안해서 주방에서 계속 서성서성 했고, 타이머 끝나면 냄새부터 확인하고 꺼내는 습관이 생겼어.

그리고 제일 웃긴 후일담. 며칠 뒤에 내가 비슷한 반찬을 데우다가, 이번엔 안전하게 전용 뚜껑을 덮고 돌렸거든. 그런데 또 “치익” 소리가 아주 살짝 나길래 심장이 또 철렁했어. 근데 자세히 보니까 그 소리는 음식이 아니라 전자레인지 바닥에 떨어져 있던 작은 기름방울이 데워지면서 나는 소리였던 거야. 결국은 폭발이 아니라 내 공포심이 먼저 폭발한 셈이더라. 그래서 지금도 전자레인지 문을 열 때마다 속으로 말함. “제발… 오늘은 내 멘탈만 폭발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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