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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하다가 서로의 취미가 의외로 안 맞은 날

2026-10-10 20:41:12 조회 0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연애하다가 서로의 취미가 의외로 안 맞은 날이 있었는데, 그날 이후로 “사랑은 통한다”는 말이 갑자기 과학이 아니라 믿음의 영역처럼 느껴지더라.

우리는 처음 만났을 때부터 성격이 잘 맞고 대화도 잘 통했어. 그래서 뭐든 함께 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데이트도 자주 같이 했고, 나는 “우리 취향도 결국 맞겠지”라고 은근히 확신했지. 근데 그 확신은 첫 번째 주말에 바로 산산조각났어.

그날은 내가 사진 찍는 걸 좋아해서, 같이 공원에 가서 산책하고 노을 시간에 사진도 좀 찍자고 했어. “너 카메라 좋아하잖아. 그럼 너가 구도 잡고, 나도 같이 예쁘게 찍어줄게” 이런 식으로 말했는데, 상대는 처음엔 장난처럼 웃더니 편한 복장으로 딱 따라오더라.

문제는 시작부터 조용히 터졌어. 나는 벤치 옆에서 앉아서 하늘 색이 어떻게 변하는지 체크하고, 셔터 누르기 전에 몇 번이고 구도를 다시 잡는 스타일이거든. 그런데 상대는 내 옆에서 계속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더니, 한참 있다가 “여기서 계속 그렇게 찍어?”라고 물어보는 거야. 그 말 톤이 나를 놀리는 느낌이 아니라, 그냥 세상 논리를 확인하려는 느낌이었는데 그게 더 웃겼어.

나는 “노을은 매 순간 달라서 그래. 기다려야 예쁘게 나와”라고 설명했지. 그랬더니 상대가 고개를 갸웃하면서 “난 그런 거 기다리는 게 너무 지루해. 사진은 한 번에 잘 나오면 되는 거 아냐?”라고 하더라. 나는 그 순간 깨달았어. 우리는 같은 ‘사진’이라는 단어를 쓰고 있지만, 머릿속에 있는 장면은 완전히 다르다는 걸.

거기서 끝이면 그나마 나았을 텐데, 다음 코스가 더 웃겼어. 상대는 공원 한 바퀴 돌고 나서는 “이제 진짜 제대로 놀자”면서 갑자기 보드게임 카페로 가자고 하더라. 나는 사진 찍고 산책하는 게 메인이라고 생각했는데, 상대는 데이트를 ‘활동’으로 분류해서 점수처럼 채우는 타입이었던 거지. “사진도 찍었으니까 이제 됐지?” 이런 말에 나도 웃다가 그냥 따라갔어.

보드게임 카페에 들어가자마자 상대는 엄청 신나더라. 게임 규칙을 배우는 속도가 빠르고, 상대가 설명을 시작하면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집중하는 분위기였어. 나는 게임을 하면서도 가끔 “이 판 끝나면 내가 오늘 찍은 사진 공유해줄게” 생각했는데, 상대는 내가 사진을 건네려는 타이밍마다 이미 다음 게임으로 넘어가 있더라. 나는 계속 “잠깐만, 이 컷이 진짜…” 하다가 매번 타이밍을 놓쳤지.

그렇게 한 시간 반쯤 지나고 나서야, 드디어 대화가 끊기지 않는 방식으로 갈등이 생겼어. 상대는 “야, 너는 게임도 하는데 계속 딴생각하지?”라고 했고, 나는 “아니야, 딴생각이 아니라… 오늘 분위기가 너무 예뻐서 기록하고 싶었을 뿐이야”라고 했거든. 근데 그 말이 또 오해였어. 상대는 ‘기록’이 진짜로 중요하다는 건 알겠는데, 게임 중에도 계속 그걸 끼워 넣는 게 부담스러웠던 거야.

그 순간 우리는 서로의 취미가 안 맞는 게 아니라, 취미를 ‘함께하는 방식’이 안 맞았다는 걸 인정하게 됐어. 내가 원하는 건 시간을 들여 천천히 관찰하고 결과를 남기는 거고, 상대가 원하는 건 지금 당장 몰입해서 감정과 에너지를 같이 태우는 거였거든. 그래서 우리는 그날, 서로가 원하는 페이스를 맞추는 방법을 반쯤 즉석에서 배우기로 했어. 나는 사진 찍을 땐 잠깐 혼자 있어도 괜찮다고 하고, 상대는 게임할 때는 내가 사진 이야기 꺼내기 전에 게임 하나만 끝까지 가자고 했지.

그리고 진짜로 재미있었던 건 그 다음 데이트였어. 상대는 처음엔 사진이 지루하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대신 구도 잡아주는 대신 “너는 사진 속에 들어갈 표정만 담당해”라고 역할을 바꿔줬더니 오히려 웃기더라. 나는 상대가 게임에서 너무 빨리 승부를 보려는 걸 말리면서 “한 판은 천천히 해, 실패해도 괜찮아”라고 분위기를 맞춰줬고, 그때부터 서로의 취미가 대립이 아니라 편집처럼 느껴지기 시작했어. 결과적으로 그날 서로의 취미가 안 맞은 게 아니라, 방향만 안 맞았던 거지.

그 후로 우리는 “이번엔 너 페이스, 다음엔 내 페이스”라는 약속을 만들었고, 이상하게도 그 약속을 지킬 때마다 데이트가 더 오래 기억에 남더라. 지금 생각해보면 연애에서 제일 신기한 건 취미가 맞는 게 아니라, 안 맞을 때도 서로를 실험처럼 사랑해볼 용기가 생긴다는 거 같아. 결국 그날 우리는 사진도 게임도 다 했는데, 더 중요한 건 아무도 ‘너는 이상해’라고 결론 내리지 않았다는 거였고, 그게 제일 연애답게 웃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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