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룸 창가에 비친 누군가의 그림자
퇴근 후 원룸 문을 열었는데, 창가에 누군가의 그림자가 비치고 있었다. 처음엔 나도 모르게 멈칫했지만, 집 앞에 누군가 있을 리 없다고 생각하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창문 바로 옆에는 아무도 서 있지 않았고, 밖은 밤이라 어두웠다.
하지만 그 그림자는 분명 내 방 안 쪽이 아닌, 창밖에서 비쳐진 모습 같았다. 순간 내 심장이 쿵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분명히 저녁에 창문을 닫고 커튼도 쳐놨었는데, 어떻게 저렇게 선명하게 그림자가 나타날 수 있지?
나는 조심스럽게 커튼을 젖히고 창밖을 살펴봤다. 그런데 아무도 없었다. 골목도 조용하고, 옆 건물 창문도 전부 꺼져있다. 누군가 숨은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왜 그림자가 계속 남아 있었을까?
그림자의 형태는 사람의 실루엣이었다. 옆머리가 길고, 어깨도 굉장히 넓어 보였다. 뭔가 익숙한 느낌도 들었다. 갑자기 등골이 오싹했다. 혹시 나 아니면, 내 마음속 뭔가가 비쳐 보이는 건 아닐까?
그날 밤, 나는 계속해서 창가를 보며 잠을 설쳤다. 조금이라도 움직일 때마다 그림자가 나타나거나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그것이 나를 쳐다보는 것처럼 느껴졌다. 물론 누군가의 음성이 들리거나 직접적으로 무엇인가 일어나진 않았다.
며칠 후, 친구에게 이 이야기를 했더니 "그런 곳에 오래 살면 영적인 존재가 어딘가에 남아있을 수도 있다더라"고 말했다. 솔직히 나는 그런 걸 잘 믿지 않았다. 그런데 그 후부터는 혼자서 창가 쪽을 보기가 무서워졌다.
몇 번이나 창가를 닦거나 커튼을 바꿔봤지만, 그림자는 여전히 나타났다. 특히 비 오는 날이나 바람이 강한 날에는 더욱 선명하게 보였다. 이상하게도 그 그림자는 무언가 말하고 싶어 하는 듯한 느낌을 줬다.
며칠 전에는, 자신의 손바닥을 창에 대고 서있던 그 그림자가 갑자기 손가락을 움직이는 것 같았다. 나는 두려움과 호기심에 사로잡혀 손가락 움직임을 따라 하려고 했지만, 이내 손이 땀으로 젖었다. 그저 내 환상일 뿐일까?
오늘도 창가를 보는데, 분명 아무도 없는데 그림자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마도 이 그림자는 단순한 빛이나 그림자가 아닌, 내 일상을 지켜보는 누군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원룸 창가에 비친 누군가의 그림자, 그게 무엇인지 나는 아직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