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앱에서 ‘요리 중’이 3시간째
배달 앱에서 ‘요리 중’이 3시간째 저는 오늘도 배달 앱을 켰고, 제 마음속엔 이미 그럴듯한 한 끼가 그려져 있었어요. 그런데 앱에 찍힌 상태가 ‘요리 중’에서 단 한 글자도 안 바뀌더라고요. 시계는 1시간을 넘기고, 2시간을 넘기고, 결국 3시간이 되어서야 깨달았습니다. 이건 음식이 아니라… 진행 중인 어떤 사건의 타임라인이라는 걸요.
처음엔 당연히 바쁘겠지 싶었죠. 배달량 많고 주방도 정신없을 수 있으니까요. 배달 예상 시간은 40분이었는데, 첫 40분이 지나도 ‘요리 중’이었어요. 저는 ‘곧 되겠지’ 하면서 계속 새로고침을 눌렀고, 새로고침 버튼을 누르는 제 손가락이 점점 노동자가 되어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1시간쯤 됐을 때부터는 스스로를 설득하기 시작했어요. “요리가 오래 걸리는 메뉴인가 봐.” “주문량이 폭주했나 봐.” 같은 말들을 혼자 중얼거리는데, 문제는 메뉴가 굳이 ‘장시간 숙성’ 같은 게 필요해 보이진 않았다는 거예요. 감자튀김도 아니고, 스테이크도 아니고, 그냥 무난한 한식 세트였거든요. 앱만큼은 철학자처럼 느리게 굴었어요. ‘요리 중’은 영원에 가까웠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고객센터에 연락을… 해야 하나 고민하다가, 일단 메시지를 남겨봤어요. “혹시 많이 늦어지나요?”라고요. 그런데 답변이 왔는데, 그 문장이 진짜 심장이 철컥 내려앉더라고요. “조리 중입니다.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조리 중’이면 ‘요리 중’이잖아요. 저는 앱이 저를 향해 “네가 원하는 게 그거지?”라고 말하는 느낌을 받았어요.
2시간을 넘기자 ‘요리 중’이라는 단어 자체가 이상하게 들리기 시작했어요. 저는 잠깐 밥을 먹는 상상을 접고, 주방을 상상했죠. 어딘가에서 누군가 숟가락을 들고 있고, 그 숟가락이 냄비 위에서 춤추는 걸까? 근데 앱은 계속 같은 문구로 저를 붙잡고 있어요. 업데이트가 아니라 정체를 알려주는 상태표, 그게 ‘요리 중’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은근슬쩍 심리전을 시작했어요. 다음 배달 예상 시간도 의미가 없을 것 같아 “혹시 취소할까요?”라는 멘트도 고민했거든요. 근데 그 순간 딱 떠오르는 게 있었어요. 제가 취소 누르면, 이 음식은 어떻게 될까? 이미 3시간 동안 주방에서 저를 기다린 걸, 제가 갑자기 “그만해” 하면 너무 미안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니 이상하게도 책임감이 생기더라고요. 저는 배달 앱의 계약직이 아니라, 미식의 책임자가 되어버렸습니다.
결국 3시간이 조금 넘었을 때, 알림이 왔어요. “기사님이 출발했습니다.” 그런데 그 다음 문구가 너무 짧아서 오히려 더 웃겼어요. ‘출발’은 했는데, 앱은 여전히 제 곁에서 “요리 중”이라는 기억을 못 놓고 있는 것 같았거든요. 저는 그 알림을 보자마자 손이 먼저 반응해서 거실 창문을 열고 확인하려다가 멈췄어요. 혹시나 배달원님이 오지 않는다면, 저는 창문 앞에서 기다리다 추운 기분까지 배달받는 사람이 될 테니까요.
다행히(또는 운 좋게) 20분쯤 뒤에 문 앞에 음식이 도착했어요. 근데 그때 제 머릿속엔 이미 음식 맛보다 “이게 언제부터 요리 중이었지?”가 더 크게 자리 잡고 있었어요. 포장 상태는 괜찮았지만, 저는 솔직히 먹는 내내 생각이 많았습니다. 혹시 누군가는 냄비를 붙잡고 “3시간째다…”라고 중얼거렸을까. 아니면 제 주문만 유난히 느렸을까. 이유는 모르겠는데, 그날 저는 ‘요리 중’이 단순한 상태가 아니라 주방의 서사라는 걸 배웠습니다.
맛은 나쁘지 않았어요. 한 입 먹고 “그래, 기다린 만큼은 있네” 싶었죠. 그런데 앱을 닫고 나서도 한참 웃음이 났어요. 제가 방금까지 기다린 3시간이, 결과적으로는 “요리 중”이라는 문구와 제 인내력의 콜라보였거든요. 다음에 배달 앱에서 ‘요리 중’을 보면, 저는 이제 이렇게 생각할 것 같아요. ‘요리 중’은 음식이 아니라, 제 하루의 스토리를 만드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