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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로 산 의자가 삐걱거려서 결국…

2026-10-14 10:41:11 조회 0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중고로 산 의자가 삐걱거려서 결국… 그날도 어김없이 출근해서 사무실에 앉는 순간, 의자가 먼저 말해주더라. “삐—걱.” 딱 첫 소리부터 기분을 반쯤 갈아엎는 그 느낌. 처음엔 내가 긴장해서 그런가 했는데,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등 뒤에서 계속 소리가 났다. 하필 그날 회의가 연달아 잡혀 있어서, 소리까지 같이 공유하는 기분이 들었다.

의자는 중고로 싸게 나와서 덥석 샀다. 온라인에서 사진만 보고 “상태 괜찮아 보이는데?” 싶었고, 또 ‘실사용 거의 없음’ 같은 말에 솔깃해진 거지. 근데 막상 내 집에 오고 나서 앉아보니, 소리는 생각보다 훨씬 단단했다. 다리 하나를 살짝만 내딛어도 삐걱, 몸을 뒤로 기대도 삐걱, 심지어 그냥 자세를 고치기만 해도 삐걱. 그야말로 의자가 관절 대신 내 성격을 폭로하는 수준이었다.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어. “중고니까 원래 좀 나겠지.” 그런데 소리가 너무 규칙적이어서, 내 움직임을 따라 정확히 타이밍을 맞추는 느낌이 들더라. 옆자리 동료가 내 쪽을 한번 봤는데, 눈빛이 딱 “너 의자 고장 난 거 아니야?”였다. 나도 모르게 웃으면서 “원래 이런 거예요”라고 둘러댔는데, 그 순간부터 내 변명이 삐걱 소리 위에 얹힌 것처럼 우스워 보였다.

그래서 다음 날 바로 해결하려고 검색을 시작했다. “의자 삐걱거림 원인” 같은 키워드로 들어가면, 항상 나오는 답이 있지. 볼트 체결, 윤활, 바닥 마감 확인. 나는 그중에 제일 쉬워 보이는 걸 먼저 했다. 일단 의자를 뒤집어서 나사부터 봤는데, 사진과 달리 생각보다 느슨한 부위가 꽤 있었다. 손으로 살짝 돌리면 덜컥덜컥 넘어가는 나사가 몇 개 보이는데, 이게 왜 ‘실사용 거의 없음’이랑 같이 붙어 있는지 의심이 들더라.

그 다음엔 윤활을 해보자 싶어서 집에 있던 스프레이 윤활제를 가져왔다. 그런데 여기서부터가 진짜 코미디였다. 처음엔 “딱 필요한 곳만” 발라야지 생각했는데, 스프레이가 생각보다 멀리 날아가서 바닥 매트랑 바퀴 주변까지 다 묻었다. 발라놓고 나서 한 번 굴려봤더니, 삐걱이 잠깐 멎는 듯하더니… 다음엔 더 이상한 소리가 났다. “득—득—” 하고 약간 탁한 소리. 윤활이 문제를 고친 게 아니라, 문제의 성격을 바꿔버린 느낌이었다. 나는 급하게 휴지로 닦고 다시 확인했는데, 결국 소리는 남아있었다.

결국 나는 “원인은 윤활이 아니라 구조”라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 의자 프레임 안쪽을 만져보니까, 어떤 부분은 유격이 있는지 손끝으로도 살짝 흔들렸다. 그래서 이번엔 분해를 진짜로 해보기로 했다. 문제는 내가 공구를 잘 쓰는 편이 아니라는 거였다. 드라이버를 잡고 볼트를 풀다가 “이거 방향이 맞나?” 하면서 땀을 흘렸고, 나사 하나는 바닥에 떨어져서 소리가 더 크게 들렸다. 그때 확신했다. 의자가 삐걱거리는 게 아니라, 내가 의자한테 배우고 있는 중이구나.

그래도 다행히 분해를 하다 보니, 한쪽 부품이 원래 자리에 반쯤 들어가 있었다. 중고 판매자가 뭔가 급하게 조립하고, 운송 중에 그게 풀렸던 모양이다. 나는 부품을 제대로 맞춘 뒤 나사를 다시 체결하고, 다시 조립하면서 “아 이제는 끝”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다시 앉아보니, 삐걱이 아주 조금은 줄었는데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그래서 한 번 더 확인했더니, 바닥에 닿는 부분 중 하나가 미세하게 휘어 있었던 거다. 그 작은 오차가 내 하루의 배경음을 만들어낸 셈이었다.

여기서부터는 마음이 좀 복잡해지더라. 중고 의자가 새 제품처럼 완벽할 수는 없지만, 매번 “삐—” 하는 소리에 적응이 되는 건 또 다른 문제가 있으니까. 결국 나는 의자 다리를 조정할 수 있는 부품이 따로 있는지 찾아봤고, 없으면 그 부위를 어떻게든 맞춰야 했다. 결국 인터넷에서 비슷한 부품을 주문하고, 기다리는 동안은 상체를 단단히 세우고 앉았다. 자세를 고치기만 해도 소리가 나니까, 마치 자세 교정 기계에 앉아 있는 기분으로 하루를 보냈다. “이게 사람이 해야 할 일인가?” 싶었는데도 계속 하게 되더라.

며칠 뒤 부품을 받아서 교체했더니, 드디어 소리가 확 줄었다. 완전 무음은 아니어도, 회의실에서 내 동작이 다른 사람 귀에 ‘알림’으로 전달되진 않았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그 순간부터는 의자 소리가 사라진 대신, 내가 그동안 너무 조심해서 생활했다는 게 더 크게 느껴졌어. 그래서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웃긴 결론을 내렸지. 중고로 산 의자가 삐걱거려서 결국 내가 의자 조립 전문가가 됐다는 거. 아무도 원하지 않았는데, 나만 원치 않게 성장한 셈이랄까. 그래도 이제 앉을 때 소리 대신 마음이 먼저 편해져서, 오늘은 의자에게 “고마워”라고 말해주고 싶더라. 말하면 또 삐걱할까 봐, 그냥 속으로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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